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 레미안방배아파트 현장

 

[환경일보 조은아 기자] 이번 추석에 비가 많이 온다는 기상청 예보에 지난 2010년 추석의 악몽이 다시 떠올랐다. 다행히 추석 연휴에 많은 비가 내리지 않아 안전하고 풍성한 시간을 보냈지만, 그렇다고 단순히 비가 많이 안 와서 기뻐해야 할 일은 아니다. 매번 기상재해를 운에 맡기고 보낼 순 없지 않은가. 언제 또다시 폭우가 쏟아질지 모른다.

 

최근 어느 세미나장에서 소방방재청이 발표한 기후변화 대응 집중호우 대책을 듣고 깜짝 놀랐다. 기후변화에 선제 대응하고자 방재성능목표 강우량을 설정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다. 깜짝 놀란 것은 바로 그동안 우리나라 방재시설물 설계 기준의 기본이 되는 확률강우량도가 지난 2000년에 개정된 기준이라는 것이다. 2000년 이후 발생한 태풍 루사와 매미, 그리고 올해 7월의 집중호우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었던가. 그럼에도 여전히 과거 10년 전의 기준을 사용하고 있었다니, 어쩌면 그동안의 대규모 침수피해는 인재였던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 년 전부터 국지성 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강우강도가 증가함에 따라 피해를 더 많이 입은 곳은 도시였으며, 이는 방재시설물의 설계기준이 시설물 종류와 설치시기에 따라 각기 달라 대규모 침수피해가 발생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지역별로 최악의 기상 예측치를 반영한 방재기준을 적용하는 ‘방재성능목표 강우량’을 설정·운영하고, 기후변화에 따른 방재기준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부처별 해당 시설물의 설계기준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제 집중호우와 같은 현상은 기상이변이 아닌 일상화가 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루라도 빨리 방재시설물의 새로운 설계기준을 도입해 적어도 인재로 인한 피해는 막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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