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일보 주최 ‘기후위기시대와 바이오연료’ 심포지엄 열려
수송분야 탄소중립 브릿지 역할 기대, 한국에서만 찬밥 신세

바이오연료 중 하나인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해 수송 분야 저탄소 전환 과정의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출처=U.S. GRAINS COUNCIL
바이오연료 중 하나인 바이오에탄올을 도입해 수송 분야 저탄소 전환 과정의 연착륙을 도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사진출처=U.S. GRAINS COUNCIL

[환경일보] 최용구 기자 = 지난 7월 정부는 수송용 연료에 바이오디젤(BD)을 의무적으로 섞는 비율을 기존 3%에서 3.5%로 높였다. 단계적으로 상향해 오는 2030년에는 5%까지 확대한다. SGS의 최신 자료 ‘Ethanol regulatory limits and the actual content in gasoline(2021. 8)’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57개 나라가 바이오에탄올을 사용 중이며 이 중 47개국은 BD도 같이 활용하고 있다. 옥수수, 폐식용유, 사탕수수 등을 이용한 이 같은 바이오연료가 탄소중립 전환에 기여할 수 있다는 이들은 “수송과 정유업계가 맞닥뜨린 탈탄소 과제로의 연착륙을 도울 에너지원”이라며 그 친환경성을 강조한다.   

본지는 ‘기후위기시대와 바이오연료’ 주제의 심포지엄을 통해 각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8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 진행된 심포지엄에는 정부와 산하기관, 학계 및 시민단체 소속 국내외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이날 유영숙 한국바이오연료포럼 회장(전 환경부장관)은 환영사를 통해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해선 다양한 에너지원들을 찾고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노력과 지혜가 긴요하다”면서 “바이오연료에 대한 인식이 제대로 잡혀있지 못해 여러 오해를 낳고 있는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유영숙 한국바이오연료포럼 회장과 이미화 환경일보 대표이사 /사진=최용구 기자  
심포지엄에 참석한 유영숙 한국바이오연료포럼 회장(왼쪽)과 이미화 환경일보 발행인 /사진=최용구 기자  

이미화 환경일보 발행인은 개회사에서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한 핵심은 얼마나 정교하게 전환정책을 세우고 실천하느냐에 달려있다”며 “전기차와 수소차 등 그린모빌리티로의 전환은 적어도 10년 이상의 노력이 필요한 어려운 과제임을 감안해 다양한 에너지원들을 조화롭게 사용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언급했다. 

본 자리는 주제별 발표에 이은 토론의 순으로 진행됐다. 김정인 중앙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좌장을 맡은 주제발표에서는 국내외 정책 방향과 함께 바이오연료 업계의 의견이 공유됐다.  

‘다양성’ 강조되는 미래의 에너지

2050 탄소중립 사회를 비전으로 우리 정부의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저탄소 산업·기술 생태계 조성 ▷기후위기 적응 및 공정 전환이라는 3가지 정책이 강조됐으며, 특히 순환경제를 위한 바이오에너지 기반 마련을 위해 ‘유기성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가스의 생산 및 이용 촉진법(가칭)’ 제정을 추진한다는 것이 역점과제로 소개됐다. 

주제발표에 참석한 김법정 환경부 실장, 이재승 고려대 국제대학원 원장,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팀장(왼쪽부터) /사진=최용구 기자 
주제발표에 참석한 김법정 환경부 실장, 이재승 고려대 국제대학원 원장,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팀장(왼쪽부터) /사진=최용구 기자 

김법정 환경부 기후탄소정책실 실장은 “지금까지 정화해서 처리하는 것에 집중됐던 음식물 폐기물이나 가축분뇨를 바이오가스로 만들어 쓸 수 있도록 정책을 전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재승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원장은 ‘과연 탄소중립의 모습을 어떻게 그려야 할 것인가’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 원장은 “미래의 에너지는 단일의 개념이 아닌 여러 에너지를 묶어 나갈 수 있는 역량, 즉 ‘에너지의 다양성’이 강조된다”며 저탄소 전환 과정의 고려점들을 정리했다.

