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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청 국정감사, 올해도 오보·비리 논란준비 없는 일부 의원들 무성의한 질의… 재탕·삼탕 반복
개선 없는 기상청 ‘오보청·비리청·소송청’… 불명예 여전

[국회=환경일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기상청에 대한 국정감사가 열렸지만 일부 환노위원들의 준비 부족으로 이전에 지적했던 사항을 반복하는데 그쳤다. 반면 기상청은 수년간 지적 받았던 문제들을 고치지 못하고 올해도 오보청, 비리청, 소송청 등의 비아냥을 들어야 했다. 특히 직원 비리와 솜방망이 처벌이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취임 2달도 지나지 않은 김종석 기상청장은 “검토하겠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처리하겠다”, “다시 한번 검토하겠다” 등의 답변이 많았다. <사진=최인영 기자>

1년에 한번 국정감사 이래도 되나?

정부 정책은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년이 지나야 제대로 만든 정책인지 판단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정책의 효율성을 따지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방대한 조사와 객관적인 자료가 필요하다.

반면 일기예보는 ‘맞다, 틀리다’가 명확하기 때문에 공격하기 매우 쉬운 소재다. 이번 기상청 국정감사에서도 환경노동위원들은 예보 적중률에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고, 기상청은 ‘오보청’이라는 비아냥을 피하지 못했다.

일기예보가 기상청의 기본 역할인 만큼 정확도를 높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해외 기상청과의 단순비교는 곤란하다. 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와 접해있고 산악지형이 많기 때문에 예보가 어려운 기상여건을 가지고 있다.

반면 일기예보가 매우 쉬운 지형도 있다. 극단적으로 사막지형은 별다른 노력 없이 1년 365일 ‘오늘도 맑음’이라는 예보를 해도 대부분 적중한다. 그렇다고 몽골의 예보기술이 한국에 비해 우수하다고 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상전문가들은 “해외 기상예보와 한국의 기상예보 적중률을 수치만 놓고 단순 비교하는 것은 매우 무식한 짓”이라며 질색한다.

수년, 아니 수십년째 기상청 국정감사는 오보, 직원비위, 솜방망이 처벌 문제가 반복해서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최인영 기자>

기상청 수의계약 비율 83%

그래서 단순 수치 비교가 아닌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는 질의가 상대적으로 빛났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전체 1093개 지진관측 지점 가운데 254지점 23.2%만 분석에 활용된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조기경보 활용에서 원전, 가스시설, 댐 등 중요한 시설들이 누락됐다”면서 진도 3.0 이상의 지진조차 감지하지 못하는 불량 장비, 잦은 고장으로 저조한 가동률, 2016년에 신규로 설치했음에도 고장 난 장비의 품질문제 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상청 연구용역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제기했다. 최근 5년간(2014~2018년) 기상청 연구의 계약형태는 수의계약이 83%(498건)를 차지했으며 금액으로는 1118억8500만원에 달했다. 조달청과 비교해 수의계약 비율이 3배나 많을 정도다.

이 의원은 “높은 수의계약비율, 계획 없이 추진되는 사업, 특정기관에 집중되는 연구 등은 문제”라며 “연구용역을 발주한 후, 연구의 성과관리를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높은 수의계약비율, 계획 없이 추진되는 사업, 특정기관에 집중되는 연구 등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진=최인영 기자>

예보관 평균 근무경력 4.4년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은 예보관들의 경력이 지나치게 짧다는 점을 지적했다. 기상청 5급 이상 예보관 46명 중 10명의 예보 경력이 2년 미만이고, 심지어 1년 미만도 7명이나 된다.

예보관은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하기 때문에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20~30년 이상 은퇴할 때까지 같은 업무에 종사하며 전문 인력으로 양성한다.

반면 우리나라 예보관들의 평균 근무경력은 4.4년에 불과하다. 심지어 우리나라 공군 예보관조차 근무경력이 최소 10년 이상, 평균 15년에 달한다.

