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스틱 쓰레기 소각, 어떻게 볼 것인가’ 제13차 시민정책포럼 열려
“물질재활용만으로는 해결 불가능”···현재 시스템에 부합한 대안 필요

제13차 시민정책포럼 '플라스틱 쓰레기 소각, 어떻게 볼 것인가'가 18일 열렸다. <사진=최용구 기자>

[정동 프란치스코회관=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우리는 플라스틱(합성고분자 화합물) 폐기물이 지구상의 모든 생물체에게 치명적인 위협이 되는 것을 잘 알지만 그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없어 답답하기만 하다. 

현재의 대한민국은 경북 의성의 ‘쓰레기 산’으로 대표되는 전국의 수백여 개 ‘쓰레기 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올 초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전국의 약 120만톤 규모의 불법쓰레기들이 방치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 시점에서의 ‘플라스틱 소각’에 대한 현실적인 당위성에 있어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18일 서울시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플라스틱 쓰레기 소각,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시민정책포럼이 열렸다.

“플라스틱 문제, 물질 재활용만으로는 해결 불가능”

이날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자원순환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현 시점의 어쩔 수 없는 당위와 그 한계’를 얘기했다.

자원순환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플라스틱 사용량은 늘 것이며, 물질재활용 만으로는 힘들다"고 밝혔다. <사진=최용구 기자>

홍 소장은 “한국의 플라스틱 폐기물 재활용 비율에는 고형재생연료(SRF), 소각열 에너지회수 등이 같이 집계되고 있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실질적인 ‘물질재활용’에 대해서는 “2017년 통계 기준으로 발생량의 23% 수준"이라 밝혔다.

또한 그는 “한국은 플라스틱 생산자에 대해 생산과정에서의 재생원료 사용을 관리감독 하는 것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국의 네슬레(Nestle), 코카콜라(Coca cola) 등 다국적 기업이 환경단체의 철저한 관리감독으로 최근 포장재 생산에 재생원료 사용을 늘이겠다고 발표한 사례를 들며 “한국도 이런 식의 생산자들을 압박하는 전략을 시민사회에서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처럼 플라스틱 문제가 주목을 받고 있음에도 실상은 점점 더 악화될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홍 소장은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국내 석유화학 업계 영업이익율 증가가 현재 설비투자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제공=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그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의 저유가 기간에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영업이익률이 어마어마하게 증가했다”며 “이 시기 수익을 다시 투자로 전환하면서, 세계적으로 에틸렌(Ethylene) 설비가 연간 약 300만톤 정도가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미국의 셰일가스(Shale Gas)와 중국의 막대한 설비투자를 근거로 들며 향후 몇 년간은 에틸렌의 공급과잉을 점쳤다.

아울러 “한국은 자국의 석유화학을 보호하는 구조인데, 미국서 뿌리는 저가의 에틸렌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걸 막고는 있으나 언제까지일지는 미지수”라며 “우리가 생각하는 범위 이상으로 석유화학 업계의 변화가 플라스틱 생산과 재활용에 영향을 주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는 이에 대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기술과 자본’이 뒷받침된 석유화학 기업의 ‘플라스틱 재활용 사업 수직계열화’를 제시했다.

홍 소장은 “이것은 석유화학 업계가 신원료뿐만 아니라 폐기물을 열분해 하는 설비까지 갖춰 계열화시키고, 필요하면 열분해 해서 나오는 것을 신원료의 정제에도 투입시켜 산업 전체를 발굴하는 단계”라며 “이는 재생원료를 많이 써야 하는 기업들을 유도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해석했다.

끝으로 홍 소장은 "플라스틱 재활용은 기술적인 한계가 분명하므로 생산 및 유통단계에서의 혁신이 뒷받침되지 않는 이상 물질 재활용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며 소각할 수밖에 없는 어쩔 수 없는 현실론을 재차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의식 개선 필요”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강신호 소장은 "소각장 건립은 대안이 아니며, 근본적인 인식을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최용구 기자>

이어진 발제에서 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강신호 소장은 “철저한 자본주의 논리로 확산된 지금의 플라스틱 문제에 관해 기술적 대안이 가진 맹점을 말하고 싶다”며 얘기의 포문을 열었다.