그는 환경과 과학의 측면부터 산업과 경제, 선악과 도덕, 그리고 속도의 문제까지 깊이있는 고민을 주문했다. 또 기업, 정부, 시민사회 등의 책임 주체를 바로 정립하고 국가 차원으로는 선진국이 나서야 할지 또는 전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건지도 주의 깊게 따져야 함을 당부했다.

김강원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정책실 팀장은 국내 수송분야 신재생에너지 정책의 방향과 탄소중립을 위한 중장기 대책을 설명했다.

그는 전력에서의 RPS, 연료의 RFS 같은 공급의무화제도를 열 부문으로 까지 확산시킨 ‘에너지통합 공급의무화’ 추진에 대해 “제도간 거래가 가능토록 에너지공급량을 환산해서 상호 인정할 수 있도록 계획을 하고 있다”며 “시장의 왜곡을 방지하고 합리적인 경쟁을 유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를 테면, 에너지회사가 RPS 의무 비율을 맞추지 못했을 경우 연료나 열 부문에서 공급의무를 충족하면 패널티를 물지 않겠단 것이다.

Daniel Whitley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청장은 영상 발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관심을 전했다. /사진=온라인 캡처 
Daniel Whitley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청장은 영상 발표를 통해 바이든 행정부의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관심을 전했다. /사진=온라인 캡처 

2030년까지 바이오디젤 혼합률 5% 설정

또한 그린수소 혼합을 의무화하는 제도 및 수요를 초과하는 재생에너지 공급량을 저장시켜 추후 활용하는 방안 등도 마련될 것이라 덧붙였다. 앞서 2030년까지 BD 혼합비율을 5% 수준으로 한정한 데 대해선 “계절적 요인과 극한의 상황에서 차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결과”라고 부연했다.

미국 농무부 측은 영상으로 참여했다. 다니엘 휘틀리(Daniel Whitley) 미국 농무부 해외농업청장은 바이오에탄올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뜨거운 관심을 역설했다. 농무부와 에너지부 등 범정부 차원에서 수천만달러 규모의 신규 투자가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과 함께 바이오연료의 확대 사용에 대한 변함없는 의지를 전했다.

휘틀리 청장은 “기존 차량에서 내뿜는 탄소배출을 지속적으로 저감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바이오에탄올 혼합연료”라며 “이를 통해 수송 부문 온실가스 배출이 줄면서 십여개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사라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바이오에탄올 혼합연료의 탄소배출 저감 효과를 입증한 근거도 제시됐다. 스테판 뮬러(Steffen Mueller) 미국 일리노이주립대(UIC) 박사는 한국의 연료소비통계를 활용해 모델링한 결과를 공개했다.

해당 연구에선 100Km 당 6.5L(리터)라는 차량 연비를 가정해 모델 ‘E10(휘발유 10%를 바이오에탄올로 혼합)’과 ‘E20(휘발유 20%를 바이오에탄올로 혼합)’의 사례를 분석했다. 연간 국내 휘발유 소비량으론 134억리터라는 수치가 적용됐다. 

바이오에탄올과 휘발유에 함유된 방양족 발암물의 상관관계가 담긴 논문(위), 미국 정유사들이 방향족 물질을 줄이면서 바이오에탄올 사용을 늘여왔다는 자료(아래) /자료출처=MDPI, EPA 
바이오에탄올과 휘발유에 함유된 방양족 발암물의 상관관계가 담긴 논문(위), 미국 정유사들이 방향족 물질을 줄이면서 바이오에탄올 사용을 늘여왔다는 자료(아래) /자료출처=MDPI, EPA 

그 결과, E10 정책을 적용했을 경우 향후 10년(2024~2033) 동안의 이산화탄소 저감 예측치는 약 3000만톤에 달했다. 이는 연간 300만톤 규모로 65만4000대 가량의 차량이 운행하지 않는 효과에 버금갔다. E20의 경우 같은 기간 이산화탄소 저감치는 약 6500만톤, 연간으로 따지면 140만대 가량의 차량이 멈춘 효과와 같았다.  

