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하이빌 공사현장 추락사 유족
‘두번 죽이는’ 낮은 보상비 개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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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기치 못한 산업재해로 일선 현장에서 숨진 노동자는 1일 8,9명에 이른데다 산재에 따른 경제손실은 무려 12조4천억원으로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노동부가 집계한 ’03년도 국내 1백만6천5백49개 사업장에서 빚어진 산재 수는 9만4천9백24명으로, 재작년 8만1천9백11명에 견줘 15.9%나 늘어났다. 이 가운데 업무상 사고자 수는 재작년 7만6천4백94명에서 지난해 8만5천7백94명으로 12.2%가 증가했다. 업무상 질병자 수는 5천4백17명에서 9천1백30명으로 68.5%나 급증했다.
지난해 재해 사망자는 2천9백23명으로 재작년 2천6백5명에서 12.2% 가량이 늘어났다.
이는 하루 평균 8명 가량이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은 셈이다. 업종별 재해자 수는 제조업에서 4만2백1명, 건설업에서 2만2천6백80명이 발생, 전체 발생규모의 66%로써 후진국 수준에 이른다는 산업학계의 충고다.
사업체 종업원 규모별로는 재해자와 사망자 수 모두 종업원이 5∼49명인 기업은 재해 4만5천5백52명, 사망 1천1백67명, 100∼299명이 몸담고 있는 기업의 재해자는 9천2명, 사망 4백9명 등 중소기업의 사고 비율이 높았다.
일선 중소기업의 CEO들과 산업학계는 “충분한 안전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환경안전에 무방비로 노출된 근로자들의 위험이 상존하고 있다”며 “정부와 당국의 성의있는 자구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10년간 국내에서 일어난 산재 현황의 경우, ’94년 8만4천4백80건 발생에 2천6백78명이 숨진데 이어 95년은 7만6천3백88건의 2천6백62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사망자 수로 집계하면, 96년 2,670명 97년 2,742명, 98년 2,212명, 99년 2,291명, 2000년 2,528명, ’01년 2,748명, ’02년 2,605, ’03년 2,923명 순이다.
산업 현장의 재해로 입은 경제손실 추정액은 12조4천90억원으로 전년대비, 10조1천17억원 보다 22.8%가 늘어났다. 이는 노동쟁의로 생긴 생산 차질액 2조4천9백72억원의 약 5배, 올해 정부예산 1백20조원의 10%에 이르는 수치이다.
산업재해의 발생 원인을 생산자측에서 보면, 누적된 피로가 위험수위로 나타났다.
다음으로 근로자의 작업상 부주의나 실수, 근로자의 작업상에 숙련미달 등을 들 수 있다.
사용자측에서 보면, 주로 산업재해에 대한 안전대책이나 예방대책의 미비·부실에 기인한다는 견해이다. 실제로 며칠전 성북구 돈암동 소재 D하이빌 공사현장에서 추락한 김모(40)씨는 작업장의 안전시설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지하 2층에서 8m아래로 떨어져 그 자리에서 숨졌다.
당시 사고현장에는 작업 발판과 안전 난간대, 추락방지망, 안전벨트의 미지급 등 안전의식 결여로 유족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유족들은 D사와의 산재보상비를 포함, 장례비용을 요구했으나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해 3천만원의 공탁금만 제시할 뿐, 이견의 폭을 좁히지 못했다.
유족측은 “향후 원만한 조율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D사와의 실력행사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와 법률적조력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기업은 공업화의 진전과 더불어 산업재해가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며 심각성을 더하는 등 침체된 분위기다.
연세대학교 산업보건연구소의 김치년 교수는 “일선 산업현장에서 생명을 담보로 일하고 있는 근로자들의 작업환경 관리에 근원적인 원칙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특히“충분한 안전교육과 훈련, 보호구 착용 등 작업환경의 세심한 사전준비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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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당별 정책 방안
한나라당은 산업재해에 대해 사전예방의 시스템을 확충, 영세규모 사업장의 클린 3D사업 강화, 산업재해 다발 업종과 사업장에 안전관리감독관 증원, 작업환경 개선자금 지원확대 등과 같은 산재예방 대책을 마련했다. 산재보험 적용범위 확대, 근로자의 의료 직업재활 프로그램 활성화 등 산재보상의 주요 정책으로 입안했다. 새천년민주당은 국제기준에 부합하도록 안전과 보건기준을 개선하고 산업안전 시설투자에 지원을 확대하는 방법으로 산재발생을 예방키로 했다. 열린우리당은 재해가 빈발하는 50인 미만 제조업체의 환경개선을 위한 지원확대, 소규모 건설현장 기술지도, 특수건강진단 대상 유해인자 확대, 사무직 일반 건강진단 실시주기 단축 등을 산재예방 대책으로 채택했다. 위험작업 종사자와 특수형태 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적용을 재해발생 근로자의 보상대책으로 제시했다. 자유민주연합은 산업재해 안정성 확보차원에서 안전인증제도를 개선하고, 새로운 안전보건 문제에 대응하는 자금지원을 재해예방 대안으로 내놓았다. 업무상 재해인정 범위의 개선을 통한 산재보험 수혜범위 확대를 재해근로자의 보상정책으로 배려했다.

작업환경 실태조사 착수

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은 오는 10월까지 발생빈도가 높은 전국 제조업체의 작업 환경실태 전반에 대한 조사를 전격 실시키로 했다. 전국 제조업 사업장의 화학물질 취급관리, 위험기계·기구와 설비 보유실태, 유해작업 환경요인 등을 조사해 산업안전보건 정책수립, 각종 산업재해예방 사업계획 수립시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유해·위험요인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 구축을 목적으로 한다.
이는 올 1/4분기 산업재해에 있어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보여 산업현장의 안전환경을 제고하기 위해 추진된다. 노동부가 밝힌 자료에 따르면, 올 1월부터 3월까지 1/4분기 동안 발생한 산업재해자 수는 2만6백49명으로 전년동기 대비 1천9백38명이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업종별 재해자 분포는 여전히 제조업이 8천8백66명의 43%로 가장 많았으며 건설업이 4천3백43명의 21%로 그 다음을 차지했다. 한국산업안전공단 관계자는 “올들어 산업재해자 수 감소는 어느 특정 직종만이 아니라 광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업종에서 고루 감소세를 보여 전체적인 재해감소에 상당한 기대를 갖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질적인 건설과 제조현장에서 불의의 안전사고로 목숨을 잃는 일이 다반사지만, 근로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더없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노동부 관계자는 “일련의 취업인구 증가와 제조업 중심으로 업종이 다원화되는 한편, 각종 산업재해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작업환경의 악화에서 오는 재해증가는 사고요인으로 기인된다”고 덧붙였다.


이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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