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궐련형 전자담배

궐련형 전자담배는 정말 유해성에서 자유로울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의 대답은 엇갈린다.

[환경일보] 서효림 기자 = 작년 한해 흡연자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모은 키워드는 ‘궐련형 전자담배’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전자담배와 일반 담배를 절반씩 섞어놓은 특성을 가지고 있어 2017년 5월 출시와 동시에 여러 논란을 빚기도 했다. 연기만 내뿜었던 액상용 전자담배가 아닌 실제 담배 모양의 연초를 기기에 꽂아 열로 가열해 찌는 방식인 궐련형 전자담배는 타르가 없고 냄새 걱정이 없다는 장점을 내세워 무서운 속도로 담배 시장을 선점해갔다. 인기가 늘면서 논란도 가속화됐다. 유해 물질 논란, 오작동 논란과 더불어 세금인상까지 넘어야 할 산도 많은 궐련형 전자담배, 신년 목표로 금연을 위해 전자담배를 택한 흡연자들도 이제는 고개가 꺄우뚱해지는 2월이다. 궐련형 전자담배 논란의 중심으로 가보자 <편집자주>

혜성처럼 등장한 ‘아이코스’ 담배 시장 지각변동 이끌다

궐련형 전자담배는 기존 전자담배와 달리 충전식 전자장치에 기존의 궐련 담배와 똑같이 생긴 스틱을 꽂아 쓰는 형태다. 스틱은 한 개비가 필터와 판상엽(각초를 종이로 만 형태)으로 이뤄진 데다 팩당 20개비로 포장돼 모양이나 구성, 포장 방법이 시판되는 일반 담배와 거의 같다.

흡연 방식도 전자장치에 꽂은 스틱을 가열해 발생하는 증기를 필터로 빨아 흡입하는 식으로 작동한다. 니코틴 용액이나 연초 고형물을 사용하는 기존 전자담배와 비교해 궐련의 맛이 훨씬 강하다.

작년 6월 처음 선보인 필립모리스의 ‘아이코스’가 직장인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면서 BAT의 ‘글로’에 이어 국내 담배 업계 1위 KT&G의 ‘릴’까지 잇달아 시장에 뛰어드는 등 업체들의 마케팅 열기도 후끈하다.

정일우 한국필립모리스 대표이사는 아이코스를 선보이며 비전 선포 기자간담회를 통해 “흡연 과정에서 발생되는 독소는 담배의 연소과정에서 주로 생성되는 만큼 이런 위해성 감소 정책을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연기 없는 담배 제품은 일반 궐련을 흡연하는 것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고 생각하며, 새롭게 출시되는 아이코스를 통해 국내 성인 흡연자들도 새로운 미래에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아이코스의 등장을 알렸다.

유해물질 감소 내세워 시장 키워나가

한국필립모리스에 따르면 아이코스는 연초 고형물을 이용해 특수 제작된 담배 제품인 히츠(HEETS)를 불에 태우지 않고 히팅하는 전자 기기다. 담배 연기나 재가 없고, 실내 공기를 오염시키지 않는 것은 물론 담배 연기보다 냄새도 훨씬 덜한 니코틴 함유 증기가 발생한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아이코스에서 발생하는 증기에는 일반 담배 연기에 비해 국제 기관들이 정한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이 평균 90% 적게 포함되어 있다는 게 필립모리스 측 설명이다.

필립모리스 측이 강조하는 아이코스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위해성 감소다. 모이라 길크리스트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 R&D 박사는 “궐련형 담배가 섭씨 800도 이상으로 연소하는 과정에서 100여 가지 이상의 유해물질이 발생한다”면서 “아이코스는 가열 방식으로 표준 담배 연기와 비교할 때 평균 90% 유해물질이 적게 포함된 증기를 발생시킨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아이코스는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위스를 비롯한 25개 국가에 출시되어 200만명 이상의 흡연자들이 일반 담배를 끊고 아이코스 이용자로 전환했다. 세계 시장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아이코스는 올 연말까지 30여개 국가에서 판매될 예정이다.

