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김경태 기자 = 전기요금 누진제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너무 싼 전기요금 탓에 온 국민이 전기를 낭비할까 우려한 높으신 분들께서 많이 사용하면 사용할수록 전기요금 단가가 올라가는, 어디에도 없는 요상한 가격체계를 만드셨다.

그렇다고 부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나치게 많이 사용하면 ‘요금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에 적어도 서민들은 전기를 아껴 사용하게 된다.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석유 한 방울 나지 않는 나라에서 에너지 절약은 필수다.

그러나 이러한 누진제는 가정에만 적용된다. 뜨거운 여름에 손님을 끌기 위해 문을 열어놓은 체 에어컨을 펑펑 틀어도 누진제는 적용되지 않는다. 밤낮으로 공장을 돌리며 전기를 사용해도 마찬가지다. 집에서 쓰는 전기는 낭비하면 안 되지만 돈 벌기 위해 쓰는 전기는 펑펑 써도 된다는 소리다.

게다가 가정용 전기요금은 산업계에 적용되는 전기요금보다 비싸다. 서민에게 전기요금 걷어서 재벌들 전기요금에 보태주는 교차보조를 하고 있다. 2010년 기업별로 전기요금을 지원한 금액을 따져보면 삼성전자 1444억, 현대제철 760억 등 상위 10대 기업만 4300억원, 전체 산업용 전기요금 지원은 2조가 넘는다.

중소기업 지원 차원에서 일정 규모 이하의 기업만 지원한다면 차라리 이해라도 하겠지만 수조 원의 이익을 낸다는 대기업을 위해 어째서 국민이 전기요금을 보태줘야 할까? 지금의 누진제 논란은 산업계와 가정용 전기요금의 형평성을 빼놓고 일부분만 확대해석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수요관리를 하려거든 가정용이든, 산업용이든 공평하게 가격을 올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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