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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패와의 전쟁에는 관용이 없다”

제도 및 조직문화 혁신으로 청렴평가 3단계 상승
‘회의는 간단하게, 실무는 실무자에게 맡겨라’

 

[환경일보] 김경태·이연주 기자 = 한국환경공단은 입찰비리에 휘말리며 언론에 오르내렸고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호된 질타를 받았다. 실제로 지난 2012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 결과 가장 낮은 등급인 ‘매우 미흡’을 받기도 했다. 2013년 5월에 취임한 이시진 이사장은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청렴’을 꼽았고 이를 위해 공단 전체가 뼈를 깎는 노력을 통해 2013년 청렴도 평가에서는 3단계나 오른 ‘우수’ 등급을 받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편집자 주>

이시진 한국환경공단 이사장

이시진 이사장은 대학에서 환경공학을 가르치던 교수 출신이다. 그렇다고 교수 출신임을 내세우지도 않는다. 이시진 이사장은 “교수 출신이라 현장은 모른다는 변명을 해서는 안 된다. 교수 출신이니 잘 봐달라고 말하는 것은 공단 이사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말이나 다름없다”라고 강조한다. 그는 “이사장으로 왔으면 그에 맞는 역할과 의무가 있고 여기에 다른 변명은 통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는 어떠한 스타일의 지도자일까? 교수와 정치가 출신이 기관장이 되면 회의 시간이 2배로 길어진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말로 먹고 사는 직업인만큼 자신이 옳다고 믿는 바를 남에게 강요하고 가르치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이 이사장은 “회의를 오래한다고 잘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학교에서 강의를 하던 시절부터 회의는 반드시 1시간 이내로 끝냈고 이사장으로 와서도 1주일에 한 번 있는 전체회의조차 1시간을 넘기지 않았다. 그는 “수장이 일일이 잔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핵심 키워드를 전달하면 이후는 실무자에게 맡겨야 한다”라고 강조한다. 회의에 대한 그의 지론은 “회의가 길어지면 잔소리밖에 안 된다”이다.

“나는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다”

그는 자신에 대해 “서울대학에 두 번 지원해서 두 번 다 떨어질 만큼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표현한다. 대학을 졸업하고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았지만 ‘이건 아니다’라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한다. 이미 나이도 먹을 만큼 먹었고 안정된 직장도 그를 잡지는 못했다.

더 넓은 세상을 보고 싶어 했던 이 이사장은 월급을 모아 유학길에 올랐다. 고등학교 교사로 단 1학기만 근무했기 때문에 유학길에 그가 준비한 돈은 1학기 등록금과 기숙사비 그리고 비상금 300달러가 전부였다.

유학길에 오르던 당시의 심정을 그는 “가장 중요한 것은 본인의 절심함이다. 이것만 있으면 하지 못할 일이 없다”라고 밝혔다. 그래서 그는 아들에게도 1학기 등록금만 주며 “네가 정말 대학에 다니고 싶은 의지가 있다면 너의 힘으로 해결해라”고 말했다. 이시진 이사장의 인생철학은 ‘누가 해주길 기다리지 말자’와 ‘남 핑계 대지 말자’이다.

‘투명·윤리, 고객 중심으로’

우여곡절을 거쳐 환경공단 이사장에 취임한 것이 지난 2013년 5월. 당시 환경공단은 입찰비리로 홍역을 앓고 언론과 국회의 비난에 직면하던 때였다. 공단 직원들의 자부심은 땅에 떨어졌고 ‘비리기관’이라는 낙인에 사기가 말이 아니었다.

이 이사장은 취임과 동시에 경영방침을 ‘투명·윤리’와 ‘고객’ 중심으로 재설정했다. ‘부패에는 관용이 없다’는 생각으로 내부 인사시스템을 개선해 단 한 번이라도 비위행위를 저지르면 해임 이상의 중징계가 가능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부패 행위 직원의 상급자가 연대 책임을 지도록 한 ‘상급자 감독책임제’, 부패 행위자에 대한 인사상의 징계를 강화한 ‘직급 강등제’ 등을 시행해 조직의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국민권익위원회와 공동으로 ‘청렴성공 프로젝트’를 추진함으로써 외부의 시각으로 공단의 반부패 역량을 면밀히 진단하고 ‘1팀 1청렴과제 추진’, ‘청렴 명품시책 공모’ 등을 외부의 시각으로는 볼 수 없는 내부 조직원들의 발굴과 참여를 통한 시스템 개선도 함께 이뤘다.

이시진 이사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부터 청렴서약’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시스템을 만들어도 결국에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투명하고 청렴한 마인드를 갖춘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 중요했다. 그래서 이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내 자식이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해라”고 이야기한다. 뇌물과 향응으로 회사를 떠나는 아버지, 어머니가 되기보다는 꼭 높은 위치가 아니더라도 성실하고 책임감 있게 자기 일을 하는 부모가 더 자랑스럽지 않겠냐는 것이다.

그래서 이 사장이 취임 후 가장 먼저 시행한 일이 바로 ‘청렴 서약’이다. 그는 저녁 시간에 민간기업 관계자들을 절대로 만나지 않는다. 그는 “이사장실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 민간업체에서 볼일이 있다면 저녁이 아닌 일과시간에 찾아달라”고 부탁한다. 아울러 그는 외부인을 만날 때는 반드시 업무 관계자를 배석시켜 불필요한 오해와 부조리의 소지가 생기지 않도록 했다.