정 대표는 “기존 담배 흡연자였다가 이미 아이코스 이용자로 옮겼는데 액상형 전자담배와 달리 니코틴 효과가 좋다”며 “한번 아이코스를 이용한 사람이 원래 담배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굉장히 적다는 게 수치로도 드러나고 있어 많은 흡연자들에게 사랑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용 공장 갖추고 순차적 등장…본격 3파전

브리티시아메리칸타바코(BAT)의 궐련형 전자담배 ‘글로(GLO)’는 작년 8월 출시됐다. 글로 디바이스는 △한번의 충전으로 최대 30개비까지 △쉽고 간편한 청소 기능 △기다림 없이 연속 사용가능 △자연스럽고 편안한 그립감 등을 강조하며 글로를 소개했다. BAT코리아는 글로의 출시를 위해 가열담배 전용 스틱 전담생산시설을 갖춘 사천공장 2,3공장 증축을 완료 했다. 네오스틱은 가열담배(Tobacco Heating Product·THP) 기기인 글로 전용 담배다.

네오스틱을 글로로 가열해 증기를 생성한다. 일반담배와 유사한 맛을 내면서도 인체 위해를 줄이는 제품이라고 BAT코리아는 소개했다. BAT코리아 관계자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실험한 결과 일반담배에서 배출되는 타르 등 성분을 90%까지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며 "금연을 시도하거나 담배를 줄이려는 사람에게 최적화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BAT 관계자들은 “글로는 일본에서 이미 검증을 받은 인기 제품”이라 설명한다. 2016년 12월 센다이(仙臺)에 최초로 출시된 후 6개월 만에 지역 내 담배시장에서 7%에 가까운 점유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KT&G의 릴은 가장 늦게 출시됐다. 일체형 구조의 릴은 1번 충전으로 20개비 이상 연속 사용이 가능하며 1회당 4분 20초간 담배를 즐길 수 있으며 무게는 최신 스마트폰보다 가벼운 90g이며 인체공학적 설계를 통해 그립감도 높였다는 것이 KT&G측의 설명이다.

전용 스틱인 '핏(Fiit)'도 '핏 체인지(Fiit CHANGE)'와 '핏 체인지 업(Fiit CHANGE UP)' 2가지 맛으로 구성됐다. 핏은 필터 내부에 터트리면 맛이 변하는 캡슐 방식을 취했다.

임왕섭 KT&G 상무는 이날 "경쟁사와 다른 독자적인 블랜딩을 통해 매질 형태와 가향 방식이 다른 새로운 맛을 만들었다"며 "소비자들이 소위 '찐내'가 난다는 불편함을 호소해 캡슐 방식을 선택했는데 경쟁사와 고객 인식을 반영해서 독자적으로 개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핏의 모양은 아이코스의 전용 담배 히츠와 유사해 호환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임 상무는 “아이코스에 핏을 꽂을 수는 있지만 안전성이나 성능 최적화 부분은 보장할 수 없다”며 "핏은 릴 디바이스에 최적화된 상품"이라고 강조했다.

자유로울 수 없는 유해성 논란, 그 진실은?

릴은 출시되자마자 유해성 논란에 휩싸였다. 암발병률이 높은 가향 캡슐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임왕섭 상무는 유해성 여부에 대해서는 “일반 담배에서 나오는 유해물질 부분은 테스트 결과 상당히 저감됐다”며 "유해성 수치에 대한 명확한 검증은 현재 없는 상태라 특정 기관에서 인증이 가능할 때 정확한 데이터를 공개하겠다"고 다소 말을 아꼈다. 가향성 캡슐을 사용한 것은 찐향의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였다고 해명했다.

그렇다면

. 전문가들의 주장은 다르다. 담배에서 배출되는 유해물질은 확인된 것만 100여가지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일부는 측정 자체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액상형 전자담배의 경우 우리나라 현행법상 니코틴 농도에 대한 상한선이 마련돼 있지 않다. 유럽은 농도 상한선이 2%로 제한돼 있지만, 국내엔 제한 규정이 없어 주요 업체들은 고농도 액상 니코틴을 만들어 판매하며, 소비자들은 이를 구매 후 자체적으로 물에 희석해 피운다

이에 액상형 전자담배를 통한 니코틴 흡입량이 통제되지 않아 오히려 일반담배보다 더 해로울 수 있는 주장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경우 고체형이므로 니코틴 함량이 일반담배처럼 일정하므로 이런 측면에서 액상형 전자담배보다는 덜 해롭다고 업체는 주장한다.

세상에 덜 나쁜 담배는 없다!

