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의 사회활동 참여가 과거보다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선진국에 비해 여성 취업률이 현저하게 낮은 편이다. 특히 여성 취업률은 M자 곡선을 보인다. 20대는 높은 취업률을 보이다가 30대에 급격히 떨어진다. 그리고 40대 이후에 취업률을 어느 정도 회복하는 편이다.


그만큼 30대에 출산과 육아 문제로 직장을 그만두는 여성들이 많다는 이야기다. 즉 30대에 은퇴를 하는 여성이 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정도 아이를 키워놓고 다시 직장생활을 시작하려 하면 과거 자신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복귀하기가 어려운 현실에 부딪히게 된다. 이렇게 육아 등의 이유로 직장생활의 공백이 생긴 여성들을 경력단절 여성이라고 한다. 경력단절 여성이 늘어나는 것은 그 자체로 사회적인 손실이 되고 여성 개인에게 있어 은퇴설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우선, 출산과 육아 문제로 원하지 않는데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러려면 정부 정책, 기업 배려, 사회 공동체 의식이 개선돼야 한다. 실제 경력단절 여성을 만나보면 안심하고 아이를 맡길 만한 곳이 태부족이라고 한다. 게다가 우리나라 학부모들의 교육열이 높다. 이런 요구를 맞춤형으로 받아주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부분에서도 문제가 많다. 육아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게 굉장히 힘든 면이 있다. 회사가 정책을 세웠다 하더라도 실제 현장의 현실과 문화는 여기에 못 따라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정책과 함께 문화와 의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그러면 경력단절 여성이 경력을 이어가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일단 공식적인 ‘실업자’가 되는 게 좋다. 경력단절 여성은 구직 포기자로 분류돼 공식적인 실업률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 그런데 지역 고용센터에 구직 등록을 하면 그때부터는 국가에서 관심을 갖는 공식 실업자가 된다. 그리고 취업을 위한 각종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이 발달해서 밖에 안 나가려는 여성들이 많다. 그런데 재취업을 하려면 바깥으로 나가는 게 좋다. 직업 교육만 해도 온라인 교육보다는 오프라인 교육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기관에 하는 구직 등록도 인터넷으로만 할 게 아니라 직접 방문해서 상담을 받아보는 게 더 좋다. 부지런히 발로 뛰길 바란다. 그리고 미래 직업의 트렌드를 파악하고 여성으로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전문화 하는 것이 좋겠다. 그 밖에 여러 가능성도 열심히 타진해 봐야 할 것이다.


조금은 폭넓은 관점으로 유연한 선택을 하기 바란다. 특정 직무만 고집한다거나 풀 타임만 고려할 것이 아니라 취업 시장 형편에 맞게 직무 전환이나 시간 선택제 같은 것도 관심을 두면 좋겠다. 100세 시대를 바라보는 폭 넓은 사고로 직업준비와 선택을 하길 바란다.

 


<글 / 한국은퇴설계연구소 권도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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