김 의원은 “예보관의 높은 업무강도와 장시간 근무로 인해 베테랑 예보관들로부터 지식·경험·노하우가 전수될 근무환경이 조성되지 않고, 소규모 기관 운영에 따라 집합 교육에 참여할 기회가 적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그는 “기상청은 과거 9년 동안 약 1조9233억원의 예산을 예보 정확도 향상에 사용했지만, 인력교육 및 관리에 사용한 예산은 약 70억원에 불과하다”며 “예보인력 역량 부족의 문제는 기상청이 과거부터 잘못 수립한 전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바른미래당 김동철 의원은 “예보인력 역량 부족의 문제는 기상청이 과거부터 잘못 수립한 전략의 문제”라고 지적했다. <사진=최인영 기자>

태풍 ‘솔릭’ 호들갑 예보 논란

일부 환노위원들은 태풍 솔릭 예보를 놓고 기상청을 비난했다. 공연히 호들갑을 떠는 바람에 불필요하게 학교들이 휴교에 들어갔고, 이로 인해 ‘학습권’을 침해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한 의원은 “(휴교 상황을)기상청이 강 건너 불구경하듯, TV 보고 있었나? 기상청장이 사과해야 한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기상청이 ‘오버’를 했기 때문에 불필요한 휴교를 했다는 것이 비난의 요지이지만, 반대 상황을 생각한다면 오히려 다행이라는 반론도 있다.

만약 태풍 솔릭이 한반도를 비켜가면서 가벼운 피해만 남길 것이라고 예보한 상황에서, 예상하지 못한 경로로 이동해 내륙 중심부을 관통했다면, 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태풍 솔릭 호들갑 예보 논란에 대해 한 기상전문가는 “하와이 지진센터는 지진, 화산 등이 예상되는 경우 가장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상황까지 가정해서 예보하지만, 빗나갔다고 해서 비난 받지 않는다. 오히려 큰 피해를 입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의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는 마인드가 확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국정감사 질의 도중 최흥진 기상차장(오른쪽)이 김종석 기상청장에게 메모를 건네고 있다. <사진=최인영 기자>

‘몰카’ 찍다 걸려도 고작 ‘견책’

오보 논란과 함께 직원 비위 문제 역시 기상청 국감의 단골메뉴다. 더불어 솜방망이 처벌 역시 늘 따라붙는 키워드다.

2013년 이후 기상청과 산하기관 임직원이 징계 또는 경고·주의 처분을 받은 건수는 총 275건에 달한다.

그러나 이 같은 직원비위에도 불구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징계수위별 현황을 살펴보면 중징계는 2건(0.7%), 경징계는 24건(8.7%)에 그쳤다.

반면 징계로 볼 수 없는 불문경고와 경고는 52건(18.9%), 주의는 197건(71.6%)에 달하며 비위 사건 대부분이 솜방망이 처벌을 받고 종결됐다.

특히 중징계 및 경징계를 받은 비위 사건 26건 중 음주폭행 6건, 음주운전 4건, 성비위 4건, 교통사고(가해) 7건 등이 포함됐다.

대표적인 사례를 보면 ▷2016년 술에 취해 경찰을 폭행하는 등 공무집행방해로 견책 ▷2015년 해수욕장에서 여성의 신체부위를 몰래 동영상 촬영하다 적발돼 견책 ▷2015년 4월 음주 후 채팅어플로 만난 여성과 성매매로 견책 ▷2015년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 직원 10명이 단체로 업무추진비 및 연구비카드를 부적절하게 유용했으나 경고(2명), 주의(8명)에 그쳤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기상청의 고질적인 비위가 근절될 수 없다”며 “기상청은 국민 혈세로 운영되는 정부기관으로서 소속 임직원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처벌이 가능하도록 규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의원은 “제 식구 감싸기 식의 솜방망이 처벌로는 기상청의 고질적인 비위가 근절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사진=최인영 기자>

성추행 저지르고 무사 퇴직

솜방망이 처벌은 올해도 계속됐다. 제주기상청에 근무하는 C국장은 여직원을 상대로 성추행을 저질렀고 문제가 불거지자 사직서를 내고 일주일 만에 명예퇴직했다.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어떠한 처벌도 없이 퇴직금과 공무원연금까지 받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퇴직을 신청했을 당시 피해자가 고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제재를 가할 방법이 없었다”라고 밝혔다.

C국장의 성추행은 기상청 내에서도 아래부터 윗선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퍼진 것으로 알려졌다. 기상청은 성범죄를 저질러 논란이 된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도 공식적인 문제 제기가 없었기 때문에 아무런 처벌도 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참고로 보통 30년 가량 근무한 공무원이 부이사관으로 퇴직하면, 7000만~8000만원 가량의 퇴직수당과 함께 매달 350만원 가량의 공무원연금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용 환경노동위원장은 “특정연도에 특별한 일 때문에 청렴도가 낮을 수 있다. 그러나 5년 이상 계속된다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고 청장 개인뿐 아니라 전 직원이 반성해야 한다”며 “근본적인 원인이 솜방망이 처벌이다. 특단의 대책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김경태 기자  mindaddy@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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