그러나 대다수 전문가들은 “독극물이 적게 나온다고 ‘안전하다’고 볼 수 없고, 전자담배에도 발암 물질이 들었다는 사실은 변치 않다”면서 덜 나쁜 담배는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대한금연학회는 최근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명칭이 일반인에게 건강에 덜 해로울 것이라는 오해를 하게 할 소지가 있다며 ‘가열담배’로 명칭을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건강증진법에는 ‘전자장치를 사용하는 담배제품’을 ‘전자담배’로 분류하고 있어 아이코스 등은 전자담배 정의 내 ‘궐련형 전자담배’로 분류된다.

그러나 학회는 담뱃잎, 줄기 등에서 추출하거나 화학적으로 합성한 니코틴 액체를 사용하는 전자담배와 달리 아이코스 등은 기존 담배와 동일하게 담뱃잎을 직접 사용하므로 전혀 다른 제품으로 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아이코스 등이 기존 담배보다 90% 더 안전하다는 담배회사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앞서 제조사 필립모리스는 아이코스의 증기에 들어있는 유해물질이 한국에 판매되는 일반 궐련의 연기보다 평균 90% 적다고 주장했으나 이를 뒷받침하는 독립 연구가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90% 더 안전하다는 주장에 독립 연구 부족

금연학회는 담배회사의 지원을 받지 않은 연구를 인용해 아이코스에서 담배의 주요 독성물질이 상당 수준으로 배출됐고, 사용 후 급성 호산구성 폐렴이 발생했다는 보고가 있다고 밝혔다. 또 아이코스의 경우 증기에 의한 간접노출 위험이 없다는 담배회사의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덧붙였다. 금연학회는 아이코스 등에서 배출된 미세 입자의 상당량이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의 폐에 도달한다는 연구 결과를 들어 간접흡연으로 인한 위해물질 노출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강조했다.

금연학회 관계자는 “담배회사들은 ‘가열담배’가 기존 담배보다 독성물질이 적어 건강상 덜 위해하다거나 금연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식으로 홍보하고 있다”며 “모든 종류의 담배제품은 건강에 위험하며 가열담배 역시 예외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엇갈린 분석결과가 불러온 혼돈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담배업계의 담배 유해성과 관련된 입장차이도 상당하다. 식약처는 전자담배가 궐련담배만큼 해롭다는 점을 강조한 반면 전자담배업계는 궐련담배와 비교 정보가 미흡하며 식약처 분석결과가 왜곡됐다는 주장이다.

식약처는 '궐련담배 및 전자담배 유해성분 함유량' 검사 결과 전자담배(35개제품) 액상용액을 기화시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등 유해성분 함량이 각각 19배, 11배 증가한다고 발표했다. 기준은 전자담배 10회 흡입(약 0.04~0.05 g 액상소모)을 궐련담배(종이에 말아 태워 피우는 일반담배) 1개비로 환산한 것이다.

유해성분은 니코틴, 포름알데히드, 아세트알데히드, 아세톤, 아크롤레인, 프로피오알데히드, 크로톤알데히드 등 7개 함량에 대한 수치다. 이 중 포름알데히드와 아세트알데히드는 국내 담배갑에 표시된 성분은 아니지만 국제 암연구소 발암물질 분류에서 그룹 1~2B에 해당하는 성분이다.

또한 연기 중 니코틴함량은 궐련담배 1개비 양으로 환산 시 0.33~0.67mg으로 일반 담배(타르 4~5mg)에 함유된 담배 기준과 유사한 정도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전자담배협회 측은 "마치 전자담배에 유해물질이 대량 함유된 것처럼 발표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자담배의 니코틴은 궐련담배와 비슷한 수준인 반면 유해물질 2종은 아예 검출되지 않았고 4종은 궐련담배에 비해 0.27% 즉, 400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는 게 협회 측 주장이다.

