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박사.
▲국립기상연구소 조천호 박사
우리의 생존은 호흡하는 공기, 마시는 물과 먹는 식량이 상호 연결된 지구환경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인간 활동에 의해 지구 평균기온은 지난 100년간 0.74℃ 증가했고, 최근 50년간 온난화 추세는 지난 100년간 보다 2배 이상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북반구 중고위도에서 기온 상승이 크게 나타나 북반구 대륙의 적설 면적과 북극해의 해빙 면적은 지난 30년 동안 약 8% 감소했다. 해수면은 최근 40여년간 매년 1.8㎜씩 상승했으며, 서태평양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상승률이 큰 특징을 보였다. 그 밖에 지구 온난화에 의해 홍수, 가뭄, 열파의 발생 빈도가 증가하고, 동식물 서식 환경변화, 하천 유출량 변화와 해양 산성화 등 다양한 형태로 기후변화의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

 

20세기 우리나라 평균 기온의 상승 추세는 1.7℃로 전지구 평균을 상회한다. 이에 따라 1920년대에 비해 1990년대에 겨울은 한달 정도 짧아진 반면, 여름은 그 기간이 길어졌다. 이 기온 상승의 원인에는 도시화 효과가 포함돼 있으며, 이는 약20~30%를 차지한다. 강수량은 지난 100년 동안 약 19% 증가했고, 해마다 그 변동폭이 크게 나타났다. 20세기 후반기 우리나라 연강수량 기후값은 1312㎜였는데 2000년대에는 1389㎜로 77㎜ 증가했다. 이 연강수 증가량을 계절별로 보면, 여름철에 96㎜ 증가했지만 봄철에는 13㎜ 감소해 홍수와 가뭄의 상반된 기상현상이 함께 더욱 발생 가능성을 보였다.

 

빙하기 말기에 기록된 가장 빠른 온난화 속도는 기껏해야 1000년에 약 1℃수준이었다. 이때 자연과정에 의해 이산화탄소 농도는 약 100ppm 늘어났으며, 지구의 평균 표면온도는 5℃ 올라갔다. 지난 100년간 인간 활동에 의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100ppm 늘어났고 에어러솔과 비행운이 이 상승값을 어느 정도 상쇄시켜 기온이 0.74℃상승했는데 이는 빙하기 말보다 기온 상승의 변화속도가 매우 빠르다. 산업혁명 이후, 온실가스 농도의 증가로 지구는 약 2.6W/㎡의 에너지를 추가적으로 얻게 됐는데 같은 기간 태양에너지 약 0.12W/㎡ 증가에 비해 매우 큰 양이다. 그러므로 IPCC 제4차 보고서에서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지구 온난화의 원인을 ‘1950년까지의 기후변화는 66% 이상의 확률로 화산활동과 태양복사량의 변화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세기 중반 이후에 관측된 세계 평균 기온의 상승은 90% 이상의 확률로 인간 활동 때문에 발생한 온실가스 증가가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결론내렸다.

 

IPCC는 미래의 사회·경제적 상황을 근거로 몇 가지의 시나리오를 설정했다. 주요 시나리오에는 배출량이 증가 일변도인 ‘다원화 사회, A2’, 21세기 중반에 피크에 올라간 뒤 감소하는 ‘균형사회, A1B’, 그보다 더욱 배출량이 적은 ‘순환형사회,B1’ 등이 있다. 이 시나리오에 근거한 기후변화 모델을 통해 미래의 기후를 전망할 수 있다. 향후 20~30년 동안은 시나리오 종류에 민감하지 않지만 2050년에는 20세기 말에 비해 1.3~1.8℃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21세기 말에 이산화탄소 농도 550ppm이 되는 B1 시나리오에서 기온이 약 1.8℃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리고 830ppm이 되는 A2 시나리오에서는 약 3.4℃ 상승하며 이와 아울러 해수면도 23~51cm 상승할 전망이다. 기온 상승은 북반구 고위도 육지에서 가장 현저하고 해안보다 대륙 내부에서 더 큰 변화 경향을 가질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건조한 지역의 온난화가 습윤한 지역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A1B 시나리오에 근거한 우리나라의 21세기말 기온은 20세기 말 평년(1971~2000년)값 대비 4℃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온 상승에 따라 아열대 기후구는 20세기 말 제주도와 남해안 일부 지역에서 21세기 말에는 서울~대전~남원~구미~안동~포항을 거쳐 동해안을 잇는 선까지 북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강수량은 21세기 말에 15~20% 증가되고 변동성이 크게 나타날 전망이다. 전반적으로 21세기에는 호우 빈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난화가 초래하는 영향은 기후 요소들 간의 다양한 되먹힘으로 인해 본질적으로 비선형적인 특징을 지닌다. 이로 인해 온난화가 상당히 진행됐음에도 불구하고 기존의 지구환경 체계에 별다른 영향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전체 체계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인류는 다양한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이에 대한 지구환경 변화 대책은 ‘적응’과 ‘완화’의 두 분야고 크게 구분할 수 있다. 적응은 기후변화에 의한 부정적인 영향을 줄이기 위한 대응 정책을 말하며, 기후변화의 원인인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정책은 완화라고 한다. 적응은 ‘역사적 책임성과 사회적 공정성’에 기반해 기후변화 취약계층 지원, 사회적 인프라 구축과 예방적 조치 등으로 수행된다. 그리고 완화는 ‘다음세대에 대한 윤리적 책임’에 기반해 위험한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감축 기술개발·이전과 정책·국제공조 등으로 구성된다.

 

기후 변화에 의한 지구환경 변화 대응은 심각한 정치적·산업적 함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냉정하게 평가하기가 어렵다. 이해관계가 커질수록 특정 이해 당사자들은 자기 문제를 논하면서 핵심을 숨길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구환경 변화의 위험 수준 결정과 온실가스 배출량 저감목표 등 기후 정책은 외국 자료에만 의존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 변화는 오늘날 인류가 맞닥뜨린 광범위한 영역의 새로운 문제이므로 지금까지의 개별 분야 대응으로는 극복될 수 없다. 즉 지구 시스템에 대한 전략적 설계와 이 설계가 실현될 수 있는 거점을 국가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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