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임차인 인권침해 호소에 권고조치 ‘0’

[환경일보] “집회신고를 하고 집회준비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50명이 넘는 경찰들이 갑자기 임신부가 안에 있는 텐트를 무너뜨리고, 경찰 손에 맞아 안경이 깨지고, 무릎 뒤를 가격해 인대를 다쳤습니다. 그렇게 연행된 11명은 모두 검찰에서 무혐의로 풀려났지만, 사과도 피해보상도 없었습니다”

“인권위원회라면 공권력에 의한 비인권적 폭행에 대해 나설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진정 접수 2년이 지난 후 돌아온 것은 폭행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하다는 답변과 함께 각하됐다는 처리결과통보서였습니다”

강제집행 과정에서 임차인들이 인권을 침해당하고 폭력에 내몰리고 있지만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수수방관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은 7일 국가인권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인권위가 임차인의 인권에는 관심이 없는 것 아닌가하는 의문이 든다. 인권교육부터 처리과정까지 전면 재정비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강제철거 과정에서 인권침해 논란이 일고 있지만 최근 5년간 인권위는 단 한차례도 권고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무너진 텐트에 임산부 깔려

제윤경 의원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상가임차 및 강제집행과 관련해 접수된 진정은 모두 52건이다.

이 가운데 30건이 각하, 20건 기각, 1건 조사중지, 1건은 조사 중으로, 단 한 차례도 피진정인이나 피진정기관에 대해 권고조치가 내려진 사례가 없다.

실제로 2014년 한 카페는 시설투자와 함께 개업했지만 1년 만에 건물주가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패해 강제집행을 당했다.

경찰 50여명이 몰려와 주거침입 및 공무집행 방해라는 명목으로 텐트를 훼손하고 11명을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임신부가 무너진 텐트에 깔리고, 경찰이 무릎 뒤를 가격해 다리를 다쳤으며, 경찰의 손에 맞아 안경도 깨졌고, 수갑 주위 팔목과 어깨가 꺾이는 등 과잉진압으로 논란이 됐다.

이에 임차인단체 대표가 2014년 4월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지만 2년이 지난 2016년 6월에야 ‘인권침해행위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고 입증 절차가 발견되지 않았다’며 기각했다.

진정을 제기한 임차인들은 “인권위원회 담당자가 바뀐 후 지나치게 경찰 측의 주장만 듣는 등 진정 접수에 대한 인권위의 처리 행태는 적절치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칼국수집의 경우 2010년 재개발 과정에서 건설사의 요청으로 전기선이 전달됐고 한전은 “명도소송 패소 후 강제철거 집행인만큼 전기에 대한 사용권이 소멸됐다”는 이유를 댔다.

당시 한전은 ‘전기는 생활에 가장 필수적인 기초에너지로 사람이 살거나 영업행위를 하는 한 계속 공급돼야 한다’는 내부 유권해석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인권위에 한전의 인권침해로 진정이 접수됐지만 인권위는 이 역시 조사대상이 아니라며 각하결정을 내렸다.

더불어민주당 제윤경 의원

제 의원은 “임산부가 경찰에 의해 물리적 폭행을 당했고, 수갑을 채우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잉진압, 생활에 필수적인 전기시설 차단 등의 명백한 인권침해에도 인권위의 판단은 매우 소극적이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그는 “이유를 불문하고 52건의 진정 중 단 한 건도 피진정인에 대해 권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은 임차인 인권침해에 대해 인권위가 지나치게 미온적이지 않는가 하는 의심을 낳는다”며 “인권위원회가 보다 국민 인권침해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 인권교육과 매뉴얼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환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