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실조 1.
▲5세 미만 어린이 사망 원인의 35%가 굶주림 때문이다.<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Hi5 (하이파이브)’는 전 세계 모든 어린이들의 다섯 번째 생일을 지켜주자는 바람을 담아 세이브더칠드런이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진행하는 글로벌 캠페인이다. 저개발국에서는 아이들이 5살이 될 때까지 살아 있는 것이 예삿일이 아니다. 폐렴이나 설사, 영양실조처럼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질병 탓에 아이들이 4초에 1명씩 목숨을 잃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의 자료를 협조받아 총 4회에 걸쳐 이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자료제공=세이브더칠드런·정리=김경태 기자>

 

세상에는 모든 사람이 먹고도 남을 만큼 식량이 남아도는데, 지구촌 어느 한 쪽에서는 아이들이 굶주린 채 세상을 뜨고 있다. 최근의 경제위기, 식량가격 폭등으로 굶주린 아이들은 점점 늘어만 간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영양실조 문제의 심각성을 함께 생각해보고 이에 대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소개하고 있다.

 

영양실조는 ‘침묵의 살인자’로 불린다. 전 세계 5세 미만 어린이 사망 원인의 35%가 굶주림 때문이지만 이는 사망원인으로 집계조차 되지 않는다. 영양실조로 허약해진 아이를 마지막으로 쓰러뜨린 질병이 공식 사망원인으로 꼽히기 때문이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20개 저개발국에서 말라리아로 인한 아동 사망의 57%, 폐렴으로 인한 아동 사망의 52%가 굶주림이 원인이 돼 발생했다. 영양 상태와 질병에 대한 면역력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영양실조 2.

▲가까스로 사망 위기를 넘겨도 영양실조를 겪은 아이들은 신체 발육과 두뇌 발달에

손상을 입는다.<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영양실조 때문에 병에 걸린다

 

문제는 높은 사망률만이 아니다. 가까스로 영양실조를 견뎌낸다고 해도 평생에 걸쳐 돌이킬 수 없는 상처가 남는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두 돌이 되기 전까지, 생애 첫 천 일 동안 영양실조를 겪은 아이는 신체적 발육뿐만 아니라 인지 및 학습능력 발달에서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세계보건기구(WHO) 연구에 따르면 미세 영양소 가운데 하나인 요오드의 결핍을 겪은 아이는 또래보다 지능지수 (IQ)가 평균 10~15 정도 낮다. 또 영양실조는 학교 출석률과 학업 성취도에도 영양을 미쳐 영양실조에 시달린 아이가 성인이 됐을 때 평균 소득 또한 그렇지 않았을 때 견줘 20% 이상 낮다.

 

세계에 식량은 남지만 그럼에도 아동 영양실조를 줄이려는 노력은 미미하다. 전 세계 발육부진 아동 수는 1990년부터 2010년까지 겨우 13%, 해마다 0.65 퍼센트씩 감소하는 데 그쳤다. 아프리카만 놓고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해서 지난 20년간 발육부진 아동의 비율 단 2퍼센트 감소했을 뿐이다.

 

지난 20년 동안 세계의 식량 생산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을 고려하면 부끄러울 만치 저조한 개선이다. 또 이는 1990년 이후 결핵으로 인한 사망률이 40%, 2000년 이후 말라리아로 인한 사망률이 25% 줄어든 것과 비교해도 매우 미미한 진전이다.

 

영양실조 3.

▲세계 식량 생산은 20년 간 2배 증가했지만 발육부진 아동 수는 해마다 0.65% 감소에

 그쳤다.<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기상이변으로 식량가격 폭등

 

최근의 경제 위기와 기후변화로 인한 가뭄은 식량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식료품 값이 치솟으면서 저개발국 빈곤층의 식탁을 위협하기 때문이다. 저개발국 빈곤 가정은 보통 소득의 80% 정도를 식료품 구입에 쓰는데, 곡물 값이 비싸져 소득 전부를 식량 구입에만 쓰더라도 가족들이 끼니를 제대로 잇지 못한다. 이 때문에 가축이나 집안 살림을 팔거나 아이를 학교 대신 일터에 보내는 일이 잦다.

 

세이브더칠드런이 인도, 방글라데시, 나이지리아 등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여섯 가구 중 한 가구꼴로 어린이가 먹을 것을 구하고자 학교 대신 노동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가난해서 굶주리고, 굶주리기 때문에 더욱 가난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것이다. 세계에는 모든 사람이 먹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이 있다. 문제는 식량에 대한 불평등한 ‘접근성’이다. 가난한 사람들은 시장이 너무 멀어서, 일을 하고 받는 돈이 식량이 사기에는 너무 적어서, 식량이 너무 비싸서 굶주린다.

 

영양실조 4.

▲미세 영양소 보급을 늘리고 모유 수유 등의 행동 변화만으로도 아동 사망의 25%를 줄일

 수 있다.<사진제공=세이브더칠드런>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다행히 우리는 아동 영양실조를 줄이는 방법을 알고 있다. 의학전문지 란셋(Lancet, 2008)의 발표에 따르면 비타민 A나 철분 등의 미세 영양소 보급을 늘리고 모유 수유 등의 행동 변화를 늘리기만 해도 아동 사망의 25%를 줄일 수 있다. 더불어 더욱 지속적인 관점에서 빈곤층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사회정책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영양실조의 근본 원인인 빈곤을 줄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식량을 긴급지원 하는 것 외에도 저개발국 빈곤층이 대부분인 소농의 소득을 늘리고 기후변화에 대한 이들의 대응력을 높이기 위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아동 영양실조 문제 해결책을 소개하고 있다.

 

영양실조를 눈에 띄는 문제로 만들고 이를 해결하려면 우리의 뜻과 힘을 모아야 한다. 굶주리는 5세 미만 어린이가 없는 세상을 위한 ‘Hi5’, 세이브더칠드런과 함께 손뼉을 마주쳐 친다면 세상 모든 아이의 건강한 웃음을 우리가 지켜줄 수 있을 것이다. 캠페인 후원 및 사업후원 문의는 세이브더칠드런 홈페이지(www.sc.or.kr) 또는 전화(026900-4400)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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