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을 크게 웃도는 기후변화가 전 세계적으로 계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매우 취약한 나라 리스트에 한국을 올려놓고 있지만 정작 한국 정부는 태연해 보인다.

기후변화의 직접적 피해는 폭염에 따른 인체 건강과 생명 손상이다. 또한, 폭염으로 인해 물이 부족해지고, 갈등이 심화되고, 범죄율이 높아지는 등 각종 사고도 이어진다.

우리나라에서 금년 여름 폭염 피해자들이 속출하고 있고, 서민들의 또 다른 걱정은 전기요금 폭탄이다. 전기료누진제로 인한 부담을 생각하다보니 그나마 더위를 식혀줄 에어컨과 선풍기 등 냉방기 사용에 제동이 걸렸다.

누진제 완화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단호히 거절했다. 누진제를 완화하면 전체적으로 전기요금이 올라 저소득층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다.

그러나 지금의 누진제상으로는 전기 사용량이 적은 고소득 1인 가구가 상대적 혜택을 많이 받고, 가구 구성원이 많아 전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저소득 다인가구만 손해를 본다는 지적도 나왔다.

궁금한 것은 정부가 어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전력수요관리만 본다면 경제논리를 적용해 소비를 줄이고 안정된 관리를 지향하겠다는 뚝심이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국민가구 구성의 특성이나 전체 복지차원에서 본다면 얘기가 다르다.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국민이 폭염으로 인해 겪는 고통을 덜어줄 방법을 찾아 실천해야 하는데 관심이 없다. 제2차 국가기후변화적응대책은 2035년까지 장기계획과 5개년 단위 계획을 제시하고, 21개로 부처 참여가 확대됐다.

생물보호구역 파악, 기후 취약계층 복지 강화도 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기후변화적응을 국가중장기계획과 전략에 포함시키지 못해 예산과 인력 같은 핵심적인 부분들이 분명치 않고 부처 간에도 협조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인다.

한 마디로 정부가 탁상행정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가장 큰 이유는 국가차원에서 기후변화를 국가정책에 통합적으로 다룰 컨트롤타워가 없기 때문이다. 금년 여름은 지나가겠지만 내년엔 더 큰 폭염을 겪을 수 있다.

내년에도 비슷한 국민 불평과 갈등이 반복될 것이다. 이미 심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마당에 ‘과학적 근거’만을 따질 시간이 없다.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최악에서부터 최선까지 만들어 기후변화 적응 국가계획과 지역별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최선의 방법은 조기에 대응하는 것이고 이렇게 해야 비용도 최소화할 수 있다. 지금 부터라도 다시 국가차원에서 전 분야의 기후변화로 인한 영향과 그 대책을 제대로 세워가야 한다.

기후변화와 폭염 관련 정확한 정보, 발생가능한 시나리오를 국민들에게 제공하고 주의와 협조를 구하는 일도 중요하다. 과거 허용기준이 기후변화시대에는 부적합할 수 있다.

언론은 우리나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고 정부와 지자체의 시의적절한 역할을 지속적으로 촉구해야 한다. 국민 불안을 핑계로 사실을 축소 은폐하거나 할 일을 미루는 것은 모두가 공멸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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