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을 넘어서는 예술적 충격을 느끼다

 

에코북1
‘셸터Shelter’는 1973년 미국에서 출간돼 지금까지 절판되지 않고 25만 부 이상 경이적인 판매를 기록하고 있는 책이다. 인류사 전체를 관통하는 집의 서사시이자 전문가들의 영역에 갇혀있던 건축을 대중의 손으로 되돌려준 기념비적인 역작이다. 동굴집, 오두막, 통나무집, 천막, 돔, 타워 등 1000개가 넘는 사진과 그림들이 누구나에게 있는 건축 본능을 자극한다.

셸터는 단순히 비를 가리는 집 이상의 우리 삶에서 잃지 말아야 할 소중한 그 무엇을 느끼게 한다. 이를테면 자연과의 소통과 땀 흘려 일하는 기쁨, 자급자족의 자유로움 같은 것들을 말이다. 에너지 전환과 기후 온난화의 문명 전환기에 셸터가 주는 아우라는 건축을 넘어서는 예술적 충격이다.

 

용어 뜻풀이 ‘셸터shleter’란?

 

셸터는 거주 유형 가운데 비바람과 볕을 막아주고 몸을 보호해주되 영구주거보다는 일시적 대피, 또는 임시 주거의 느낌이 강한 말이다. 역서의 제목으로 ‘집’이나 ‘주거’가 아니라 ‘셸터’라는 말을 그대로 쓴 것은 사람이 무언가를 짓고 사는 데 얽힌 모든 것을 포괄적으로 담아내고자 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본능을 자극하는 인류 전역의 각양각색 셸터

 

이 책의 앞부분에는 인류 셀터의 시작인 아프리카, 북아메리카 인디언 부족의 동굴, 오두막, 천막, 티피 등에서 시작해 중세의 목조주거, 미국의 다양한 주거와 문화를 언급한다. 간단하지만 기후와 목적에 부합하는 인류 초기의 셸터는 지금 내가 살 집인 셸터에 대해 새로운 가르침과 영감을 불어넣어준다.

또한 초기 인류 단순하고 이동생활에 적합한 목조 주거에서 장부맞춤으로 뼈대를 튼튼하게 만들기까지, 크럭양식에서 기둥과 지붕틀(post and truss) 방식으로 벽과 지붕의 목재가 분리되어 훨씬 다양한 형태의 건축이 가능해지기까지 목조구조의 역사적 변천을 이해하게 한다. 18세기에서 19세기 미국 이민기의 통나무 오두막집, 소드하우스, 스트로베일하우스, 어도비하우스, 각재집 등을 보면 그 지역에서 나는 재료와 특성으로 지어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헛간은 자재의 소비를 최소화하면서 넉넉한 주거공간을 만들어낼 수 있는 다목적 구조물이다. 미국이나 캐나다의 헛간을 일람하면 집짓기 초보자에게 훌륭한 설계 교본이 될 수 있다.

 

어디서도 얻기 힘든 집짓기 조언들

 

집짓기는 어렵고 돈도 많이 들고 끝도 없는 일이니 처음에는 현지 사람들의 조언에 귀 기울이고 작고 단순하게 짓기를 권한다. 작은 집은 짓기도 빠르고 값싼 중고 자재를 쓰기도 좋고 난방하기도 쉽고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유리하며 나중에 덧붙일 수도 있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건축가 밥 이스튼은 셰드지붕, 게이블지붕, 힙지붕, 원형어도비, 헥사곤으로 짓는 작은 집 설계도와 다양한 바닥, 문, 창 만들기, 연장에 대해 설명한다.

또한 늘 주변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해 집을 짓기를 권한다. 덜 가공된 재료는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기 때문에 오랫동안 편히 지낼 수 있는 집을 만들 수 있다. 덜 가공된 재료로 나무, 너와, 장부맞춤, 신바램(고강도의 흙벽돌을 만드는 압축기), 어도비 만들기, 돌 쌓기, 스트로베일, 이엉, 대나무 등에 대해 유용한 정보를 제공한다.

 

별난 핸드빌트(handbuilt) 집

 

버스를 집으로 개조해 4년 정도 살고 있는 켈리 하트는 버스집의 장점으로 집안일이 간단하고, 동선이 짧기 때문에 삶이 훨씬 더 편리하다고 한다. 새 물건을 놓을 공간을 찾아내는 성취감이 크고, 때문에 소비욕구도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한다. 한 자리에 고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주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지만 반면에 그러나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사람은 이런 삶을 시도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전형적인 히피 그룹인 리브레 공동체는 미국 문명이라는 탐욕의 가면에 반대하고 야생과 창조의 자연을 가까이 하고자 해발 2750미터의 산비탈에 산다. 건축가도 빌더도 없고 전문기술도 없지만 힘을 합하여 직접 통나무집, 어도비집, 돔을 짓는다. 인간성을 파괴하는 무자비한 건설산업에 저항하며 배관이며 시공, 수리 등 모든 것을 직접 시도한다. “그럴게 아니라 직접 하시라, 게으름뱅이들이여! 하면 된다!”

 

디자이너 빌더가 되자!

 

건축에서도 아이디어와 시공, 머리 일과 손 일이 분리된 것은 역사적으로 볼 때 최근의 일! 중세의 건축 거장들은 직접 집도 짓고 설계도 하는 설계자이며, 시공자(Designer-Builders)였다. 이 책은 개념에서 구현에 이르기까지 건축의 전 과정에 참여할 것을 강조한다.

 

*저자 소개

 

지은이: 로이드 칸 (Lloyd Kahn)

 

집 짓는 목수이면서 작가이자 건축 책 출판인이다. 올해로 75세인 로이드 칸은 두 세대에 걸친 문화적 충격을 모두 체험한 자급자족 장인이다. 10대에 이웃집 아저씨의 목공 솜씨에 반하여 집 짓는 일에 발을 들여놓았다. 이후 20대에는 미 공군에 입대하여 신문 만드는 일을 했고 샌프란시스코 밀밸리에서 보험중개인 일도 했다. 차고를 전통 짜임 식 목구조 스튜디오로 개조하면서 집 짓는 과정, 나무 일, 손으로 뭔가를 만드는 일에 눈을 떴다. 1967년 캘리포니아 빅서에 집을 지으면서 건축에 뛰어들었다. 돔하우스에 관심을 두고 1970년에 ‘돔북 1’을 펴냈고 유용하면서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 건축을 찾아다니면서 모은 자료로 1973년 ‘셸터Shelter’를 펴냈다. 건축 책으로는 이례적으로 25만부나 팔린 ‘셸터’는 손수 자기 집을 지으려는 사람들에게 필독서로 꼽힐 정도로 큰 영향을 끼쳤다. 이후 출판 일과 목수 일을 겸하며 80년대와 90년대를 보내고 매킨토시로 세상과 연결된 전자식 시골집에서 직접 가꾸는 채소밭 한가운데에 재활용목재로 스튜디오를 지어놓고 출판 일에 전념하고 있다.

 

옮긴이: 이한중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전문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울지 않는 늑대’, ‘인간 없는 세상’, ‘글쓰기 생각쓰기’, ‘핸드메이드라이프’, ‘너무 더운 지구’, ‘지렁이’, ‘지구의 미래로 떠난 여행’, ‘신의 산으로 떠난 여행’, ‘강이, 나무가, 꽃이 돼보라’, ‘씨앗의희망’, ‘나무와 숲의 연대기’, ‘행복한 집구경’ 등이 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