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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새로운 미래 준비하는 시각 가져라”

창조경제에 걸맞은 新패러다임 구축 절실해

현안은 지자체 주고, 정부는 미래 대비해야

ESH에서 SHE 시대로…지금은 ‘안전’ 우선

 

[환경일보] 박순주 기자 = 대한민국 과학기술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으로부터 시작됐다. 과학기술의 불모지였던 이 땅에 뿌리를 내린 지 반 세기, 이제는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KIST를 이끌며 한국 과학의 대들보 역할을 하고 있는 문길주 원장을 만나 환경과 과학기술의 미래지향적 역할 등에 대해 들어보자.<편집자 주>

 

미래 준비형 패러다임 요구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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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 문길주 원장

1996년 설립 이래 한국과학기술연구원(이하 KIST)가 걸어온 길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의 역사였다.

 

KIST는 에너지, 환경, 재료, 건강, 정보, 전자 등 각종 연구 분야의 창의적 연구 성과를 학계와 산업계 등에 보급하고, 과학기술 인재 배출과 함께 여러 이공계 연구소를 탄생시키는 등 국가 과학기술 선도 기관으로서의 맏형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왔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겪어온 변화의 중심에는 항상 과학기술의 발전이 있었고, 그 선두에는 늘 KIST가 자리해 왔다. 이제 지식기반 사회로의 전환, 급속한 세계화, 과학기술 융합의 가속화 등 오늘날 인류가 당면하고 있는 커다란 변화의 중심에서 다시금 미래를 여는 동력이 되고자 한다.”

 

KIST 문길주 원장은 창조경제 시대 KIST와 과학기술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넓은 시야를 갖고,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할 때”라고 단언했다.

 

이를 반영하듯 KIST는 앞선 사고와 미래지향적 역할을 통해 남들이 할 수 없는 프론티어 연구와 국가적 아젠다를 뛰어넘어 글로벌 아젠다를 해결하는 ‘할 수 있는 연구’가 아닌 ‘해야만 하는 연구’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양새다.

 

문길주 원장은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10년, 20년 후의 미래를 준비하는 게 과학기술의 역할”이라고 강조하며 “물론 기술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부도, 정책도, 인프라도 변해야 미래가 빛을 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근혜 정부가 주창하고 있는 창조경제를 위해선 과학기술이 하나의 축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해 해내야 한다. 또한 창조경제가 성과를 내도록 과학기술, 정부, 정책, 인프라 등을 어떻게 잘 융합시키느냐는 대통령의 몫이다.

 

“우리나라가 새마을 운동을 시작할 무렵만 해도 세계 100여 개국 중 하위 5%에 속할 정도로 가난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200여 개국 중 상위 5%에 들어간다. 이는 한국의 산업혁명이라 부를 정도로 엄청난 발전이다.”

 

우리나라는 불과 반세기만에 ‘하위 5%에서 상위 5%’로 바뀐 장족의 변화를 일궈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문 원장은 “이런 변화에 발맞추고, 나아가 상위 1%안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라고 제안했다.

 

시대를 앞서 가야 할 과학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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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0년간 우리는 제조업을 많이 했었다. KIST 역시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TV, 전자식 전화기, 공업용 인조다이아몬드, 간디스토마 약까지 만들었다.

 

1970년대에는 가발도 만들었다. 당시에는 이것들이 가치를 높이는 분야였고, 돈을 벌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디지털산업, 서비스산업으로 바뀌었다. 이는 디지털, 서비스 시대에 맞게 소프트웨어, 인프라를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문길주 원장은 “지금은 많이 바뀌었고, 국가의 미래를 준비하는 곳이 KIST”라고 말했다.

 

현재 KIST에서 연구 중인 뇌과학 분야는 짧게는 10년, 길게는 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1, 2년 만에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하지만 좁은 시각에서 벗어나 시야를 넓히면 이러한 연구들이 시대를 앞서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의 올바른 자세가 아닐까 생각된다.

 

환경 분야에 대한 KIST의 연구도 많이 바뀌었다. KIST는 연탄을 많이 태우던 시절에 이산화탄소를 줄이는 공해 연구를 처음 시작했다. 사회적 현안 해결에 주력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은 도시화·직접화로 발생하는 다양한 환경, 에너지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등 현안을 넘어 미래를 여는 연구에 노력하는 모습이다.

 

기온상승보다 무서운 기온편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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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일보 김익수 편집대표(사진 왼쪽)과 대담 중인 문길주 원장

문길주 원장은 20년 넘게 환경 분야 연구를 꾸준히 해온 환경전문가로도 정평이 자자하다.

 

그런 그에게 최근 일련의 기후변화는 관심사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를 감축시킬 수 있는 게 과학기술이다.

 

문 원장은 “새로운 이산화탄소 저감기술이 점진적으로 늘고 있다. 환경오염 저감기술도 발전해 30년 전 자동차 1대가 내뿜던 배출량이 지금의 300∼500대가 배출하는 환경오염의 양과 비슷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산화탄소 저감기술은 어느 한 순간에 확 발달될 수도 있다. 한 번에 점프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일례로 태양광, 수소에너지가 나오면 하루아침에라도 바뀔 수 있다. 다만 경제성과 맞물려 있기에 시간이 걸린다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 원장은 기후변화에 대한 심각성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요즘 들어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온 상승보다 무서운 것이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온도차라고 꼬집었다.