협회 측은 "식약처가 궐련담배 한 개비와 전자담배 10회 흡입을 동일 비율로 가정하고 발표한 자료만 보더라도 전자담배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몇 종 되지도 않고, 극히 미량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해결되지 못한 유해성 논란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

해결되지 못한 유행성 논란, 결국 ‘소비자 몫’

일반 담배와 전자담배의 특성을 섞은 아이코스(필립모리스)·글로(BAT코리아) 등 궐련형 전자담배를 쪄서 피우는 식의 담배는 이미 1980~90년대에도 있었으며, 담배 회사들도 '찌는 담배가 안전한 것은 아니다'는 걸 알고 있다는 연구도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미국 담배 회사 RJ레이놀즈는 이미 1980년대부터 ‘프리미어’, ‘이클립스’ 등과 같은 찌는 담배를 연이어 개발했다가 시장에서 실패했다는 것이다. 담배 회사 비밀 문건 연구의 권위자인 이성규 한양대 겸임교수 연구팀은 “담배 회사들이 찐 담배 역시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1996년 RJ레이놀즈 내부 문건을 보면 '(일반 담배와 비교해) 이클립스 흡연자의 혈중 일산화탄소 농도가 낮거나 비슷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농도가 높아졌다(most often increased)'는 문구가 있다는 것이다. 조홍준 울산대 의대 교수는 “연탄가스 중독처럼 혈중 일산화탄소가 갑자기 높아지면 사망에 이르고, 저용량으로라도 오래 노출되면 뇌에 손상을 주며 뇌경색·협심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발암물질 포함됐다는 해외 사례

지난 국감에서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등이 일반 궐련형 담배와 마찬가지로 다양한 발암물질을 포함하고 있다는 내용의 해외 분석자료를 밝힌 바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인 심 의원은 국회도서관에 아이코스의 위해성과 관련한 국제 분석자료의 수집을 의뢰해 분석한 결과, 아이코스에는 다양한 발암물질이 포함돼 폐암, 구강암, 위암, 신장암 등의 발암 위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스위스 베른대학의 레토 어어 박사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아이코스는 일산화탄소, 휘발성 유기 화합물(VOCs), 다환방향족 탄화수소(PAHs) 등 암과 관련한 화학 물질을 방출했다.

일본금연학회는 지난해 '새로운 담배에 대한 일본금연학회의 견해'라는 제목의 분석자료에서 "아이코스가 건강 위험이 적고 간접흡연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오인되고 있지만, 궐련과 마찬가지로 발암물질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해 사용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밝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연기가 더 위험해

일본금연학회는 “아이코스가 건강 위험이 적고 간접흡연의 위험이 없는 것으로 오인되고 있지만 궐련과 마찬가지로 발암 물질 등 유해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 사용자와 주위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자료는 특히 “궐련 담배와 달리 발생하는 유해 물질이 보이지 않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간접흡연을 피하지 못해 오히려 더 위험하다”고 분석했다

또한 스위스 베른(Bern) 대학의 레토 아우어(Reto Auer) 박사의 분석에 따르면 아이코스는 일산화탄소, 휘발성 유기 화합물 (VOCs), 다환 방향족 탄화수소 (PAHs) 등 암과 관련된 화학 물질을 방출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 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의학전문지 자마인터널메디신(JAMA Internal Medicine)의 부 편집장인 미첼 카츠 박사는 “가열식 담배도 발암 물질을 주위에 유출하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의 사용은 비 흡연자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아이코스를 한국 시장에 내놓은 미국의 담배 제조업체 필립모리스는 그동안 “아이코스에는 표준담배에서 발생하는 연기와 비교해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화학물질이 평균 90~95% 적게 포함돼 있다”고 주장해왔다.

하지만 필립모리스가 말하는 표준담배는 소비자들이 흔히 접하는 일반 담배가 아니라 1개비당 타르가 9.4mg, 니코틴이 0.72mg 함유돼 있는 연구용 담배인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부 관계자는 “연구용 담배 중에는 타르가 1.67mg 정도 함유된 모델도 있는데 이런 것들을 제쳐두고 타르가 많이 들어있는 모델과 비교해 아이코스의 유해성이 심각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게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반격에 나선 업체들, 소비자의 선택은?

스웨덴 카롤린스카연구소는 전자담배 속 니코틴이 혈관을 뻣뻣하게 만들어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앞서 지난 6월엔 미국 코네티컷대학 연구팀은 니코틴을 함유한 전자담배가 필터로 거르지 않은 일반담배만큼 해롭고, 비(非)니코틴성 전자담배의 증기는 필터로 거른 일반담배만큼 DNA를 손상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이 연구들은 이른바 액상 전자담배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최근에 나온 궐련형 전자담배는 태우지 않고 찌는 것이어서 일반담배보다는 덜 해롭다는 것이 업체의 주장이고 일부 연구 결과도 있다.