또한 그는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공공기관 선진화와 정부3.0에 발맞춰 사망한 직원의 유가족 특채제도를 노사교섭을 거쳐 없앴으며 자녀의 학비 지원에서 특목고 등을 제외했다. 이 이사장은 “환경공단의 청렴 노력이 대외적으로 인정을 받아 기쁘지만,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회복하기에는 아직도 부족한 면이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이사장의 엄살과 달리 환경공단은 2012년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 5등급 중 최하위 등급인 ‘매우 미흡’을 받았지만 그의 취임 이후인 2013년 12월 발표한 공공기관 청렴도 평가에서는 ‘매우 미흡’에서 ‘우수(2등급)’로 3등급이나 오르는 수직상승을 이뤄 외부 관계자들에 놀라게 했다.

 

인터뷰 내내 이시진 이사장은 고사성어와 비유를 들어 자신의 환경철학과 공단의 비전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이연주 기자>



임금체계 일원화로 내부 갈등 해소


환경공단은 일반 국민 사이에서 LH공사나 철도공사처럼 많이 알려진 기관은 아니다. 대부분 직접 서비스가 아닌 간접서비스를 지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환경공단은 환경부 산하 준정부기관으로 층간소음, 환경개선사업, 하수·정수 처리장, 소각장, 대기질, 미세먼지, 재활용 등을 담당하는 만큼 우리의 생활과 가장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 곳이다.

환경공단은 2010년 정부의 공공 부분 개혁에 따라 ‘폐기물종합관리기관’과 ‘한국환경자원공사’가 환경기술종합전문기관인 ‘환경관리공단’이 통합되면서 세워졌다. 통합 당시에도 두 기관은 업무 성격이 달라 일각에서 많은 우려가 있었고 아직 통합 이전에 가입한 2개의 노조로 나뉜 상태다.

이에 환경공단은 2개 복수노조가 모두 참여하는 ‘통합형 노사협의회’를 원칙으로 현재까지 협의회가 유지되고 있다. 또한 노사 간 단체교섭은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쳐 대표교섭노동조합을 중심으로 실시하고 있다.

특히 통합 초기에는 노조 간 갈등으로 교섭대표 노동조합조차 자율적으로 결정하지 못했지만 지난해 노동조합 간 자율적으로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는데 성공했다. 2012년에는 통합 공공기관 최초로 복수노조 간 단체협약을 통일하는 ‘1사1교섭1협약’을 달성했고 2013년에는 가장 큰 갈등 중 하나인 임금체계를 일원화했다.

환경공단과 환경산업기술원은 수출업무를 함께 진행하고 있어 업무중복 아니냐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러한 비판에 대해 이 이사장은 “기술원은 환경사업을 해외로 알리고 활성화하겠다는 것이 주요 목적이고 공단에서 하는 사업은 특수한 단일 프로젝트”라고 설명했다.

이 이사장이 직접 나서는 미얀마 폐기물 에너지 사업의 경우, 기업체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 준정부기관인 환경공단이 함께 동행한다. 우리나라 기업체가 단독으로 가게 되면 외국 기관에서 신뢰성에 대한 의구심을 품기 쉽기 때문이다.

이 이사장은 “개인적으로 기술원에서 가진 사업과 공단에서 하는 프로젝트 기반 사업을 합쳐 놓으면 시너지 효과는 훨씬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환경공단은 중증장애인 사회복지법인 위캔센터와 윤리적 소비 및 나눔봉사를 하는 등 윤리경영에도 노력하고 있다.



환경문제의 고질적 병폐 ‘님비’


환경이라는 측면에서 한국이라는 사회를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다. 물, 대기, 토양 모두 전보다 나아졌고 상·하수도 인프라 역시 매우 잘 구축돼 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1990년대를 기점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너도 나도 ‘환경’을 강조하고 모든 상품에 ‘친환경’이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오히려 환경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아울러 자신은 쾌적한 환경에 살고 싶으면서 이것이 가능하게 만드는 시설들, 이를테면 음식물쓰레기 자원화시설이나 소각장, 쓰레기매립지 등은 자신이 살고 있는 곳에 들어오는 것을 거부한다.

특히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수도 서울은 최대 소비 도시이면서 최대 민폐 도시이기도 하다. 지방에서 만든 전력으로 사무실에 불을 켜고 쓰레기는 인천에 매립하고 화장은 벽제에서 하고 있다.

이 이사장은 “우리나라의 님비현상의 근본적 원인이 부동산이다. 정부 차원에서 국민을 설득하는 자세가 필요하고 국민들도 양보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라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이제는 인프라가 아닌 인식이 바뀌어야 할 시기라는 것이다.

아울러 그는 “가진 사람이 못 가진 사람과 나누어 살 수 있는 사회, 배운 사람이 못 배운 사람을 위해 살 수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인데 우리나라는 경쟁이 워낙 심하다 보니 그 부분이 많이 부족하다”며 “정부 역시 과거처럼 밀어붙이기식 사업이 아닌 주민들을 상대로 한 끊임없는 설득이 필요하고 주민들도 님비현상에서 탈피해 환경기초시설에 대해서도 핌피로 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이시진 이사장에게 남은 임기 안에 반드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느냐고 묻자 그는 인터뷰 처음에 꼽았던 ‘청렴성 확보’라고 밝혔다. 환경공단이 투명한 조직이 되는 과정에 이사장 자신이 앞장서서 모범을 보이고 싶다고 했다.

이미 정부조직 청렴도 평가에서 3계단이나 상승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보였지만 그는 여기서 만족할 생각이 없다. 이 이사장은 “환경서비스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가장 대표적인 기관인 만큼 더욱 투명하게 바뀌어야 한다”라며 “투명하고 청렴한 기관을 만드는 데 특별한 비법이 있을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mindaddy@hkbs.co.kr

김경태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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