 

“지구온난화로 20년 전에 비해 2∼3℃ 기온이 올라갔다는 사실보다 더 무서운 건 갈수록 기온의 편차가 커진다는 사실이다. 평균온도 상승보다 편차가 커지는 게 가장 위험하다. 때문에 국토부, 미래부, 안전행정부 등이 여기에 대비한 적응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기후변화에 따른 적응 문제가 심각해지는 만큼 인프라 구축에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할 때라는 것이 문 원장의 입장이다. 그는 또 과학기술자가 ‘이렇게 변할 것’이라고 말하면 믿어줘야 한다고 전했다.

 

현안에 너무 매몰돼 있는 환경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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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안에 매몰된 환경부를 향한 질책도 나왔다. 문길주 원장은 “환경부는 현안 문제가 너무 많고, 여기에 매몰돼 있다”며 “현안 문제는 과감하게 지자체에게 주고, 정부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환경부는 미래에 대한 장기적인 플랜을 짜고 대비해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하다는 말이다.

 

그는 일본 후쿠시마에서 발생한 원전 사고를 예로 들며, 장기적인 대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23기의 원전이 있다. 만약 이중 하나만이라도 사고가 나서 잘못되면 그때는 어떻게 전기를 만들 것인가를 준비해야 한다.

 

문 원장은 “신이 만든 기후도 바뀌는데 사람이 만드는 것은 언제라도 사고가 날 수 있다”면서 “환경언론이나 NGO들이 나서 이런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며, 준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요즘 현안이 녹조인데.......녹조는 사실 여러 가지 문제 때문에 발생되는 상황에서 누구에게 책임이 있느냐를 논할 시간이 없다. 그리고 환경은 지금까지 처리기술 등의 엔지니어링은 많이 준비했지만 과학(Science)은 준비하지 않았다. 황토를 뿌리는 등의 방법은 엔지니어링 형식이다. 이제는 과학을 통해 원인을 파악한 후 미리 예방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국립환경과학원이 과학 연구는 잘 안하고 민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부분을 고집하는 것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문 원장은 그 예로 자동차공해연구소의 공해 검사를 꼽았다. 민간에서 검사하고 정부는 보고만 받으면 되지 않느냐는 것이다.

 

기상청도 예외는 아니었다. 일기예보가 중요하긴 하나 이러한 업무는 민간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정부 기관은 지키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것에 묶여 있으면 안 된다. 모름지기 정부란 다음 세대, 미래를 준비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

 

환경보다 안전이 먼저인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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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벤처 마트 개막식<사진제공=KIST>
특히 문길주 원장은 최근 들어 연이어 터지고 있는 화학사고와 관련해선 “예전에는 우선순위가 ESH(환경→안전→보건) 순이었지만 지금은 SHE(안전→보건→환경) 순으로 바뀌었다”며, 안전이 가장 우선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문 원장에 따르면 과거에도 화학물질과 관련된 사고는 많았지만 그 당시에는 별것이 아닌 것으로 치부됐다.

 

옛날에는 다쳐도 ‘그런가 보다’라고 여겼다면 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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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일하기 좋은 100대 기업 대상<사진제공=KIST>

는 국민들의 의식이 달라져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국민이 원하는 것은 바뀌었는데 기업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과거 페놀 사건을 일으켰던 기업은 아직도 영업을 하고 있지만 지금 또다시 페놀 사건을 일으키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은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기업들이 이런 위기의식을 가져야 하며, 항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을 철저히 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어떻게 하면 이 사람들이 안전의식을 가질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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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식재산전략원과 MOU<사진제공=KIST>

기업의 안전의식 강화를 강조한 문 원장은 2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화학회사 듀퐁을 실례로 들었다. 듀퐁은 누구를 막론하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갈 경우엔 가이드라인을 잡고 이동해야 한다.

 

이를 어기면 인사 고가에 페널티를 준다. 심지어 음주운전을 해도 인사고가에 페널티를 준다. 담배를 피워도 체크가 된다.

 

문 원장은 “초등학교 때부터 교육을 시켜야 한다”며 “안전교육을 우선 강화하고, 그 다음에 법규를 만들어 다스리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최근 이슈로 떠오른 화학물질관리법, 환경오염피해보상법보단 교육이 우선돼야 함을 강조한 셈이다.

 

10년 지난 정책은 다시 되짚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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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스토니 브룩대학교와 뇌질환 연구협력 체결

<사진제공=KIST>

문길주 원장은 또 환경 문제를 대할 때는 큰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우리나라는 50년간 산업화가 엄청나게 됐고, 이에 따른 오염물질도 많이 발생했다. 헌데 어떻게 처리됐는지에 대한 기록은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군기지의 경우 토양오염이 많이 우려된다. 하지만 미군 측이 정확한 기록을 넘겨주기 않을 경우 복원에 많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때문에 벌부터 주려고 하면 안 되고, 어떻게든 양성화를 시켜줘야 한다. 벌금이 중요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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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과학창의축전<사진제공=KIST>
문 원장은 환경정책이 마련된 후 효과를 발휘하고, 이를 검증하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한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선 “10년 이상 걸린다. 때문에 정책들이 마련된 지 10∼20년 정도 지난 것들이라면 다시 되짚어보고 바꿀 것은 바꿔야 한다”고 제안했다. 

 

나아가 그는 “하나의 연구에 10년 이상 투자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고, 남보다 먼저 가는 시스템을 만들고 남보다 좀 더 효율적으로 과학기술이 미래를 선점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대담=김익수 편집대표/정리=박순주 기자>

박순주  parksoonju@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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