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장사진4.

▲환경분제를 일으킨 기업뿐 아니라 해당기업의 제품을 구매한 기업에게도 개선책을 요구하는

 감시망이 늘고 있어 친환경상품의 판매가 촉진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이 그린 SCM에 주목하는 이유는 각국 정부들이 최근 경쟁적으로 각종 유해 물질에 대해 세세한 부품 및 물질 함량까지 직접 관리하기 시작한데다 최근 탄소발자국(Carbon Footprint) 등 제품의 라이프사이클 전반에 걸쳐 환경영향력을 평가하는 인증제도가 등장하면서 원재료 생산에서 유통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서의 환경영향에 대한 관리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편집자 주>

 

개별기업의 자체 생산과정이 아닌 전체 SCM(Supply Chain Management) 관점에서 친환경 개념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그린 SCM이 확산되고 있다. 환경문제에 대해서 문제를 일으킨 기업뿐 아니라 해당기업의 제품을 구매한 글로벌 기업에게 개선책을 요구하는 시민단체의 감시망도 늘고 있다. 제품 생산의 전 과정에 걸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기업이 감수해야 할 사회적, 금전적 위험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그린 SCM 구축에 나서는 기업들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협력업체를 선정하거나 평가할 때 품질, 가격, 납기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량, 에너지·물 사용량, 유해물질 사용 여부 등을 관리한다. 이제까지는 제품 성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주요 공급업체를 중심으로 관리해 왔다면 그린 SCM에서는 작은 부품을 생산하는 중소 규모의 협력업체 혹은 2차, 3차 혹은 그 너머에 있는 협력업체까지 관리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또한 재사용, 재활용, 재생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폐기한 제품을 선별적으로 원재료로 투입하는 Reverse SCM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푸마의 환경손익계산서.
▲Puma의 환경손익계산서(Environmental Profit & Loss Statement)<자료=LG경제연구원>

환경단체와 파트너십 강화

 

우리 기업에게도 그린 SCM은 당면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그린 SCM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원재료, 가공, 유통, 소비, 폐기 전반에 걸쳐서 어디서 어떤 환경 오염요인이 존재하는 지 파악하고 전체 공급망에 걸친 공통의 과제를 도출할 필요가 있다. 특정 단계에서 환경오염이 최소화 된다고 해서 반드시 전체 시스템의 환경 오염 정도가 적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효과적인 그린 SCM 구축을 위해서는 동종기업과 환경단체와의 파트너십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Reverse SCM처럼 개별 기업만으로는 규모의 경제효과를 누릴 수 없거나 초기 투자 비용이 클 때, 파트너십은 매우 유용하다. 이제는 제품, 서비스, 생산공정, 물류 등 개별 기업의 경영활동을 넘어 전체적인 시스템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추구해야 하는 시점이다.

 

제품, 서비스, 생산공정을 넘어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친환경적인 성장방식을 모색하는 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자체 생산 과정에서가 아닌 SCM 부문에서 친환경 개념을 도입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그린 SCM이 확산되고 있다.

 

올해 초, 스포츠 의류회사 Puma는 환경손익계산서(Environmental Profit & Loss Statement)를 발표했다. 기업으로서는 세계 최초로 환경비용을 화폐가치로 환산한 것이다. Puma의 환경손익계산서에 따르면 2010년 한 해 동안 기업활동으로 발생한 환경 비용은 총 9440만 유로이다. 하지만 이 중 Puma가 직접 발생시킨 비용은 730만 유로로 전체의 7.7%에 불과하다. 온실가스 배출 및 물 사용 관점에서 본다면 각각 15%, 0.01%에 그치는 수준이다. 이는 실제 환경비용의 상당부분이 공급망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목화, 고무 등 원재료 생산 단계의 환경 비용이 높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비단 Puma 만의 상황은 아니다. 투자기관의 위임을 받아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공개하는 CDP(Carbon Disclosure Project)에서 발표한 Supply Chain Report 2011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기업 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절반 이상이 공급망에서 발생하고 있다. 글로벌 유통업체인 WalMart의 경우, 기업활동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중 공급망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의 90%에 이른다. 때문에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는 기업들은 개별 기업의 제품, 서비스, 생산공정을 넘어 전체 시스템 관점에서 기업활동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특히 공급망이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그린 SCM에 주목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SCM(Supply Chain Management)이란 원재료 추출에서 생산, 유통, 소비, 폐기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재화, 정보, 현금의 흐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것을 뜻한다. 불필요한 재고가 누적되거나, 제때 납기를 맞추지 못해 제품을 팔지 못하는 경우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1990년대 들어서면서 비용절감 및 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해 생산 공장 및 협력 업체들이 전세계 각지로 흩어지고, 이들을 연결하는 물류가 복잡하게 얽히게 되면서, SCM은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데 중점을 두기 시작했다.

