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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목재를 이용한 펠릿
【서울=환경일보】산림청이 산림바이오매스 활용 보급 확대 사업의 일환으로 추진중인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이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인증기준 없이 추진됨에 따라 실제 보급과정에서 온갖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어 ‘졸속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2009년부터 본격적으로 펠릿보일러의 보급이 시작되면서, 올해 보급목표인 2000대 중 약 1800대의 계약이 성사되어 그 가운데 20% 정도가 설치되었으며, 추가로 1000대를 더 보급할 계획이라고 산림청 관계자는 밝혔다.

 

하지만 실제 농가에 펠릿보일러의 보급을 담당하고 있는 일선 자치단체들의 이야기는 다르다. 전라남도의 한 군청의 경우 150대 가량을 보급 할 계획이지만, 적합한 보일러업체의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사업이 보류되고 있는 실정이다.

 

군청의 펠릿보일러 보급사업 담당자는 “중소규모의 업체들이 많지만 대부분 기술력이 부족하다. 업체선정이나 제품의 품질에 대한 기준 없이 산림청에서 보급사업을 추진해 업체선정에 애를 먹고 있다. 군청에서 이를 위한 연구를 할 여력도 없고, 군청에서 자체기준을 마련해서 업체를 선정해도, 공신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업계의 반발이 상당히 거셀 것이다”라며 적절한 기준조차 제시하지 않고 사업을 추진한 산림청을 원망하고 있다.

 

이미 보급이 시작된 지자체 역시 낮은 열효율로 인해 오히려 난방비가 상승해 소비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경우도 적지않아 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예산처 인증제 부재 문제로 지적

 

한편 앞서 국회예산처는 ‘2009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쟁점분석’에서 산림청의 펠릿보일러 보급사업에 대해 “목재 펠릿보일러에 대한 설치 및 인증기준 없이 보급하는 것은 사후관리면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지식경제부는 설치 및 인증기준을 마련하고, 산림청이 목재 펠릿 보일러 보급을 담당하는 것으로 사업영역을 명확히 구분해 실시할 필요가 있다”라며 제품에 대한 인증기준이나 설치업체의 자격에 관한 기준 없는 사업진행이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하지만 산림청은 아직까지 제품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마저 갖추지 못한 상태로, 에너지관리공단의 인증제 도입이나, 안전기준 마련을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다. 제품과 설치업체에 대한 기준이 부재한 상황에서 보급사업 규모를 오히려 확대하고 것에 대해  “신재생에너지는 국가정책기조이며, 어려운 경제상황에서 일자리 창출에 기여 할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궁색한 답변만을 내놓았다. 심지어 사업기간이 짧다는 이유로 실제 소비자들의 반응에 대해서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 초 설치된 펠릿보일러 가운데 일부업체의 제품불량과 사후관리 소홀로 인해 보급사업이 주춤하자, 산림청은 지자체에 공문을 통해 ‘설치와 제작업체의 자격 검증 및 보일러 품질이 확보된 사후관리가 보장되는 업체’라는 업체선정 관련지침은 내리면서도, 정작 제품의 품질기준은 제시하지 않았다. 또 참여자격을 에너지 전문기업 등록업체로 제한했다.

 

이에 관련 업계는 “에너지관리공단의 전문기업 제도 도입 취지는 일정한 자격 이상을 갖춘 ‘설치업체’가 기기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설치자격에 대한 것인데, 제품에 대한 제한으로 작용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펠릿보일러의 품질을 담보하기 위한 것이라면 하루빨리 보일러의 인증규격 제도를 도입해야 할 것”이라며 반발했다. 게다가 일부 보일러 업체에서는 ‘에너지관리공단 등록 펠릿보일러 업체 현황’이라는 허위문서를 이용해 소비자를 유혹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저가경쟁으로 인해 품질은 뒷전

 

펠릿보일러 생산업체 한 관계자는 “제품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도 없다 보니 소비자들은 저가제품에 몰리게 된다. 소비자들과 먼저 계약하고 업체에 되파는 방식의 소위 ‘떳다방’이라 불리는 딜러들까지 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업체들은 살아남기 위해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다. 솔직히 품질이나 사후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다”라며 푸념했다.

 

그는 또 “우리도 그렇지만, 다른 펠릿보일러 업체도 마찬가지로 지금까지 설치된 대부분의 보일러가 A/S를 받은 것이 현실이다.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한 펠릿보일러 보급사업 초기부터 저질제품의 난립으로 시장이 흐려지고 있다. 품질과 기술력으로 승부 하려는 업체도 어쩔 수 없이 저가경쟁에 뛰어들면서 기술력이 오히려 퇴보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다.”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또한 대기업이 시장에 진출하면서 1년 정도를 소비할 수 있는 연료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조건으로 영업을 펼쳐 다른 업체들도 울며겨자먹기식으로 비슷한 방식의 영업수단을 펼칠 수밖에 없고, 이는 채산성 악화로 이어져 제품가격 하락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적절한 인증기준이 없는만큼 업체들은 생산비용을 줄여서 제품가격을 낮춤으로써 품질의 저하를 낳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친환경에너지 펠릿보일러에 대한 불신감 증폭 우려
 
펠릿보일러와 관련한 전문가는 “솔직히 국내 펠릿보일러의 기술력은 30년 이상 기술을 축적한 유럽에 비해 부족하다.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고장(슬러거, 점화봉 문제, 가동정지 등)의 개선이 아직 이뤄지지 못한 제품이 많다. 대기업 제품조차 아직 부족한 면이 많다”고 지적하고, “시간이 흐르면 기술력은 차차 나아지겠지만, 인증제도를 마련하고 정착시키기 위한 2년 이상의 기간에 낮은 품질의 저가제품으로 인해 펠릿보일러에 대한 인식이 나빠져 관련 산업이 오히려 퇴보하는게 아닌가 걱정이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신재생에너지업체 관계자 역시 “앞서 여타 사업에서도 관련 인증제가 없어 낮은 품질의 저가제품과 사후관리 소홀로 인해 수년간 사업이 정체되었다가 인증제 도입으로 겨우 제자리를 찾고 있는데, 펠렛보일러 역시 같은 과정을 되풀이될까 우려 된다.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정책기조는 환영할만한 일이지만, 일선 공무원들이 눈앞의 성과에 급급해서 성급하게 사업을 벌여 결국 업계와 소비자 모두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된다”라며 당부했다.

 

*Tip : 펠릿(pellet)보일러

 

기존의 보일러와 기능이나 작동방식은 비슷하지만 사용되는 연료가 나무에서 나온 펠릿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화목보일러가 장작이나 폐목을 연료로 이용한 반면 펠렛보일러는 식물이나 나무,폐목재 등을 톱밥과 같은 작은 알갱이 모양으로 성형한 에너지 원료를 사용해 미래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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