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지 확보와 효율적인 농경지 활용 중요

장기적 안목으로 미래 식량기지 개발에 나서야

 

 

박기훈부장사진
최근 잇따른 기상이변으로 곡물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세계의 주요 곡창 지대인 미국, 브라질, 러시아 및 호주 등지에서 홍수와 가뭄 등으로 작황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곡물 생산량이 감소됨에 따라 세계적으로 식량의 안정적 공급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2011년 세계 식량의 날 주제로, ‘식량 가격 - 위기에서 안정까지’를 정한 바 있다. 이날 FAO의 Dr. Jacques Diouf 사무총장은 기념사에서 식량위기 뒤에 숨은 거대 자본의 탐욕을 지적하고 세계 식량 공급 안정화를 위해서는 정치적 의지가 요구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6.7%로 추산된다. 그 중 95%가 쌀이 차지하는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1개국 중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2008년 세계 곡물파동 이후 밀, 옥수수, 콩 등 주요 곡물의 국제가격이 급등하면서 식량 위기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쌀 자급률이 높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안정적 식량공급에 대해 비교적 둔감한 편이다.

 

세계적 석학들은 에너지 위기 다음으로 식량 위기가 닥칠 것으로 경고하고 있다. 소설 <식량전쟁>의 저자는 식량위기를 ‘소리 없는 쓰나미(津波)’라며 ‘식량은 세계를 컨트롤할 수 있는 지배권력’ 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일본은 식량자급률을 60~80%로 높이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고, 중국도 식량의 자급자족을 기본 원칙으로 정하고 국제 정세에 대응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경제도 세계 식량위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에서 식량안보와 국제경쟁력 강화를 다시금 확고하게 추진해야 할 것이 있다.

 

식량자급률 상승 및 안정된 식량 공급을 위해서는 첫째 농경지 확보가 가장 큰 변수다. 농림수산식품부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에 여의도 면적의 16배에 달하는 농지가 공공시설, 산업단지 및 아파트 등의 용지로 전용됐다고 한다. 오랜 세월에 걸쳐 조성된 농경지가 일단 전용화 되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농경지의 전용을 최소화해 귀중한 농토가 사라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처럼 안정된 식량 공급을 위해서는 농경지 확보와 더불어 효율적인 농경지 활용도 빼놓을 수 없다. 겨울철에 유휴농경지를 활용하여 동계작물 및 조사료를 생산하면 식량자급률 향상은 물론 수입 곡물의 상당부분을 대체할 수 있다. 2011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전체 경지 면적은 180만ha이다. 이 중 논 면적은 약 100만 ha이며, 그 중 영농조건이 양호한 논은 약 67만ha로 추산된다. 이 중 30만ha에서 밀, 보리 등 동계작물을 재배하면 105만 톤의 작물 생산이 가능하다. 나머지 37만ha에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조사료를 생산하면 수입 곡물을 230만 톤 정도 대체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현재의 곡물자급률 26.7%를 40%이상 까지 향상시킬 수 있는 수치이다. 식량안보 전략수립은 유효 농지의 확립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 해외식량기지 개발을 통한 식량 수입선의 다변화로 세계적인 식량 수급불균형에 대한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 한정된 농지 면적을 고려할 때 국내 생산량을 늘리는데 한계가 있으므로 해외식량기지 개발은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2009년부터 해외 농업개발 10개년 계획을 세운 정부는 해외에 진출하는 기업에 저금리 융자를 해주는 등 다각적인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러나 해외에서 생산된 곡물을 국내에 안정적으로 반입할 수 있는 유통시스템이 아직 부족하다. 일찌감치 해외식량기지 개발에 뛰어든 일본의 경우 ‘식량기지 개발이 확정되면 상대 국가에서 수출 제한 조치를 내리지 않도록 국가 간 양해각서를 체결하는’ 등의 방법으로 유통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해외에서 생산된 곡물이 원활히 반입될 수 있도록 국가차원의 체계 구축이야말로 식량자급 안정화의 전제 조건이다.

 

셋째 국내에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미래 식량기지 개발에 나서야 한다. 그 해답은 13만 5,100ha에 달하는 간척지에서 찾을 수 있다. 정부는 새만금 간척지를 포함한 11개 특성화 지구에 대한 토양이용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특히 국가주도로 개발된 간척지는 2008년부터 대규모 임대로 전환하여 개발하고 있다. 단기간의 개발보다는 점진적인 개발을 통해 식량 위기상황에도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농촌진흥청은 이를 위해 간척지에서 작물을 안정적으로 생산 할 수 있도록 제염기반을 조성하고, 간척지 토양 개량 연구를 통해 간척지농업에 필요한 작물 표준 재배매뉴얼을 작성할 계획이다.

 

지난 3월 한국과 미국 간의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이 공식 발효되면서 우리 농업을 둘러싼 주변 환경들이 급변하고 있다. 본 협정으로 인한 손익에 대해 다각적인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농업분야의 피해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돼 농업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은 국가의 근본이다. 식량은 우리 모두의 생명이자 자주 국방의 한 축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정적인 식량자급의 기반 확보 및 유지를 위해 안정성과 안전성 등을 고려한 종합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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