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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무할당제, 유연한 운영 필요

이희선

FIT와 일정기간 병행운용으로 부작용 최소화

동일한 에너지라도 규모의 경제성 고려해야

 

일반적인 시장 논리로 보면 경쟁 메커니즘 때문에 RPS가 더 효율적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국제회계기업인 Ernst&Young은 기업의 FIT가 RPS와 유사한 영국의 RO와 인증서 거래제도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다고 보고한 바 있다. 또한 RPS 국가였던 미국이 최근 들어 FIT에 관심을 보이는 것과 이탈리아가 RPS와 FIT 제도를 병행 운용하고 있는 것도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재생에너지의 경쟁력이 없는 상태에서는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가 우선 이뤄져야 하며 기술이 발전해 시장에 진입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리스크를 줄여 진입장벽을 제거할 수 있는 FIT가 필요할 수 있다. 반면에 시장이 성숙한 상태에서는 경쟁이 기술개발 및 비용절감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에 RPS가 효과적일 수 있다.

 

FIT와 RPS가 각각의 장점이 있고 두 제도가 가져올 신재생에너지 시장의 결과가 다르며 또 제도가 한 번 시행되면 많은 이해관계자가 생기는 것을 고려하면 FIT의 폐지를 논하기에는 조금 이르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두 제도를 일정기간 병행 운용하면서 단점을 보완하고 장점을 취하는 것이 신재생에너지 산업의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RPS와 FIT 모두 장단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제도가 우수한지에 대한 논의를 반복하는 것보다는 어떻게 두 제도의 장점을 조합해서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할 수 있는가에 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두 제도가 서로 배타적이지 않고 각각의 장단점을 보완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초반 이후 유럽에서 있었던 정책통합논쟁은 이런 인식의 전환을 잘 보여준다. 초반에는 FIT와 RPS 중 어느 제도가 더 우수한가에 대한 논쟁이 주를 이뤘지만 최근에는 재생에너지의 보급 확대라는 목표를 달성하고자 두 제도의 장점을 어떻게 조합해서 정책을 설계할 것인가에 더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여러 주에서도 최근에는 정책조합의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커지고 있다. 이는 RPS에서 재생에너지 보급 성과가 목표량에 크게 못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들 주에서는 FIT를 전면 도입하기보다는 대체로 캘리포니아처럼 소규모 사업에 한해 FIT를 실시하거나 플로리다처럼 RPS 내에서 발전사업이 원활히 진행되기 어려운 태양광 같은 발전원에 대해 별도의 FIT를 시행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조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나아가 연방 차원에서의 FIT. 도입을 위한 법안 마련도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2012년부터 RPS를 도입하고 FIT를 폐지하려는 것 대신에 RPS와 FIT를 병행 실시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FIT를 배제한 RPS 전면 도입은 사실상 민간의 재생에너지 설비투자를 억제할 것이고 대형 발전사업자의 설비투자 부담을 가중시켜 국민이 전기료 인상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현재 정부의 RPS 도입안대로 2012년부터 RPS를 시행하면, 6개 발전사회사 등 RPS 의무대상 발전사업자들이 감당해야 할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액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조~2조5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민간에서 소규모의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안정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주는 FIT를 병행하거나 RPS 내에서 FIT에서의 장점들을 도입해 운영한다면 정부의 재정부담도 덜면서 보호육성이 필요한 재생에너지 산업을 간접 지원할 수 있다.

 

동일한 에너지원에 대해서도 규모의 경제성을 고려해야 한다. 동일한 기술 및 시장성을 갖춘 동일 에너지원도 발전사업의 규모의 경제성에 의한 수익성 및 생산성의 차이가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점을 고려해서 소규모 재생에너지 사업자에게는 안전성이 높은 FIT를 적용하고 대규모 사업자에게는 시장 메커니즘에 의한 가격 경쟁을 거쳐 선정되는 RPS를 통해 지원하는 방식의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

 

실제로 RPS를 도입하고 있는 영국이나 캘리포니아 등은 소규모 발전사업에 대해 사업의 안전성과 경제성을 높여주고자 FIT를 별도로 유지하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의무대상 사업자가 사업을 분할해서 소규모 사업으로 신청함으로써 발전차액을 지원받게 되는 것을 우려해 별도의 지원제도를 두는 것을 꺼리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국내 환경영향평가 과정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한 사례가 있으며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마련된 바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사례의 분할신청 방지 관련 장치들을 참고한다면 제도적 틈새를 보완하면서 소규모 발전사업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조합할 수 있을 것이다.

 

현 시점에 일방적으로 FIT의 폐지와 RPS 도입 추진을 시행하는 것은 여러모로 어려움이 따른다. 이는 각기 다른 제도를 운영하던 선진국들이 전혀 새로운 전혀 새로운 제도로의 전환을 추진하기보다는 두 제도의 장점을 조합해 보다 나은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을 통해 알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획일적으로 RPS 제도를 적용시키는 것보다는 기존 FIT 제도의 장점을 살려 RPS 제도 내에서 조합시킬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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