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생태적 감수성 갖도록 도와야

모두의 자각과 삶의 변화 방식 필요

 

김혜애 실장
▲김혜애 (녹색교육센터 소장)
상상력이 뛰어난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최근 소설 ‘파라다이스’의 첫 번째 단편 제목은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이다. 다소 선정적이고 위협적인 이 단편의 내용은 기발한 상상력과 풍부한 상식이 바탕이 돼 재미있게(?) 읽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서두에 작가가 썼듯이 ‘인류의 있을법한 미래에 관한 전망’이라는 사실에 섬뜩해지기도 한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시각장애인 유엔 사무총장은 연설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에겐 더 이상 시간이 없다는 것도 보이고,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것도 보입니다. 저는 지금 정치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생존에 대해 말씀드리는 겁니다. 도덕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절박한 현실에 대해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비록 소설 속의 이야기지만 시각장애인에게도 보이는 인류 생존의 절박함이 우리에겐 잘 보이지 않는 걸까? 사실 요즘만큼 ‘녹색’, ‘그린’, ‘에코’라는 말을 많이 들어본 적이 없다. 내가 환경운동이라는 것을 해온 20년이라는 시간 중에서 아마 가장 ‘대우받는’ 시기일 것이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온 세상이 녹색을 이야기하고, 환경을 지켜야 한다고 목놓아 부르짖는데 왜 우리 환경은 갈수록 나빠지고 도시화는 급격하게 진행되고, 숲과 야생동물들은 점점 없어지는 것인지.

 

우리가 사는 이 지구생태계는 우리가 선조들로부터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미래세대로부터 잠시 빌려 쓰는 것이라고 한다. 그렇기에 우리의 미래세대들이 대를 이어 건강하게 살아가야 할 지구촌을 훼손하지 않고 잘 쓰다가 돌려주는 것은 당연한 의무이고, 만약 그를 지키지 못한다면 그건 ‘횡령’에 해당하는 범죄에 해당한다는 주장이 있다. 이것이 단지 ‘낭만적 환경주의자’들의 억지 주장일까?

 

최근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지방선거의 결과 때문에 국가의 중요 정책이 위기에 처해 있다. 홍수를 막고 수질을 깨끗하게 한다는 4대강 사업이 승승장구의 진로에 브레이크가 걸렸다. ‘녹색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엄청난 예산을 들여 추진하는 각종 개발사업들이 향방을 잃을 지도 모르겠다. 그동안 쏟아 부은 돈이 얼마인데, 정부가 항상 하던 말마따나 이제 중단하면 그동안 들어간 돈은 어찌하라고.

 

그런데 한편에선 그야말로 신선한 뉴스들이 들린다. 새로 당선된 민선 시장들 중 몇몇이 호화 청사를 거부하고 소박한 청사를 고집하고 나섰다. 에너지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초고층빌딩에서 그들의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그 차액은 지역의 복지에 쓰겠다고 한다.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지. 정말 간만에 세상은 그래도 참 살만한 곳이야 라는 생각이 든다.

 

아시아에서 한국이 중심이라고 한다. 경제발전 수준, 영화를 중심으로 한 문화, 시민사회 영역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사람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고 있는 기대는 자못 크다. 하지만 과연 한국은 아시아에서 건강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빈곤한 동남아 국가들에서는 일부 한국 기업이 저지른 인권 침해나 노동착취, 환경오염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고 있고, 한국 사회에 들어와 살고 있는 수많은 아시아인들은 부당한 차별과 사회 적응을 못 해 자살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 한국은 경제발전이나 지원보다 건강한 네트워크와 문화를 만드는 일에 나서고 아시아 지역의 공감대가 무엇인지, 어떤 문제들을 머리 맞대고 풀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

 

세상은 정말 빠른 속도로 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이 변화가 ‘올바른’ 변화라고 장담하지 못한다. 국민소득이 2만불, 3만불을 넘어도 인류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바로 환경문제이고, 빈곤, 인권, 여성, 복지, 평화 등의 문제이다. ‘경제’는 시장의 원리를 따라 발전할 수 있겠지만 지구촌 모두가 함께 누려야 하는 ‘공공의 가치’는 시장의 원리로 해결하지 못한다. 오히려 때론 시장의 원리 때문에 가로막히거나 악화되기도 한다. 그래서 최근 지구촌 시민운동, 환경운동의 추세가 ‘교육’으로 가고 있다.

 

정부의 정책이나 기업의 자발적 변화만으로는 해결하는 데 한계가 명확한 것이 바로 생태환경 문제이다. 지구촌에 발 딛고 소비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모두가 어쩔 수 없는 ‘오염원’이기에 모두의 자각과 삶의 방식의 변화가 없이는 요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거리에서의 환경운동과 달리 눈에 금방 보이지도 않고, 속도가 느릴지도 모르겠지만, 한걸음 한걸음, 한 사람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면 그 힘이 모여 세상을 녹색으로 바꿀 날이 반드시 올 것임을 믿는다.

 

지구생태계를 건강하게 지키고 만들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노력은 ‘미래세대’들이 생태적 감수성을 갖도록 도와주는 일이다. 내일의 주인공이 될 미래세대들에게 생태계의 자연스러운 질서를 체득하게 하고, 그 안에서의 조화와 공생을 삶의 지침으로 삼아 그들이 깊은 곳으로부터 변화할 수 있게 하는 일, 그것이 초록 내일을 여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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