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발전 목적 다시 보고 법 체계·위원회 정비해야

2015년 9월 UN 총회에서 전 세계 국가들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립 및 실천에 합의했다. 2016년 시행 후 3년 반이 지난 현재 많은 나라들이 목표를 만들고 실천에 들어갔지만 대한민국은 발이 묶여 느린 걸음을 걷고 있다.

지속가능발전법, 녹색성장기본법, 지속가능발전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 같은 관련법과 위원회가 비효율적으로 충돌하고 있다는 이유가 크다.

양대 법과 양대 위원회의 통합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지만, 현실적으로 만만한 일이 아니다. 합의도 어렵고, 시간도 많이 소요돼 한번 틀어지면 앞으로 또 몇 년이 더 걸릴지 모른다.

먼저, 지속가능발전과 녹색성장을 명확히 구분해서 봐야 한다. 녹색성장은 기후변화·에너지 분야에 집중하며 지속가능발전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수단이다.

여·야 모두 지속가능발전 추진을 위한 기반 마련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취지를 공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통합을 가정한다면 지속가능발전의 범주 내 실행 수단으로서 녹색성장을 둔다는 개념이 필요하다.

많은 ‘위원회’가 제대로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명확하게 업무가 구분되지 않는 위원회를 병립하는 것은 적합하지 않다.

만약 기후변화와 관련한 위원회나 기구를 별도로 두고자 할 경우 또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이것까지 포괄하여 종합적 프레임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차선책으로는 통합을 전제로 하되 당분간 양 법과 체제를 병행하면서 대한민국과 각 지역 현황에 맞는 SDGs를 만들어가는 방법이 있다.

위원회는 전 부처에 걸쳐 지속가능성을 내재화한 계획수립과 효율적 이행을 위해 결국엔 대통령위원회로 두는 것이 맞다고 본다.

현재 지방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지자체 단위로 구성돼 있지만, 지자체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와중에 행정구역으로 묶여있는 위원회 구조에서 과감히 벗어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굳이 대구, 경북, 광주, 전남 식으로 나누지 말고 광역이나 생활권 단위로 묶는 방법도 있다. 혹은 섬진강 지속가능위원회, 하동·광양 지속가능위원회 등 영호남 합동으로 구성해 비슷한 입장의 도시들끼리 서로 배우고 격려해주는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미국이나 영국처럼 위원들이 직접 연구하고, 보고서 집필하고 소신껏 발표하고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위원회가 아닌 이상 지속위가 뭘 할 수 있나 하는 근본적 질문을 던져볼 때다. 구체적 대안이 없으면 공론(空論)으로 끝날 수 있기 때문이다.

법과 위원회의 통합을 거론하기 전에 다시 돌아볼 것은 과연 우리가 SDGs의 근본 목적, 한국적 상황 반영에 집중하고 있는가이다. 17개 포괄적 목표들을 누가 제대로 관리할 수 있는가 또한, 관건이다.

지속가능발전, 녹색성장, 기후변화 이런 개념들 사이의 상하관계를 논의하는 대신 전혀 새로운 체계로의 과감한 전환도 시도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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