하지만 최근 환경 규제가 강화되고, 소비자들의 의식수준이 높아지면서 SCM 관점에서도 환경적 요소를 고려한 그린 SCM이 부상하고 있다. 전체 공급망을 설계하고 운영하는데 가격, 품질, 민첩성, 유연성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 물 사용 절감, 폐기물 최소화, 유해물질 제거 등도 중시하기 시작한 것이다.

 

친환경자재 핸드폰(삼성).

▲글로벌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세계 각지에 흩어져있는 생산공장 및 협력업체에게 각국의

환경규제나 지침을 준수할 것을 요구해왔다.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

 

사실 글로벌 기업들은 오래 전부터 글로벌 각지에 흩어져있는 생산공장 및 협력업체에게 각국의 환경 규제 혹은 내부 환경 지침을 준수할 것을 요구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기업들이 다시 한번 그린 SCM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각국 정부는 최근 경쟁적으로 각종 유해물질에 대해 세세한 부품 및 물질 함량까지 직접 관리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는 자동차 연비, 에너지 효율 등 제품 성능을 관리하거나, 폐수 및 대기 중으로 방출되는 오염물질 농도 등 환경 규제를 강화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세부 부품, 구성 성분, 운송 과정, 폐기물 수거 등으로 관리의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유럽에서 시행되고 있는 신화학물질규제(REACH)는 제품에 포함된 화학물질을 미리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게다가 오늘날 선진국에서 신설된 환경규제가 중국 등 신흥국에서도 빠르게 채택되고 있고,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WTO에서도 자국의 환경, 안전, 보건과 관련된 규제는 예외로 인정하고 있는 만큼 향후 정부 규제는 더욱 빠른 속도로 강화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기업이 그린 SCM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사회적, 금전적 비용을 감수할 위험이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2001년 12월, Sony의 가정용 비디오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130만대가 네덜란드 세관에서 발이 묶였다. 당시 대만의 협력업체가 공급한 전선에서 기준치 이상의 카드뮴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카드뮴은 배터리 및 전선에서 사용되던 물질이었으나 네덜란드에서는 제품 폐기 과정에서 사람과 환경에게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하에 사용이 제한됐다. 이로 인해 Sony는 크리스마스 특수로 준비했던 1억 6000만 달러 가량의 물량을 제때 시장에 내놓지 못했으며 부품을 교체하고 다시 포장하는데에도 추가적으로 비용을 치러야 했다.

 

또한 바비인형으로 유명한 Mattel은 2007년 96만7000개의 제품을 리콜한 바 있다. 장난감에 칠해진 페인트에서 기준치 이상의 납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의 추적 결과, 원인은 납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가짜 인증서를 발급한 염료업체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납이 포함된 염료가 페인트사로 공급되고, 이것이 다시 Mattel과 오랜 계약관계를 맺어온 Lee Der Industrial Company로 공급됐던 것이다. 이로 인해 Mattel은 약 100만 개의 제품을 리콜하고, 2009년에는 미국 소비자안전위원회(Consumer Product Safety Commission)로부터 230만 달러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또한 Mattel이 신속한 리콜과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사태에 대응하는 동안, 유럽 완구업체들은 ‘메이드 인 유럽’을 강조하며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펼치는 등 경쟁 기업들의 대응도 적극적으로 전개된 바 있다.

 

<정리=김경태 기자·자료=LG경제연구원>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