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증원 없이 지역간 의료격차 및 지역공공보건의료체계 유지 불가
정원 부족 지역, 의사 아닌 사람 의료행위 가능···예외적 허용 의료법 위반 

[환경일보] 김봉운 기자 = 2019년 말 기준 전국의 공공보건의료기관인 보건의료원, 보건소, 보건지소, 건강생활지원센터(도시보건지소), 보건진료소는 총 3564개소이다. 이중 의사가 없어도 되는 보건진료소를 제외한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은 1660개소다.

공공보건 근무 78.9% 전공의

이들 1,660개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의사 수는 총 2142명. 이 중 78.9%가 군 복무를 대체하고 있는 공중보건의사이다. 이에 반해 안정적으로 보건의료 서비스를 공급할 의무직 공무원은 3.6%에 불과했다. 계약직 의사도 17.5%에 그쳤다.

지역적으로는 서울, 광주, 대전, 부산 등 대도시의 경우 전공의가 없거나 비율이 낮았고 의무직 공무원과 계약직 의사의 비율이 높았으나, 전남, 경북, 전북, 경남의 경우 각각 전공의 비율이 99.3%, 98.3%, 96.8%, 95.5%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군 복무를 대체하는 공중보건의가 없으면 지역 공공보건의료체계가 붕괴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실제 2012년 4045명에 달했던 공중보건의 수는 2020년 5월 기준 3507명으로 줄었다.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 의사 현황(- 보건의료원의 경우 전국 총 15개소(강원2, 경기1, 경남1, 경북2, 전남3, 전북4, 충남2)에 모두 의사가 있었음. 보건의료원에 근무하는 의사는 총 152명으로 이중 의무직은 0명, 계약직은 15명, 공중보건의는 137명이었다.) <자료제공=서동용 의원실>

의무직 공무원 한명도 없는 곳도

특히 전남, 제주도, 충남, 충북 등은 의무직 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지역 공공보건의료체계의 핵심인 보건소와 보건의료원조차 의무직 공무원이 한 명도 없었다. 

특히, 전남과 경북의 경우 의무직 공무원과 계약직 의사 한 명도 없이 공중보건의사로 모든 보건소가 운영되고 있었다.

의사 없는 지역 공공보건의료기관 현황 <자료제공=서동용 의원실>

의사 없는 공공보건 123개소

아예 의사가 없는 공공보건의료기관도 123개소에 달했다. 지역별로는 경기도 24곳에 의사가 한 명도 없었고, 그다음으로는 경상남도, 서울시, 전라남도가 각 11곳에 의사가 한 명도 없었다.

서울과 경기도가 의사 없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 많은 것은 도심 보건지소의 주변 지역에 민간 의료기관이 많아 진료 서비스 대신 보건정책 중심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총 25개 보건소에서 근무하는 의사는 모두 151명(의무직 23명, 계약직 128명)으로 보건소당 6명이지만, 경북은 23곳의 보건소에 의사가 없는 곳이 2곳에 달했고 보건소당 의사 수도 1.8명에 불과했다.

보건진료소로 버티는 공공보건의료

지방으로 갈수록 의사가 없어도 되는 보건진료소가 많은 것도 문제로 나타나고 있다. 보건진료소는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조치법에 의해 설치되는 보건의료기관으로 ‘의사가 배치되어 있지 않고 계속해 의사를 배치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취약지역’에 설치하는 기관이다.

보건진료소에는 의사가 없는 대신 보건복지부장관이 실시하는 24주 이상 직무교육을 받은 간호사와 조산사를 배치한다. 

문제는 의사가 배치될 수 없으므로 원칙적으로 보건진료소는 의사가 하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그러나 의사를 배치하기 어려워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도 예외적 의료행위를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의료법 제27조에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보건진료소는 의사가 배치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법을 통해 진찰과 검사 등 의사면허 소지자만 행할 수 있는 의료행위를 간호사나 조산사가 예외적으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즉, 의사의 부족으로 의료취약지역에 한해 의사가 아닌 사람에게 의사의 역할을 대체시키고 있는 것이다. 

의사 1인당 병상··· 전남 12.85, 서울 2.71개

2020년 2분기 기준 우리나라 의료기관 중 병상이 있는 의료기관은 병원과 의원, 보건소 등을 모두 합쳐 3만9770개소이다.

이들이 보유하고 있는 병상 수는 68만2640개로 이를 기준으로 의사 1인당 병상 수를 산출하면 의사 1인당 전국 평균 병상 수는 6.35개다.

이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서울은 2.71개, 세종 4.43개, 경기 5.98개, 대전 6.17개, 인천 6.32개인 반면 전남은 12.85개, 경북 11.90개, 경남 11.15개, 전북 10.31개, 광주 9.32개이다. 서울과 전남은 4.74 수도권과 도시지역일수록 의사 1인당 병상 수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치료가능 사망률’ 충북‧경북 최고

의사 인력의 부족은 결국 지역 간 의료격차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발표된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의하면, 사전에 외래진료 등 적절한 예방 진료가 가능했다면 입원하지 않았을 ‘예방가능 입원율’이 당뇨는 전남 367.6, 광주 333.6, 고혈압 강원 88.7, 광주 88.2, 천식 전남 186.0, 광주 133.0 순으로 높았음. 이에 비해 서울과 세종, 경기는 전반적으로 ‘예방가능 입원율’이 낮았다.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됐다면 줄어들었을 사망률인 ‘치료가능 사망률’도 경북과 충북, 전남 등은 높게 나타났지만, 서울과 대전, 경기는 낮았다.

지역별 치료가능 사망률, 예방가능 입원율 현황 <자료제공=서동용 의원실>

공중보건의 없으면 아무 역할 못해

지역은 의사가 부족해 보건의료기관에 의무직 공무원과 계약직 의사조차 배치하지 못하고 있다. 군 복무를 대체하는 공중보건의가 아니면 지방의 공공보건의료체계는 제역할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중보건의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고 실제 2012년 4045명에 달했던 공중보건의 수는 2020년 5월 기준 3507명으로 줄어들었다.

의사가 아예 없는 공공보건의료기관이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의사가 없어도 설치할 수 있는 보건진료소가 있지만, 이는 의료취약지역의 최소한의 응급의료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방편에 불과하다.

서동용 의원

이에 서동용 의원은 “지역간 의사의 부족은 의료격차로도 이어지고 있다”며, “지방일수록 의사 1인당 책임져야 하는 병상의 수가 많은 것은 물론 지방일수록 ‘치료가능 사망률’과 ‘예방가능 입원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 그 반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의사 증원과 더불어 지역의사제 도입 없이 지역 간 의료격차를 해소하고 취약한 지역의 공공보건의료체계를 안정시킨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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