미카엘 프란존(Mikael Franzon) 필립모리스 의학 담당 수석은 14일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아이코스는 담배를 불에 태우지 않기 때문에 국제기관들이 정한 유해물질이 일반담배보다 약 90% 적게 포함돼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1주간의 임상연구와 3개월간의 임상연구에서 아이코스로 완전히 전환한 흡연자의 경우 15개 독성 물질에 대한 노출이 크게 감소했다”며 “금연한 사람들에게서 관찰된 노출 감소치에 근접했다”고 설명했다.

임상실험 결과 발표로 유해성 논란 정면돌파 시도

이번 실험은 국제적인 품질 기준(ISO)과 비임상시험관리기준(GLP), 임상시험관리기준(GCP) 등에 따라 진행됐으며 외부 연구기관에 의해 분석됐다.

실험 결과 아이코스는 표준 담배(3R4F)보다 FDA에서 정한 유해물질(18개)이 90% 적었고 인체발암가능물질(15개)은 95% 덜 검출됐다. 필립모리스가 정한 ‘유해하거나 잠재적으로 유해한 물질(HPHC)’ 58개 측정 결과도 약 90% 적게 나타났다. 독성물질도 표준 담배보다 90% 이상 적었다.

특히 아이코스 사용 후 일반담배에 비해 질병의 원인이 되는 염증생성과 내피세포 기능부전·산화스트레스·혈액응고가 줄어들었다고 주장했다. 건강에 도움이 되는 지질대사는 늘어났다.

미카엘 프란존 수석은 “아이코스 증기에는 유해한 화학물질의 생성이 대폭 줄었다”며 “2건의 90일간 임상시험 결과 일반담배에서 아이코스로 전환한 흡연자들은 15개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 수치가 같은 기간 금연한 사람들의 수치와 비슷하게 저감됐다”고 말했다.

이어 “임상실험 결과에 따르면 일반담배에서 아이코스로 전환할 때 심혈관계 질환의 종말점에도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히츠가 아닌 다른 궐련을 사용했을 경우에 대해선 "아이코스와 히츠는 하나의 시스템"이라며 "관련 효과나 성능은 두 제품을 같이 사용했을 때만 한정된다"고 선을 그었다.

미국 전자담배회사 필립모리스는 자사가 지난 5월 출시한 '아이코스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유해성이 90% 적다는 주장을 펼쳤다.

미카엘 프란존 필립모리스 의학 수석은 “현재 세계에는 10억명의 흡연자가 있고, 이 중 70%는 금연을 하고 싶어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 흡연자의 7%만 금연에 성공한다”고 말했다. 이어 “필립모리스는 임상실험도 전 세계적으로 진행하는 등 20년간 비연소 제품 개발에 노력해왔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검증 미비로 신뢰성은 여전히 의문

그러나 궐련형 전자담배는 시판 기간도 매우 짧고 일부 국가에서만 판매되고 있어 아직 중립적인 학자들의 본격적인 연구결과는 사실상 나오지 않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지적된다.

담배회사들이 앞다퉈 ‘기존 제품보다 유해성분을 줄여 덜 해롭다’고 주장하며 새로운 형태 담배를 내놓고 있지만 현행 법 미비로 정부가 이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민 건강을 책임져야 할 정부가 법과 규정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은 틈을 타 담배회사들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보만 일방적으로 제공해 소비자들을 호도하면서 판매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렇게 연구결과가 엇갈리는 가운데 소비자들은 이렇게 새로운 형태의 담배가 출시될 때 정부가 유해성 여부를 완벽하게 분석해 허가를 내 주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담배회사가 서류만 제출하면 출시가 가능한 ‘신고제’라 정부 차원의 안전성 검증은 사실상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렇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담배의 유해성 관리에 대한 법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대조적으로 미국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직까지 시판허가를 내주지 않고 있다.

