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 기상재해 19조원 수준, GDP 52%가 날씨 영향 

정부 지원 턱없이 부족, 기업들 기술 개발 난항

 

박광준 원장 ★.
▲사진=김경태 기자
[환경일보] 이민선 기자 = 최근 폭염, 폭우 등 이상기후로 인해 날씨와 관련된 산업이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국내 기상산업 시장 규모 역시 1997년 4억70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에는 1850억원의 신장률을 나타냈다. 이러한 통계자료는 기상산업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 인식이 달라졌음을 증명한다. 이에 한국기상산업진흥원 박광준 원장을 만나 기상산업의 현주소 및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 주>

 

한국기상산업진흥원은 비영리 법정기관으로 2009년 12월에 설립돼 이제 3년을 바라보고 있다. 이제까지 진흥원은 기상장비 수출 및 유지보수, 기상정보제공 업무 대행, 131 기상콜센터를 운영하는 등 기상청이 제공하는 업무 외에 다양한 분야를 통해 국민들에게 기상서비스를 전달하고 있다.

 

진흥원의 박광준 원장은 공무원으로서는 드물게 기상청 국제협력분야에 10년간 몸담았다. 이러한 경력을 바탕으로 진흥원 원장이 돼서도 국내 장비를 해외에 알리는 데 큰 역할을 해내고 있다.

 

박 원장은 “기상 업무 자체가 국제협력이 중요한 부분이 많다. 베트남, 벨기에 등에 우리 기상장비를 알리는 설명회 등이 계획돼 있고 중소기업중앙회와 협력해 해외개척을 위해 노력 중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진흥원이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끊임없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면서 “때문에 직원들에게 창의성을 강조하고, 넓은 시야를 가질 수 있도록 선진국 사례에 대해서도 꾸준히 연구하기를 주문한다”고 말했다.

 

“필수 기상정보는 무료 제공”

 

한편, 매년 국내 기상기후산업이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선진국에 비하면 그 수준이 상당히 미약한 상태이다. 미국 기상기후산업 시장규모는 9조원에 이르며, 이웃나라 일본도 매출액이 4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수치예보 기술력이 세계 7위 수준인 것을 감안했을 때 우리의 기상기후산업 시장규모는 매우 작은 것이 현실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기상산업 규모는 적어도 2조원 정도는 돼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박 원장은 “기상산업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민간 기상사업자들이 더 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48년부터 민간 기상업자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민간 기상기업 수만도 1000여개에 이르고 있다. 우리나라에 37개의 기업이 있는 것과는 비교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해 국민들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날씨 정보는 국민들이 기본적 생활을 위해 제공받아야 할 권리인데, 민간 기상업자들이 많아지면 기상정보를 유료로 받아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박 원장은 손사래를 치며 “오해다”라고 말했다. 그는 “기상청에서는 필수적 기상정보와 각종 예·경보를 국민들에게 제공할 것이다.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면서 “최근 잦은 기상재해로 인해 보다 상세한 정보가 필요한 특정 분야의 기업 및 개인들에게 유료로 기상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인데, 이 부분에 대해 많은 이들이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광준 원장에 따르면 민간 기상기업이 진흥원으로부터 기상자료를 수신해 기업이나 개인에게 맞춤형 기상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각 분야의 피해를 줄이고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진흥원에서.

▲진흥원에서 운영 중인 131 기상콜센터는 기상, 지상, 항공, 해양 등 기상청의 기상예보를 국민들에게

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평균치로 매일 3300~3500건의 기상정보 문의전화가 오고 있으며 집중호우 등

특별한 상황에는 1만건 이상의 콜이 온다. 사진은 업무를 보고 있는 기상 콜센터 직원. <사진=김경태 기자>


기상 R&D 예산 고작 32억원

 

조사에 따르면 1960년대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액이 약 1조원에서 2000년대에는 19조원까지 껑충 뛰었다. 미국 국립해양대기청에 따르면 기상과 기후정보가 국내총생산의 10%정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분석됐으며, 삼성지구환경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 GDP의 52%가 날씨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다고 한다.

 

날씨가 전 산업분야에 영향을 미치게 됨으로써 기상정보의 활용 또한 달라져야함은 물론이다. 박 원장은 “아쉬운 부분은 기상산업의 중요성을 모두가 인식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지원이 부족하다는 것이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올해 기상산업 R&D예산은 총 23개 부문에 32억 정도이다.

 

기상관련 기업들은 대부분 영세해 자체적인 개발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는 IT 기술이 발달돼 조금만 지원을 해줘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기상기업 중 직원이 100명이 되는 곳이 손에 꼽힐 정도다. 대부분은 적게는 5~20여명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국내 기상산업은 대부분 장비업에 집중돼 있다. 그나마도 장비의 국산화율이 29%에 불과하다. 박 원장은 “우리나라가 기본적 장비의 기술력은 갖추고 있다. 다만 첨단장비의 경우는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STX 엔진의 경우 지식경제부와 매칭펀드는 통해 기상레이더를 만들고 있는데 이것이 완성이 되면 뒤따라 첨단장비의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2011년.

▲2011년 11월29일~12월2일까지 4일간 인도네시아 기상청, 푼작기상대 및 자카르타 국제공항 항공기상청

등을 방문했다. 인도네시아 기상청 방문 중, 박광준 원장이 인도네시아 기상청 소속 직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자료제공=한국기상산업진흥원>


기상컨설팅과 교육 지원 추진

 

기상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진흥원에서는 날씨경영인증제와 장비성능인증제를 시행 중이다. 날씨경영인증제는 날씨정보를 기업(기관)경영에 활용해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기상재해로부터 피해액을 줄인 실적이 탁월한 ‘기업 또는 기관’에 인증을 부여하는 제도로 지난 11월에 처음 시행돼 3차례 평가를 마치고 올해 20개 기업에 수여식을 실시했다.

 

박 원장은 “정부차원에서 지원하는 다른 인증제도와 비교하면 부족함이 있어서 앞으로 인센티브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향후 기상산업진흥법개정과 연계해 법적 근거를 마련할 계획이다”면서 “이와 더불어 날씨경영에 필요한 기상기술 컨설팅과 교육을 위한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박 원장은 “사실상 세상 모든 일이 기상기후와 연관된다고 본다. 하지만 기상기후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대다수는 무지한 상태이며 정부조차 지원에 인색하다”면서 “진흥원에서는 기상기후산업 인식제고를 위해 올해 ‘찾아가는 기상정보활용 세미나’를 개최할 예정이고 청년취업아카데미를 통해 실무역량을 갖춘 인재를 양성해 일자리 미스매치를 해소할 방안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lmstop@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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