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게 된 한양도성 계단길 <사진제공=서울시>



 

[환경일보] 박미경 기자 = 서울시의 공공가로·건축물이 디자인을 입고 새 단장에 나섰다. 특히 성별, 나이에 관계없이 누구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선보여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가 시민들이 일상적으로 이용하는 공공가로·건축물에 유니버설디자인 적용 모범사례를 만든다는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 두 곳의 디자인 적용을 마쳤다. 공공가로인 종로구 행촌 성곽마을 인근길(종로구 통일로 12길)과 공공건축물인 금천구 독산1동 금천경찰서 치안센터 건물이다. 

 

‘유니버설 디자인’은 어린이, 어르신, 장애인을 비롯해 시민 누구나 신체적 특성과 상황에 관계없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이다. ‘모두를 위한 디자인(Design for All)’이라고도 하며 제품‧건축‧공간‧서비스 등 다양한 곳에 적용 가능하다.

 

▲한내마실터 실내공간은 다양한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도록

넓고 쾌적하게 조성했다.

행촌 성곽마을 인근길은 지하철 3호선 독립문역에서 한양도성 사이에 난 길이다. 주민은 물론 방문객도 많은 곳이지만 오르막인데다 8~9m의 좁은 길을 차량과 사람이 구분 없이 다녀 위험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유니버설디자인’을 입고 안전한 보행공간으로 거듭났다. ‘사람과 지역을 이어주는 친절한 동네길’이라는 의미의 ‘행촌이음길’이라는 가로브랜드도 얻었다.

 

단차가 없고 바닥 색도 같아 구분이 확실치 않던 보도와 차도 사이에 볼라드를 추가로 설치하고 보색대비가 큰 검정색과 노란색으로 도색해 구분을 뚜렷이 했다. 가파른 오르막길 중간에 자투리 공간에는 잠시 앉아 쉬어갈 수 있는 작은 쉼터가 생겼고, 보도를 따로 설치할 수 없는 오르막길에는 차량의 속도를 줄이는 효과가 있는 도로설계 기법인 ‘시케인(chicane)’을 응용한 지그재그 형태의 그래픽을 적용했다.
 
주민 중심 ‘시민체험단’ 전 과정 참여
공공건축물인 금천구 독산1동 치안센터 한편에 방치됐던 20평 남짓 유휴공간도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 휠체어를 타는 어르신부터 아이들까지 주민 누구나 불편함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커뮤니티 공간으로 변신했다.

 

▲행촌이음길 중간에 있는 독립문 초등학교 학생들이 흥미를 가지고

선을 따라 안전하게 길을 이용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적용했다.

단차가 큰 출입구에는 경사로를 만들었고 자동문을 달아 접근성을 높였다. 화장실에는 잡고 설 수 있는 안전손잡이를 설치했고, 차갑거나 미끄러지지 않도록 로프까지 감는 세심함도 더했다. 주민들이 우리동네 사랑방이란 의미로 ‘한내마실터’라는 이름도 붙였다.

 

이러한 변화에는 마을주민들을 중심으로 공개 선발된 ‘시민체험단’의 역할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공간을 이용하는 주민들이 문제점을 분석하고 개선방향을 제시하는 것부터 디자인 적용 후 평가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업대상지 두 곳은 지난 3월 전 자치구 공공공간을 대상으로 장소의 공공성, 공간개선 가능범위, 자치구 사업계획의 적정성 등을 심사해 선정된 후, 5월부터 본격적으로 사업에 착수해 이번에 마무리 됐다. 지역적 특성과 공간 이용자 유형을 고려해 행태분석, 관찰조사, 시민체험, 디자인워크숍 등을 거쳐 주민 의견을 충분히 반영했다.

 

서울시 변태순 디자인정책과장은 “이번에 조성을 마친 두 곳은 다양한 유형의 시민들이 이용하는 공공장소에 유니버설디자인을 적용한 첫 사례로서 의미가 크다”며 “앞으로도 실제 사용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는 유니버설디자인을 서울 전역으로 확산시켜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말했다.

 

glm26@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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