강 소장은 “플라스틱 같은 합성고분자 물질의 특성상 계속 재활용하면 분자구조가 떨어져 본래의 품질을 완벽히 재현해 내지 못한다”며 플라스틱 재활용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그는 플라스틱·폐타이어·종이·나무잔재 등으로 구성된 SRF를 활용한 ‘열적 에너지회수(Incineration)’ 방식에 관해서도 “이도 결국 태우는 과정에서 소비를 하므로 소각이라고 봐야 한다. 쓰레기로부터의 에너지를 재활용이라고 해석하는 건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화석연료에서 기원한 화학섬유·인조가죽·플라스틱 등 ‘비재생 쓰레기’의 개념을 소개하며 “올 10월부터는 이러한 비재생 쓰레기로 만든 ‘비재생 SRF’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를 얻을 수 없다”고 밝혔다.

강 소장은 "매립은 땅에 묻고, 소각은 하늘에 묻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제공=대안에너지기술연구소>

또한 강 소장은 “매립은 땅에 묻고 소각은 하늘에 묻는 것”이라며 “물질순환의 논리에서 플라스틱은 지구의 생태계와는 맞지 않다”고도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지금의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해 “소각장을 지을지 말지로는 답을 찾을 수 없다”며 “근본적인 문제를 모르고 소비자들이 쓰는 한 플라스틱은 줄 수가 없다. 완전히 거부하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 안 쓰게끔 소비자들의 의식을 개선하자”고 재차 강조했다.

“무조건적인 소각 부정은 지양해야”

이어진 공개토론에서도 각계 주체의 발언이 이어졌다.

서울연구원의 김고운 부연구위원은 “실제로 플라스틱이 많이 나올 수밖에 없는 시스템하에 산다는 건 부인을 못한다”라며 “소각을 부정해 버리면 현재는 대란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부연구위원은 폐기물 관리에 있어 ‘순환경제’의 개념에 대해서도 말을 이어갔다.

그는 “순환경제는 우리나라 체제상 경제라는 용어가 있기에 시장논리로 이 문제를 풀지 않고서는 해결이 안 된다”며 “이는 분명 한계가 있고, 아직은 대안이 없다. 아직까지는 대형 소각시설에서 집진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모니터하는 제도를 버릴 수 없다”고 밝혔다.

또한 김 부연구위원은 “최근 플라스틱 SRF 연료 규제로 오히려 블랙마켓 시장이 횡행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하며 “우리가 쓴 플라스틱은 하루아침에 없어지지 않는다”며 “줄일 수 없는 현실에 맞는 다음 단계의 고민을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발언에서 기후변화행동연구소 박훈 연구위원은 오는 10월부터 이행되는 ‘플라스틱 SRF 연료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제외’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그는 “기존의 소각발전소는 인정하자”며 그 대신 ▷배출량총량제 상한기준 마련 ▷SRF품질규격 및 품질등급까지 기준 마련 ▷생산과정의 기술수준 및 환경유해성 평가지침 마련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아울러 참석자 들과의 질의응답도 이어졌다.

자신을 ‘장난감 재활용 업체 대표’라고 소개한 한 익명의 참석자는 “오늘의 발언들이 대부분 대의(大義)적”이라며 “물질재활용을 하는 데 실질적인 지원은 체감이 안 된다. 업체들에 재정적인 지원이 뒷받침돼야지 경제적인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고 호소했다.

이어서 “재활용 업체에 대한 지원에 있어 제시할 대안이 있냐”는 재활용 업체 대표의 질문에 자원순환연구소 홍수열 소장은 "한국의 물질재활용 산업구조는 심각한 위기다. 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근본적으로 재검토해야 하는 시기”라고 답했다.

또한 홍 소장은 “기계적인 방식의 재활용만으로는 분명 한계가 있다”며 “효율적인 재활용을 위해선 기술과 자본이 가미된 기업이 들어와야 하는데 이러면 기존의 영세업체들이 ‘영역침범’이라며 반발할 것”이라 우려를 표했다.

아울러 홍 소장은 “상호가 어떻게 협력체계를 구축해서 조화를 이루느냐가 관건이다. 업체들이 당장 먹고살길 바라면서 장기적으로 기업의 유입을 반대하는 건 공멸하는 지름길”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은 최근 예민한 ‘플라스틱 소각’ 문제를 대변하듯 각계 주체들의 열띤 발언과 참석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였다. 쓰레기 대란에 대한 심각한 우려와 대안 마련이 시급한 현 시점에서 이번 정책포럼이 해답의 단초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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