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윤슬기 씨
[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사람의 머리카락을 잘라 만든 가발을 수출해 먹고살던 한국은 최첨단 수준의 스마트폰과 LED TV를 수출하는 국가로 바뀌었다. 일본 강점기 어류와 채소, 과일을 수출하던 구멍가게 수준의 기업은 누구나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 성장했고 사주는 천문학 수준의 재산을 쌓아 올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신의 노력으로 이룬 부는 부러우면 부러웠지, 비난의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그 기업의 생산공장에서 일하던 노동자 56명이 사망하고 수백 명이 고통받고 있다면 문제는 달라질 것이다. 그들은 해로운 화학물질에 노출돼 백혈병에 걸릴 수 있다는 위험에 대해 충분한 설명을 듣지 못했으며 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장비조차 없었다고 증언한다.

 

그럼에도, 문제의 대기업은 한 술 더 떠 해외 유명 연구기관에 연구를 의뢰해 자신들은 책임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정작 그들은 생산공정에 투입된 화학물질에 대한 정보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수십 명이 죽어도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는 나라에서 산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그리고 혐의를 받는 기업이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음에도 세계 일류 기업이라며 떠받듦을 받는다는 사실은 더욱 슬프다.

 

‘또 하나의 가족’을 슬로건으로 내세운 삼성은 한창 젊은 나이에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병을 얻고 퇴사 후 중증을 앓거나 심한 경우 사망에까지 이른 이들을 모른 체하고 있다. 한 젊은 노동자는 ‘우리는 삼성이 씹다 버린 껌’이라고 절규한다. 노래 가사처럼 ‘세계 최고, 동양 최대’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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