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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2030년까지 총 111조원을 투자하는 것을 뼈대로 한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확정해 발표했다.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신재생에너지분야 가운데에서도 태양광 등 기존의 신재생에너지와 달리 최소의 비용으로 빠른 보급이 가능한 ‘펠릿’분야의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일도바이오테크 이웅진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 주>

 

한국적 현실에 맞는 독자모델 개발
정부차원의 지원과 홍보 절실

 

 일도바이오테크는 2005년부터 국내에 생소한 펠릿보일러 분야에 뛰어들어 독일의 열병합 전문기업인 KMW사와 기술제휴를 통해 국내생산을 위한 기술력을 키워왔다. 2006년부터 시제품을 만들어 각종 전시회에 출품하면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고, 2008년 후반부터 실제 보급에 나섰다. 아직도 많은 이들에게 생소한 펠릿보일러라는 새로운 분야를 시작하다보니 독자적인 개발에 있어 많은 난관에 부딪쳤고, 해결책을 찾기 위한 노력 끝에 기술적으로는 거의 완성단계에 이르렀다는 자체평가를 내릴 수 있었다.

 

펠릿보일러, 안정성과 사후관리가 관건

 “이론적으로 나무를 사용하는 난방으로 생각하면 쉽겠지만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상당히 복잡하고 어렵습니다. 기름보일러의 경우 연료의 투입과 차단으로 세밀한 조정이 어렵지 않은데 비해, 나무는 점화하는데도 시간이 걸리고, 연료를 차단한다고 해서 바로 꺼지는 것도 아닙니다. 목재의 연소가스를 제대로 배출시켜 주지 않으면 연소실 내부에 가스가 차서 폭발의 위험성마저 있습니다. 실제 국내 제품중에 폭발사례도 있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 펠릿보일러 전용 컨트롤러를 개발하는데만 상당한 비용이 들었습니다.”

 

 이러한 시행착오의 과정을 겪으면서, 상당부분 손해를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이미 만들어 놓은 보일러의 버너에 대해 문제점이 발견되면서 남은 제품의 공정 모두를 취소시키고 버너부터 다시 개발하는 과정에서 입은 손실이 매우 크다. 그러나, 불량품을 출시해서 입을 기업이미지의 치명적 손해를 생각한다면 큰 손해로 여기지 않는 뚝심도 있다.

 

 “유럽의 경우 나무의 품질도 좋고, 게다가 원목의 껍질을 벗겨서 펠릿으로 만들어 보일러에 공급되지만, 우리의 경우 톱밥이나 산업부산물, 찌꺼기를 모아서 펠릿으로 만들다보니 열효율도 떨어지는 등 유럽식의 펠릿보일러가 우리 현실에 맞지 않는 면이 발견됐습니다. 저희도 유럽식으로 시작했다가 많은 문제점이 발견되어 4등급의 최하등급 목재(중국에서 축재깔개용으로 사용하는)를 사용해도 문제가 없는 버너를 개발하기에 이르렀습니다. 특히 가정용이 아닌 공업용이나 농업용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연료비용을 낮추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코코넛이나 팜 껍질을 연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남아에서 코코넛을 짜서 바이오디젤의 연료로 이용하는데, 짜고 남은 부산물마저도 남은 기름성분 때문에 펠릿으로 사용하면 일반 목재에 비해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열량을 내면서도 가격은 반으로 낮출 수 있어 경쟁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미 유럽에서는 연료화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연료인 펠릿에 대한 정부지원 필요

 그렇다면 펠릿보일러의 경제성은 어느 정도일까? 작년 고유가시대를 기준으로 하면 등유 대비 절반 정도의 가격에 불과했지만 유가가 떨어지면서 연료비용 절감의 상대적 우월성이 많이 떨어졌다. 더욱이 기름보일러와 달리 펠릿보일러는 나무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재'를 청소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펠릿보일러에 소모되는 연료가 기름이나 가스에 비해 가격이 매우 낮은 것은 아닙니다. 펠릿보일러의 보급이 늘어나면서 연료로 사용되는 톱밥이나 기타 목재부산물의 가격이 많이 올랐고, 유가가 많이 떨어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펠릿보일러는 ‘기름’을 사용하지 않고 탄소배출량이 1/10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기후변화협약의 탄소배출량에서 펠릿은 제외됐습니다. 또한 다른 대체에너지에 비해 초기투자비용이 적어 대중적으로 쉽게 보급할 수 있다는 점이 펠릿보일러의 강점입니다. 지금과 같이 펠릿보일러의 보급에 대한 보조뿐 아니라 연료가 되는 펠릿의 생산과 보급에 있어서도 계속적인 정부의 지원이 필요합니다. ‘면세유’가 불공정무역의 사례로 다른 국가에서 자꾸만 거론하는 논란의 대상이 되는데 비해, 펠릿은 친환경산업으로 탄소량을 감소시키는데 기여합니다.”

 

 펠릿보일러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의 기조에 맞춰 각 부처별, 산업별로 탄소배출량 절감의 방법을 찾고 있는 추세에 맞는 좋은 대안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보조금 제도를 통해 펠릿보일러의 보급을 장려하고 있다.

 

 “올해 산림청에서 6월까지 펠릿보일러 2000대를 보급하기로 했습니다. 70%의 비용을 보조함으로써 빠른 보급을 돕겠다는 취지였지요. 그러나, 막상 보급에 나서자 문제를 일으키는 제품들이 속출했습니다. 펠릿보일러에 대한 인증제도가 없기 때문에, 어떤 제품이 제대로 만든 제품인지를 소비자들이 가려낼 수가 없었습니다. 저희는 산립청의 보급사업 초기에 소형펠릿보일러를 출시하려다가, 질이 낮은 펠릿을 사용하는 한국적 특수성을 해결하기 위해 보완을 거듭했고 4월이나 되어서야 출시를 할 수 있었습니다. 20억의 매출을 올린다고 해도, 3년의 무상 A/S 기간에 몇배의 돈을 길에 뿌려야 할 것이라고 예상했기 때문입니다.”

 

정부차원에서 인증제 도입해야

 “펠릿보일러 시장은 이제 걸음마 단계입니다. 펠릿이라는 단어에 대해 알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초기시작 단계에서 펠릿보일러가 ‘열효율도 나쁘고 위험한 제품’이라는 인식이 박혀 버리면 앞으로 몇배는 힘들어집니다. 펠릿보일러가 최소한의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이와 관련된 인증제도의 도입이 시급합니다.”

 

 일도바이오테크의 이웅진 대표는 ‘엔지니어는 원가절감에 너무 약하다’라며 한탄한다. “개발초기부터 유럽견학을 비롯한 연구를 함께 해 왔기 때문에, ‘원가절감을 위해 부품 하나를 빼거나 간소화 하자’는 생각을 쉽게 하지 못합니다. 모두 꼭 필요한 기능이고 중요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부품을 빼지를 못하는 겁니다. 그래서, 저희 제품은 타사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쌉니다. 시작단계에서는 원가절감보다  기술적인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희의 생각입니다.” 국내 펠릿보일러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는 일도의 자부심이다.

 

<김경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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