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생물자원 연구에 대한 지속적 관심 기대

정부·전문연구기관 투자 필요, 미래세대 위해 당장 움직여야


아침저녁으로 제법 날씨가 매서워져 겨울의 초입이라는 것이 실감 난다. 이맘때면 내년 농사를 위해 논·밭 정리가 한창일 것이다. 지금 이듬해 농사를 준비하지 않으면 다음 수확을 기대할 수 없다는 조상들의 지혜가 우리 삶에 깊게 내려 앉아있다. 생물자원 연구도 지금 준비하지 않으면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 농사와 같다.



최근 한미약품이 수행한 당뇨병 치료제 기술이전이 여러 산업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 11월 초, 자체 개발 중인 지속형 당뇨 신약 포트폴리오를 다국적 기업인 사노피(SANOFI)에 확정된 계약금 4억 유로(5,000억 원 규모)와 임상개발, 허가, 상업화에 따른 단계별 마일스톤 35억 유로(4조3000억 원 규모)로 기술 이전 계약을 마쳤다.


우리가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기술이전 액수나 규모보다 원천기술이 나올 수 있었던 배경이다. 한미약품의 연구·개발 투자 비율은 매출액 대비 23% 정도로 국내 최대 규모이다. 국내 10대 제약사들의 연구·개발 평균 투자비율이 10%에 약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한미약품의 투자비율은 상당히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감한 투자와 지속적인 관심으로 성공적인 기술개발을 이루어 낸 것이다.

투자 없이는 수익도 없다는 것, 그리고 투자에 따른 손해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국가의 연구·개발사업은 손익의 개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나라의 미래 신성장 동력 창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특히 생물산업 분야에 대한 투자는 앞으로 기대되는 경제·산업적인 가치가 매우 크다.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에서 의약품의 소재가 개발된 것이 그 기대가치를 보여준다. 버드나무에서 분리된 아스피린은 두통약으로, 주목에서 분리한 탁솔은 항암제의 소재로 개발됐다. 또한, 중국의 투유유(Tu Youyou)교수는 개똥쑥에서 분리한 아르테미신으로 말라리아 치료제 개발에 성공한 공로로 지난 2015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이처럼 생물자원에 대한 투자는 미래를 위한 투자이다.

우리나라도 생물자원의 중요성을 인식해 국립생물자원관,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국립낙동강생물자원관 등 국내 생물자원의 조사, 발굴, 보존 및 활용에 관한 전문 연구기관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생물자원의 연구 기반시설을 활용하여 우수한 연구 성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계획과 이에 따른 정부의 과감한 사업비 투자가 있어야 한다. 10~20년 뒤 생물자원의 효용가치와 산업적 활용부분을 생각해본다면 결코 과한 투자가 아니다. 다음 세대의 풍요로운 열매를 위해 투자를 결정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우리 주변의 생물환경은 인류와 밀접하게 공존하는 생태계로서 연구가치가 무궁무진하다. 앞서 언급한 전문 연구기관에서 생물자원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산업화 연구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후손에게 탐스러운 열매를 건네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위해 국민의 뜨거운 관심과 성원이 필요하며, 정부의 장기적인 사업비 투자가 필수적이다. 지속적인 투자와 관심이 지속된다면 이들 기관은 세계 일류 생물자원 전문 연구기관으로 발돋움 할 것이다.


<글/담수생물연구본부 담수생물특성연구실 선임연구원 한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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