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선정기사, 이화여자대학교 서희주 학생
자연 파괴 한순간...되돌리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 필요해

환경부와 에코맘코리아는 생물자원 보전 인식제고를 위한 홍보를 실시함으로써 ‘생물다양성 및 생물자원 보전’에 대한 대국민 인지도를 향상시키고 정책 추진의 효율성을 위해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을 운영하고 있다. 고등학생 및 대학생을 대상으로 선발된 ‘생물다양성 그린기자단’이 직접 기사를 작성해 올해 6월부터 12월까지 매월 8편의 선정된 기사를 게재한다. <편집자 주>

강치를 잡고 있는 일본인들 (왼쪽, 자료제공=해양수산부), 국립수목원 산림박물관에는 일제강점기 때 사라진 우리 동물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어 있다. <사진=서희주 학생>

[그린기자단] 서희주 학생 = 우리나라는 1910년 일본의 제국주의적 침략을 받아 1945년 광복을 맞이할 때까지 일제 탄압 하에서 온갖 물자를 수탈당하고 고통을 겪었다.

광복 후 50년 이상이 지난 지금까지도 일제강점의 상처와 흔적은 곳곳에 남아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한반도 생태계 생물다양성 감소다.

해수구제사업이라는 명목 아래 자행된 한반도 생태계 파괴

일제강점기, 한반도를 점령한 일본은 해로운 맹수로부터 사람들을 구제한다는 명목으로 ‘해수구제사업’을 벌여 호랑이, 표범, 곰, 늑대 등을 사냥했다.

조선총독부 발행 잡지 ‘조선휘보’에 따르면 해수구제사업에 경찰관과 헌병은 3321명, 공무원 85명, 사냥꾼 2320명, 몰이꾼 9만1252명이 1915년부터 4220일간 동원됐다.

그 결과, 수천 마리의 야생동물이 희생당했으며 몇몇 종은 절멸로까지 내몰렸다. 일제강점기 전까지만 해도 한반도에서 종종 보이던 늑대, 표범, 호랑이 등이 일제강점기 이후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로 인해 한반도 생태계의 생물다양성은 큰 타격을 입었고, 아직까지도 복원되지 않고 있다.

그런데 일본은 정말로 맹수의 피해로부터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이런 대대적인 사업을 벌인 것일까? 그렇다고 하기엔 이해가 되지 않는 의문점들이 몇 가지 있다.

첫째는 사냥의 강도가 너무 과하다는 것이다. 사실 민간인에게 해를 끼치는 야생동물을 국가적 단위로 포획하는 작업은 조선시대 때부터 행해져왔다.

포호정책이 그것인데, 이 정책을 시행한 이후 호랑이의 수가 많이 줄긴 했지만 그렇다고 씨를 말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진 않았다.

그러나 일본은 해를 줄이는 데서 그치지 않고, 당시 호랑이 멸종 위험에 대한 걱정의 목소리가 있었음에도, 사냥을 계속했다.

호랑이 사냥과 우리 민족정신 말살을 동일시했음이 분명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실제로 1917년 12월7일 조선호텔에서는 야마가타 정무총감 등 위정자들이 모여 호랑이 고기 시식회를 열고, ‘조선을 먹는다’는 정치적 행사를 벌이기도 했다.

호랑이, 표범, 늑대, 삽살개, 강치…일본에 의해 사라진 한반도의 동물들

맹수라고 볼 수 없는 야생동물에게까지 총구가 향했다는 사실은 해수구제사업이 선의의 사업이 아님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증거다.

‘한국동물원80년사 창경원편(韓國動物園八十年史 昌慶苑編)’에 따르면, “일제는 해수구제란 명분으로…전혀 피해의 대상이 아닌 조류에게도 무자비한 불을 뿜었다”는 기록이 있다.

게다가 1939년에 이르러서는 조선원피주식회사를 설립, 방한복과 방한모의 재료로 사용하고자 일본은 7년에 걸쳐 최소 100만~150만 두의 한국 토종개를 도살했다.

일본어민에 의해 남획되어 멸종한 독도 강치 역시 모피 때문에 잔인하게 희생된 소중한 우리 동물이다.

오랜 세월 독도에 터를 잡고 살았던 바다사자는 그렇게 일본의 손에 가죽과 기름만을 남기고 사라져 지금은 볼 수 없다.

지켜주지 못했던 소중한 우리 동물의 넋을 기리며…

박물관에서 일제강점기 때 사라진 우리 동물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사진을 바라보며 이제 다시는 그런 비극을 겪어서는 안되겠다고 다짐해 본다.

우리는 한 번 나라를 빼앗겼고, 그 탓에 한 나라 안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물들마저 타국의 손에 잃었다. 반달가슴곰, 여우, 삽살개 등 멸종된 동물들을 복원하는 노력을 계속해서 기울이고는 있지만, 일제가 짓밟기 전의 생태계로 되돌리는 것은 쉽지 않다.

생명의 목숨을 빼앗고 자연을 파괴하는 건 순식간일지라도 그것을 되돌리는 데는 엄청난 시간과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우리는 이제 안다.

소중한 우리 동물을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애초에 그들에게 손대지 않는 것, 죽이지 않는 것, 그리고 우리 아닌 남의 손에 다시는 빼앗기지 않는 것뿐이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우리는 호랑이를, 표범을, 늑대를, 삽살개를, 강치를 기억해야 한다. 소중한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움직여야 할 때는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일제강점기 때 사라진 우리 동물을 이제는 우리 땅에서 볼 수 없지만, 한반도에 남은 그들의 넋은 우리의 움직임을 지켜볼 것이다.

언젠가 다시 조선 호랑이가 백두대간을 자유로이 누비며 돌아올 그날까지 소중한 삶의 터전은 우리 손으로 꼭 지켜내겠노라 약속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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