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붕앙-2 석탄화력, KDI 예타에서 1000억원 적자 전망
지난해에도 호주 석탄광산 투자 실패로 5135억원 손실 발생

[환경일보] 그린피스와 기후솔루션, 녹색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4개 국내 환경단체들은 2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한국전력(이하 한전)의 베트남 석탄화력발전 사업 투자를 규탄했다.

역대 가장 길었던 장마로 인한 홍수와 폭염 등 기후위기가 초래한 피해들이 체감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한전이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해 뻔히 적자가 예상되는 사업에 무책임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전은 현재 베트남 하띤(Ha Tihn)성에 1200㎿ 규모의 석탄화력발전사업에 지분투자 형태로 2400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며, 한전의 투자가 결정될 경우 수출입은행도 8000억원의 금융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위기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그린뉴딜을 추진한다고 얘기했지만 반대편에선 회색 뉴딜을 하는 중”이라고 비판했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붕앙-2사업은 지난 3월 한국개발연구원(이하 KDI)이 수행한 예비타당성 조사결과에 따르면 1000억원의 손실이 예상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지난 6월 논란 속에 통과된 한전의 또 다른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인 인도네시아 자와 9‧10 호 사업의 예상 손실액인 85억의 10배를 상회하는 규모다.

이날 환경단체들은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한전의 고집은 한전의 적자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한전의 해외석탄사업으로 인한 적자가 지속되고, 잇따라 손실이 예상됨에 따른 지적이다.

지난해 한전은 호주 바이롱 석탄광산 투자 실패로 5135억원을 손실로 처리했으며 이는 2019년 한전 당기순손실의 1/4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환경단체들은 “베트남 붕앙-2사업은 재무적으로 투자할 가치가 없어 중국과 싱가포르 기업들이 투자를 철회하고 빠져나가는 사업”이라며 “한전은 웃돈까지 지불하며 이 사업을 인수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베트남 현지 정책의 변화로 사업의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제공=기후솔루션>

30년간 온실가스 2억톤 배출

환경단체들은 “베트남 붕앙-2 사업은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할 것”이라며 “장마 피해를 회복하지도 못한 채 폭염을 이겨내야 하는 기후위기의 절박한 현실 속에서 해외 석탄화력발전사업에 투자한다면 한국은 기후악당이라는 오명을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며 비판했다.

이들은 “붕앙-2 사업으로 인해 30년간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2억톤에 달한다”며 “이는 그린뉴딜 정책을 통해 정부가 2025년까지 73조원의 세금을 쏟아 부어 줄이려는 감축목표인 1229만톤의 15배가 넘는 양”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언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문재인 대통령은 기후위기에 대한 선제적인 대응을 위해 그린뉴딜을 추진한다고 얘기했지만 반대편에선 회색 뉴딜을 하는 중”이라며 “기후위기 시대에 명분도 없고 실익도 없는 해외석탄사업에 한국 공공기관이 투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정부가 제 할 일을 못한다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며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공적 금융기관의 해외석탄발전금지 4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규석 녹색연합 협동사무처장은 “무능한 정부는 일관성 없는 정책을 펼치는 정부”라며 “일관성이 없다면 정책의 불확실성이 높아져 정책의 기반이 흔들리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현 정부의 해외석탄발전사업이 대표적인 예”라며 “2050년 탄소중립을 논의하고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고 선언하는 와중에 공기업인 한전에선 해외에 나가서 석탄발전소를 지으려 한다”고 비판했다.

환경단체들은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한전의 고집은 한전의 적자를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진제공=청소년기후행동>

참여 기업의 동반 손실로 이어질 것

윤세종 기후솔루션 변호사는 “베트남 현지 정책의 변화로 사업의 리스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지난 2월 베트남 정부는 ‘결의안55’를 발표해 재생에너지 및 가스발전을 확대하고 석탄발전 감축 로드맵을 수립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붕앙-2사업 예정지인 하띤(Ha Tihn)성 지방정부도 계획 중인 석탄화력발전을 가스 발전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그럼에도 한전은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을 설계·조달·시공(EPC) 사업자로 끌어들여 사업을 추진하려 한다”며 “한전은 이를 ‘팀 코리아’ 사업이라고 강조하지만 이는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동반 손실로 이어질 것”이라고 비판했다.

실제로 삼성물산의 사업 검토 사실이 알려진 후 삼성을 향한 국제적인 비판 여론이 일고 있다.

17일(월) 호주 소재 환경단체 마켓포시즈(Market Forces)를 포함한 국제 환경단체들은 파이낸셜 타임즈 아시아(Financial Times Asia)에 전면광고를 실어 삼성물산의 사업 철회를 촉구했다.

청소년 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전 세계 30여개국 400여 청소년의 서명을 모아 삼성그룹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이 베트남 붕앙-2 사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사진제공=청소년기후행동>

어제인 19일(수) 청소년 단체 청소년기후행동은 전 세계 30여개국 400여 청소년의 서명을 모아 삼성그룹 서초사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물산이 베트남 붕앙-2 사업에 참여하지 말 것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했다. 석탄발전에서 배출되는 막대한 양의 온실가스가 기후변화를 가속화하기 때문이다.

윤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들이 석탄에서 손을 뗀 지금 삼성그룹이 이러한 흐름에 역행해 해외석탄발전사업에 뛰어든다면 더욱 눈에 띌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날 환경단체들은 한전에 ▷베트남 붕앙 2호기 석탄발전사업 투자 철회 ▷인도네시아 자와 9‧10호기 석탄발전사업 중단 ▷향후 모든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대한 투자중단 선언을 요구했다.

한편 한전은 오는 28일 이사회를 열어 베트남 붕앙 2호기 사업 투자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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