숱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설악산 케이블카 사업이 승인됐다. 심의안을 통과시킨 국립공원위원회는 오색에서 끝청 하단으로 노선 변경, 주요 봉우리와 일정거리 이격, 기존 탐방로와 연계가능성 차단 등으로 사업 타당성 및 적정성을 향상시켰다고 평가했다.

환경단체들은 불같이 반대에 나섰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측은 국립공원위원회 위원장 환경부 차관은 사퇴해야 하며, 국정감사를 통해 환경기준 위배, 경제성 조작을 밝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결과를 두고 지리산 등 다른 국립공원 인접 지자체들 역시 형평성 차원에서 케이블카 설치를 요구할 것으로 보여 난개발의 신호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설악산 국립공원 내 케이블카 설치는 삼세판 끝 ‘경제논리’의 승리로 요약할 수 있다. 어떻게 해서든 통과를 막았어야 했다지만 무언의 허용을 더한 국민 정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국립공원 이용 행태를 보면 어딜 가도 끝장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특성이 있다.

정상에 올라 푯대를 넣은 ‘인증 샷’을 찍어야 여정은 끝난다. 케이블카를 설치하면 많은 사람들이 힘들이지 않고 끝까지 가서 ‘권리’를 즐길 수 있다. 환경주의자들이 지적하는 자연훼손 문제, 미래세대까지 고려한 지속가능성엔 관심이 없다.

국립공원위원회는 최후에 빠져나갈 구멍으로 부대조건들을 내걸었을 것이다. 잘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기 때문에 위원회가 통과시켜줬는데 지키지 않는다면 우리 탓이 아니라는 논리였을까. 설악산 케이블카와 관련해 환경훼손 및 경제성 조작 논란이 한창일 때 국회입법조사처가 검토기준과 맞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보호지역에 해당하는 지역내 케이블카 건설의 타당성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상통제방안이 충분히 제시되지 못했으며, 노선 선정 과정에서 산양 등의 보호가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고 충분한 조사 분석도 이뤄지지 않았다고도 밝혔다. 국회예산정책처 역시 경제성 분석의 문제를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립공원위원회는 탐방로 회피대책 강화, 산양 문제 추가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대책 수립, 시설 안전대책 보완, 운영수익 15% 또는 매출액의 5% 설악산 환경보전기금 조성, 상부정류장 주변 식물보호대책 추진 등 7가지 부대조건을 들어 사업을 허가했다.

이런 내용들을 조건으로 달고 사업을 승인한다는 것이 타당하다고 정말 확신했는가 묻고 싶다. 설상가상 공사가 진행되면서 부대조건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못 할 때는 어떻게 할까. 또다시 절충안이라는 것들을 만들어 땜질식 보완만 늘려갈 확률이 높다.

그나마 사후약방문식 대안을 제시한다면 사후관리 모니터링 위원회 보다 상위로 민관합동 감시단을 구성하고 약속한 7개 부대조건을 위반할 경우 사업을 중단시킬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왜 오랜 세월동안 어렵사리 국립공원을 지정하고 보호해야 했는지 국립공원의 근본취지를 망각한 이번 결정은 참으로 유감일 수밖에 없다.

환경부가 몸뚱이는 커졌는데 약골이 되버렸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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