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앞.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얼마 전 벚꽃축제 사진을 찍으러 여의도에 다녀왔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봄 내음을 맡으러 온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고 벚꽃은 아름답게 피었다. 그러나 벚꽃이 만발한 한쪽에는 한 아주머니가 아픈 다리를 지팡이로 지탱하며 몸에 시뻘건 글씨를 두르고 쉰 목소리로 외치고 있었다. “파괴된 내 고장 정선을 살려내라”

 

정선카지노가 생긴 이래로 수많은 인생이 파괴되고 자살자가 속출했으며 가장을 잃은 가정이 붕괴했다. 엄밀히 말하자면 명절에 가족들끼리 모여 10원짜리 화투를 쳐도 불법이지만 국가가 운영하는 ‘도박장’만큼은 합법이다. 왜냐하면 수익금의 일부를 ‘좋은 일’에 쓰기 때문이란다. 더 많은 부분은 국고로 들어가겠지만.

 

도박에서 돈을 따는 사람은 없다. 카지노를 수학적으로 분석하면 확률적으로 한번 판이 돌 때마다 돈을 잃게 된다. 한두 번은 이득을 얻을지 몰라도 원래 확률이 그렇듯 계속해서 반복되면 반드시 돈을 잃게 돼 있다. 그 와중에 돈을 버는 것은 ‘물주’, 다시 말해 판을 벌인 국가다.

 

국가가 판을 벌여놓고서는 도박으로 인해 인생을 망친 사람들에게 ‘네가 자제심이 없어서 그래’라고 비난의 화살을 돌리는 것은 그런 면에서 너무나 파렴치한 짓이다. 이런 사정이라면 “국가가 사설도박판을 단속하는 것은 자신들이 독점하고 있는 ‘도박시장’을 개인들이 나서서 물을 흐리는 것을, 시장을 빼앗는 것을 막으려고 공권력을 동원해 막는 것이다” 이런 주장도 나올 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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