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업’ 이유로 떠나기 어려워… 해외 거주로 처벌도 흐지부지

[환경일보] 여행금지국가인 리비아와 예맨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8명 모두 정부허가 없이 불법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이석현 의원이 외교부와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여행금지국가 및 지역으로 지정된 곳에 거주하는 우리교민은 1597명이다.

비교적 산업교류가 활발한 이라크에 거주하는 우리 교민수 1541명을 제외하면 아프가니스탄에 39명, 필리핀(여행금지구역)에 7명, 그리고 예맨과 리비아에 각각 5명이 거주 중이다.

이 가운데 리비아와 예맨에 거주하는 8명이 우리 정부로부터 허가를 받지 않고 불법 체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여권법에 따르면 여행금지국가에 체류하려면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리비아에 거주 중인 우리 국민 5명과 예맨에 거주 중인 우리 국민 3명은 이러한 허가 없이 불법체류 중이다.

이들은 해당국가가 여행금지국가로 지정되기 전부터 거주해 ‘생업’을 이유로 쉽게 해당 국가를 떠나기가 어려워 ‘버티기식’으로 거주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지난 5월 리비아에서 납치된 우리 국민도 여행자가 아닌 현지 거주 중인 교민이었다.

문제는 이들에 대한 행정적 조치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외교부는 이들에 대해 형사 고발 등의 조치는 취했지만 고발을 접수한 경찰청 역시 뾰족한 수가 없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나마 귀국한 자에 대해서는 불구속 기소 송치를 하지만, 나머지에 대해서는 실질적인 수사 진행이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외교부가 2016년 이후 외교부가 경찰에 고발한 ‘여행금지국가 체류 및 방문 금지 위반’ 27건에서 ‘생업을 목적으로 장기 체류’ 사유로 고발한 건은 리비아 5건, 예맨 2건으로 총 7건이다.

이중 ▷미입국으로 인한 기소중지는 2건 ▷수사 중이지만 대상자가 해외에 체류 중인 건이 3건 ▷여권반납명령 1건 ▷관할권 조정으로 외교부에 반송된 건이 1건이다. 실질적으로 처벌이나 조치가 이뤄진 것은 여권반납명령 1건에 불과하다.

외교부-경찰청, 수사공조 난항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외교부가 경찰청에 고발을 해도 별다른 조치 없이 흐지부지되는 경우도 생긴다.

올해 4월 외교부는 경찰청에 필리핀 여행금지 구역에 장기체류한 우리 교민 7명을 고발했으나, 경찰청은 이후 ‘외교부의 해지요청’으로 수사가 중단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외교부 입장은 다르다. 경찰청이 고발 이후 수사를 위해 이들의 거취파악을 요청해 확인해 줬는데, 해당 시점에서는 여행금지구역이 아닌 다른 지역으로 이동한 것이다.

외교부는 ‘경찰청에 이들의 거취 지역을 전달해준 것에 불과하며, 불법 체류 요소가 해소돼 고발을 해지한다고 밝힌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여행금지구역에 불법 장기체류를 해도, 어떠한 법적, 행정적 조치도 받지 않고 끝나고 있다. 외교부-경찰과의 공조가 원활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에 대해 이석현 의원은 “국내 거주자가 아닌 해외체류자를 대상으로 한 만큼 경찰 수사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며 “교민의 안전을 매일 살피는 것도 중요하지만 불법 체류하고 있는 만큼 여권반납명령 등을 적극적으로 조치해 압박을 통해 이주를 유인하는 적극적인 행정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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