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발전소 절반 이상 충남권 집중 포진, 향후 총 34기 달해
미세먼지 폭탄에 생활리듬도 깨져, 정부대책 마련 시급

▲ 당진화력발전소 전경

[충남=환경일보] 박상현 기자 = 미세먼지 주요 배출원인 ‘석탄 화력발전소’가 전국 절반 이상 충남권을 차지하고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초미세먼지의 주범은 화력발전소. 충남도 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전국 53개 석탄 화력발전소 가운데 26기가 충남에 몰려 있으며 신규 건설 예정인 9기 중 7기는 건설 중이며 2기는 현재 계획 중이다.

석탄이 연소되면서 뿜어 나오는 질소산화물, 황산화물 등은 대기 중에 초미세먼지로 바뀌면서 남풍이 불면 그대로 수도권으로 넘어간다.

석탄 화력발전소에 따른 악영향은 수도권보다 바로 머리 위에 떠다니는 충남도민에게 더 크게 미친다는 것은 재론(再論)의 여지가 없지만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에도 그 피해가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지역별로 보면 당진 8기, 보령 8기, 태안 8기, 서천 2기 등이다. 해당 지역은 현재 각각 2기씩 석탄 화력발전소가 추가로 건설 중이다. 향후 총 34기에 달하는 석탄 화력발전소가 충남에 자리 잡게 된다.

석탄 화력발전소 등의 영향으로 해당 지역은 충남권에서도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은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달 말 충남지역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는 76.7㎍/㎥을 기록, 전국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가운데 석탄 화력발전소가 위치한 당진은 '나쁨' 기준에 해당하는 81.1㎍/㎥을 나타내 심각성을 더했다. 지역민들이 화력발전소 주변에서 실시간으로 체감하는 농도는 이보다 더 높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이 갖는 열에너지로서 화석연료를 태울 때 나오는 열에너지를 ‘화력에너지’라 한다. 

화력발전은 이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열에너지에 의해 얻어지는 동력을 이용하는 것으로서 국내 가동 중인 발전소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화력발전소다.

정부는 추가로 6개 부지에 11기의 석탄 화력발전소를 신규 증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는데, 계획데로 화력발전소가 건설되면 2030년에는 모두 70기 이상의 석탄 화력발전소가 가동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력발전소가 예정된 40년 동안 가동됐다고 가정할 때, 연간 조기사망자는 40.800명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2016년에 들어와서 공유지의 석탄광산 임대를 중단했고, 중국은 대기오염을 줄이고자 2016년부터 신규 석탄광산 허가를 중단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여전히 석탄의존정책을 고수하고 있으며, 오히려 더욱 늘릴 계획이다.

국내적으로는 미세먼지 문제 해결 요구가, 대외적으로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 또한 거세지고 있는 시점에서 석탄 화력발전은 환경파괴와 건강문제, 사회적 갈등과 기후변화를 유발하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환경단체들도 석탄 화력발전소를 미세먼지의 주요 배출원으로 보고 가동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정부는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자 40년이 넘은 오래된 화력발전소의 가동을 중단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증설된 화력발전소와 대비할 때 노후설비 가동 중단 역시 조삼모사(朝三暮四)식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현재 각 중앙부처 간 의견이 달라 구체적인 대책 마련도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에 충남도는 △화력발전소 주변 노면 청소차량 보급 △환경부에 화력발전소 주변 지역 특별대책지역 건의 △질소 산화물 등 환경배출 부과금 항목 추가 △화력 발전세 상향 조정 등의 자구책을 마련했다.

특히 감사원은 최근 수도권 미세먼지의 28%가 충남에 있는 26기의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의 '국내 화력발전소 운영에 따른 대기질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추가로 건설될 화력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초미세먼지로 연간 조기사망자가 최대 1144명이나 될 것으로 추정했다.

일각에서는 지자체 권한을 강화하자는 의견도 나오지만 중앙정부의 권한 위임은 쉽지 않다. 특히 개발욕구가 강한 지자체의 경우 오히려 화력발전소 유치를 희망하고 나설 수도 있다. 게다가 지자체의 환경 감시감독이 부실해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수년째 나오는 형국이어서 지자체에 위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진시 채운동에 거주하는 주민 김모(48세 여)씨는 당진화력발전소(당진시 석문면)와 "발전소와 15km 이상의 거리임에도 미세먼지 때문에 세탁물 옥외건조는 상상도 할 수 없으며 봄철 장을 담그고 주간에는 장독대 뚜껑을 열어놔야 햇빛 받아 숙성시켜야 함에도 미세먼지로 인한 48시간 봉인 상태에서 장맛을 낼 수 없어 대대로 내려오던 장 담그기를 포기하고 마트에서 구매해 먹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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