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조은아 기자]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 북부에서 작업을 하고 있는 다섯 명의 작가(Five Looking West Consortium)들은 ‘태평양을 넘어 한국을 바라보다-미국 예술가 5인의 시각’ 전시회를 한국국제교류재단 문화센터에서 개최했다. 사진작가로서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마릴린 헐버트는 한국의 민화나 문화에서 받은 영감을 자연에 담아 사진 프레임으로 표현했다. 마릴린 헐버트를 만나 한국의 자연과 문화 그리고 작품에 대해 이야기 나눴다. <편집자주>

 

한국민화·병풍 등 영감 얻어 사진으로 표현
발상의 전환 통한 자연 신비로움 깨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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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작가 마릴린 헐버트(Marilyn Hulbert)
Q. 작품에 대해 소개해달라.

 

A. 작품 중에는 ‘스크린’이란 작품이 있다. 이 작품은 미국 아리조나주 동남쪽의 황량한 사막에 ‘치리카후아’라는 산이 있는데, 울퉁불퉁한 바위들이 험준하게 솟구친 산이다. 근데 그 산과 금강산의 숲은 매우 비슷한 모습을 띠고 있다. 어느 신화의 내용을 보면 금강산이 중국에서 날아와 한국으로 왔다는 내용을 들은 적이 있다. 이 치리카후아 산을 보고 있노라니 한국의 금강산이 정말 미국으로 ‘날아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사진을 여러 장 겹쳐 보는 각도에 따라 달라지는 랜티큘러 기법을 활용해 산의 여러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이는 하늘도, 산도, 나무도 모두 하나라는 것을 의미한다.

 

Q. 금강산과 닮은 산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A. 전시에 함께 참여한 로이스 랭커스터 씨가 25년 전쯤 이 치리카후아 산을 다녀왔다. 그 이후 금강산을 다녀온 후 두 곳이 비슷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원래 사진작업을 할 때 자연과 관련된 작업을 많이 했는데 이번 전시의 기회를 빌려 금강산과 닮은 치리카후아 산을 방문하게 됐다.

 

Q. 사진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있다면.

 

A. 어려서부터 예술에 관심이 많아 아홉 살 때부터 이미 평생 직업으로 예술을 할 것으로 생각했다. 이웃에 살던 수채화가에게서 그림을 배웠고, 이후에도 계속 미술공부를 했다. 버클리에서는 미술로 석사학위를 받고, 쉐브론사의 전속 사진가로 활동했다. 또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서 뿐만이 아닌 비영리단체를 홍보하는 자원봉사와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것에도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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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을 여러장 겹쳐 각도에 따라 다른 그림이 보이게 하는 랜티큘러 기법을 이용한

작품 '스크린(The Screen)'


Q. 오래전부터 한국의 자연에 관심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A. 처음 한국 미술에 알게 된 것은 25년 전 어느 한국 잡지를 통해서였다. 과감한 색깔과 그래픽 사용에 놀랐던 것이 기억난다. 때문에 이번에 이번 전시의 작품들도 한국의 민화나 집, 민속품 등에서 받은 영향을 많이 표현했다. 예를 들어 반복적인 패턴이나 소재, 네모의 연속적인 배치 등은 병풍와 민화에서 영감을 받아 사진 프레임에 담았다.

 

Q. 특히 작품에 구름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A. 그렇다. 구름 역시 한국의 미술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한국 전통회화, 그중 민화를 보면 운문이라고 해서 구름 모양을 많이 활용하는 것을 보았다. 민화라는 것은 화가 자신이 산을 어떻게 보는지에 대한 해석이므로, 어떤 경우 산의 모습을 왜곡하는 것일 수 있지만 그 범위는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나 역시 산에 대해 매우 관심이 많아 한국의 산과 민화 등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고 작품에 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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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릴린 헐버트의 작품 '한국으로 날아가다(Flying to Korea)'

<자료=한국국제교류재단>

Q. 주로 자연을 담는 사진을 찍는데, 아름다운 곳만이 아니라 오염되거나 훼손된 자연도 사진에 담는지 궁금하다.

 

A. 꼭 아름다운 곳을 찾아서 찍거나 오염된 곳을 찾는 것은 아니다. 자연을 찾았을 때 그곳이 아름답지 않을 수도,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경우도 발생한다. 내 의도와 다른 결과물이 나왔을 때는 다양한 편집기법을 활용하거나 시각이나 발상의 전환을 통해 변화를 주는 방법도 사용한다.

 

Q. 다양한 시각의 작품이 많은 것 같다.

 

A. 자연을 그대로 담는 사진이지만, 가끔은 시각을 달리할 때도 있다. 세상이 빨리 돌아가듯이 남편이 운전할 때 차창 너머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나를 반기지 않는 장면들, 예상외로 느낌이 좋은 장면도 있다. 원하는 사진이 나오기도 하고 또는 버려지는 사진도 존재한다. 그러다 버려진 사진 중에 예상외로 좋은 작품도 발견할 때도 있다. 시간이 점점 더 빨리 갈수록 그것을 따라잡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을 상징한다.

 

Q. 원래 자연에 대한 사진을 주로 찍나.

 

A. 자연을 사진으로 담았을 때만큼 다양한 모습을 갖고 있는 건 없다. 보는 이의 시각에 따라 다르겠지만 자연을 보고 있으면 때로는 내가 아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이고, 때로는 내가 알지 못하는 사람의 얼굴도 보인다. 때문에 내가 살고 있는 우리 근방의 모습이라도 찍을 때마다 모습이 다르고 어떻게 현상하고, 인쇄하느냐에 따라 다른 느낌을 선사한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신비로움이라 생각한다.

 

Q. 앞으로 계획이 궁금하다.

 

A. 그동안 한국에 관심은 많았지만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다. 이번 전시가 한국에서의 첫 전시인 만큼 앞으로도 계속적인 인연이 됐으면 한다. 또한 한국의 자연이 매우 아름답고 훌륭하니 여행은 물론이고 꼭 한국의 자연을 사진에 담을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lisian@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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