국민 건강 지킬 위해성 검증 위한 정부의 대책 절실

공신력 있는 정부기관의 연구결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현행 법은 정부기관이 담배의 유해성을 분석하고 관리할 의무가 없다. 담배사업법에 따르면 담배 연기의 성분과 각 성분의 함유량 등 유해성은 기획재정부가 관리한다. 담배가 세금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금연정책을 추진하지만 담배 자체의 유해성 분석·관리는 하지 않는다. 담배의 유해성분 관리는 뒷전으로 밀려나 있는 셈. 국민건강증진법과 담배사업법에 담배의 유해성 분석을 포함한 전체적인 안전관리 방법을 담을 수 있도록 개정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확정된 것은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새로운 제품을 출시하려면 식품의약국(FDA)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FDA는 필립모리스가 주장하는 ‘기존 담배보다 덜 해로운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덜 해롭다는 게 밝혀지지 않으면 출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FDA에는 담배의 안전성만 전담하는 부서가 따로 있다. 그렇다고 오래 전부터 FDA가 담배 안전성을 챙긴 것은 아니다. 이 담배전담 부서가 생긴 게 불과 2009년이다.

혼란에 빠진 소비자, 금연을 위한 대안은?

식약처는 담배 유해성분 분석을 2014년에 시작했다. 식약처 관계자는 “법의 미비로 안전관리가 되지 않던 상황에서 유해성분 관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연구과제 형태로 권련형 담배와 액상형 전자담배의 성분 분석을 진행했다”며 “3년 정도의 과제 진행을 통해 올해 4월 유해성 평가결과를 발표했다”고 말했다.

식약처는 니코틴, 타르, 벤젠, 비소, 카드뮴 등 담배갑에 표시된 9개 성분을 비롯해 포름알데히드, 아세톤, 페놀, 톨루엔 등 담배에 포함된 45개 유해성분과 액상형 전자담배 유해성분 7종을 분석했다. 당시만 해도 아이코스 같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시장에 나오기 전이라 당연히 식약처 분석 대상에는 빠질 수 밖에 없었다. 미국과 같은 관리법안이 우리나라에 있었다면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혼란은 빚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그렇다면 금연을 위한 대안으로 궐련형 담배를 선택한 소비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철민 서울대병원강남센터 가정의학과 교수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명백한 '담배'"라며 "덜 위험하다는 인식으로 많은 흡연자가 금연할 기회를 놓칠 수 있는 만큼 금연학회 등 전문가 단체에서 정확한 정보를 알리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액체로 된 니코틴 성분을 빨아들이는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인체에 매우 유해하다. 미국 로체스터 대학 연구팀이 잇몸세포에 일반 담배 연기와 멘톨향 전자담배 연기를 지속해서 노출시켰더니 전자담배의 연기가 잇몸세포를 더 손상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전자담배 연기가 잇몸을 자극해 염증을 유발하는 단백질을 만들고 이것이 다양한 구강질환을 일으킨다고 분석했다.

가향담배 피하고 적당한 보조제 도움 받아야

니코틴이나 타르 등 유해 물질 함량이 적고 향기가 나는 가향담배도 있다. 가향담배는 민트·과일향 등 향기가 나 몸에 덜 해로울 것이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향이 첨가된 담배는 향 중독성이 강해 일반 담배보다 더 위험하고 끊기도 훨씬 어렵다고 한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13~39세 젊은 현재 흡연자의 65%는 가향 담배를 피우고 있고 흡연 시도를 가향담배로 시작한 경우 계속해서 흡연할 확률이 일반담배 흡연자의 1.4배였다. 또 흡연경험자 중 가향담배로 흡연을 시도해 계속 가향담배를 사용한 확률은 일반담배로 시작해 가향담배를 사용한 확률의 10.4배였다. 특히 가향담배는 담배의 자극적인 특성을 숨겨 흡연 시도의 진입장벽을 낮추므로 더욱 위험하다.

금연을 하고 싶다면 금연을 돕는 의약품·의약외품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다. 의약품은 니코틴 성분이 들어있어 흡연량을 줄여주고, 의약외품은 니코틴 성분 없이 흡연 욕구를 줄이거나 흡연 습관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그러나 이런 금연보조제도 지나치게 사용하면 안된다. 니코틴이 든 껌·패치·구강용해필름 등을 2개 이상 사용하거나, 동시에 담배를 피우면 혈중 니코틴 농도가 지나치게 올라간다. 특히 흡연 경험이 있는 임산부가 임신 중 금연을 위해 금연 보조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금물이다. 니코틴이 혈액을 타고 그대로 태아에게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3개월 이내에 심근경색을 앓았거나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도 니코틴이 든 금연보조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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