Steffen Mueller 박사는 영상 발표를 통해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Steffen Mueller 박사는 영상 발표를 통해 연구 결과를 공유했다. 

아울러 바이오에탄올 성분이 휘발유에 함유된 발암물인 벤젠(benzene), 톨루엔(toluene), 자일렌(xylene) 등의 방향족 물질(Aromatics)을 대체한다는 것과 미국 EPA(United Environmental Protection Agency) 자료를 토대로 실제 미국 정유사들이 방향족 물질 대신 바이오에탄올을 적용해 왔으며, 이는 사망자를 줄이는 결과를 가져왔다는 현지 조사내용도 뒷받침됐다.  

뮬러 박사는 “한국의 연료시장이 미국보다 규모가 작지만 그럼에도 바이오에탄올을 통해 상당한 이산화탄소 절감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곡물협회(U.S. GRAINS COUNCIL)도 바이오에탄올 도입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데 보조를 맞췄다. 

바이오연료, 한국에도 전환의 실마리 될 수 있다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는 중동국가에 의존도가 높은 수송용 에너지원을 다양화하고, 자동차와 정유산업의 탄소절감을 위한 보완적 에너지원이 된다는 측면에서 바이오에탄올이 한국의 탄소중립에 기여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바이오연료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한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 조영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부회장 /사진=최용구 기자 
바이오연료 업계의 목소리를 대변한 김학수 미국곡물협회 한국사무소 대표, 조영 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부회장 /사진=최용구 기자 

김 대표는 “올해 ERL(Environmental Research Letter)이 공동으로 참여해 진행된 전주기 온실가스 평가(LCA)에서 미국 옥수수 에탄올이 휘발유에 비해 평균 46% 이상 탄소배출을 줄인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알렸다. 

조영 (사)한국바이오에너지협회 부회장은 태양광과 풍력 중심의 국내 신재생에너지 확대 전략에 한계가 있음을 지적했다. 지리적 여건 등 설비 보급 과정의 지역수용성 맞추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현실에서 바이오연료 혼합 비율을 확대해 가는 국제적 추세에도 시선을 돌릴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조영 부회장은 ▷폐식용유 ▷음식물 폐유 ▷부산물(pitch) 등의 바이오연료를 원료로 활용시 기대되는 장점으로 경제성 확보, 수질개선, 폐기물 처리의 불필요 등을 꼽았다. BD의 경우 자동차 엔진을 그대로 쓰면 되고, 바이오중유는 기존 벙커C유로 전기를 생산하던 설비를 다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글로벌 바이오에탄올 생산 추이 /자료출처=RFA(Renewable Fuels Association  
글로벌 바이오에탄올 생산 추이 /자료출처=RFA(Renewable Fuels Association)

조 부회장은 “바이오연료의 활용 범위를 수송과 해상에 더해 항공용으로까지 확대해 가는 것이 글로벌 추세”라며 “일례로 EU는 2020년 경유소비량이 전년 대비 14.7%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BD의 소비는 3% 가까이 늘었다”고 강조했다. 

또 “일부 수입해야 하는 원료가 아니면 국내의 바이오연료는 100% 국내 자체 생산이 가능하다”며 “폐식용유의 재활용을 통한 세계 유일의 ‘폐자원 순환 재생시스템’이 개발돼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9월8일 열린 기후위기시대와 바이오연료 심포지엄에는 정부와 산하기관, 시민단체, 학계, 산업계 등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모였다. /사진=최용구 기자 
9월8일 열린 기후위기시대와 바이오연료 심포지엄에는 정부와 산하기관, 시민단체, 학계, 산업계 등 유관기관 전문가들이 모였다. /사진=최용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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