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위협적인 환경요인을 꼽으라면 어떤 게 있을까. 말 그대로 아이들인 만큼 모든 환경이 위험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겠지만 한창 성장하는 아이들에게 특히 민감하게 작용하는 것은 바로 대기오염이 아닌가 싶다. 물론 그 요인 중 하나는 단연 자동차이다. 아이들에게 특히 위협적인 대기오염에 대해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하은희 교수의 견해를 들어봤다.

▲ 이화여대 예방의학교실 하은희 교수
어린이에게 치명적인 ‘대기오염’

“최근 대기오염이 성인이나 어린이의 사망과 유병률을 높인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보고되고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나 노인, 폐질환이나 천식과 같은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대기오염에 민감한 집단으로, 이들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고요. 물론 아직까지도 이들에 대한 배려가 되고 있지 않은 게 사실이지만요.”
대기오염이 민감한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노약자에게 특히 위험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현재 하 교수는 그보다 더 거슬러 내려가 대기오염이 태아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에 관심을 쏟고 있다.
실제 연구결과에서도 나타난 바 있지만 신생아기의 영아가 미세먼지로 인한 사망에 가장 민감한 집단으로 나타난 바 있어 이에 대한 대책 역시 마련돼야 하는 실정이다.
하 교수는 “국내에서는 이미 5년 전부터 임신 기간 동안의 대기오염 노출이 저체중아 출산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생물학적 기전을 통해 영향을 주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인 만큼 앞으로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관련 연구가 활발히 진행될 것”이라며 기대감도 빼놓지 않았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 나가야 할까. 그 대답은 간단하다. 자가용 대신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불필요한 공회전을 하지 않는 등 친환경적인 운전문화를 정착해 나가야 한다.
하 교수는 “자동차를 제대로 정비하는 일도 중요하다”며 “국립환경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엔지오일·에어필터·점화플러그 교환 등 간단한 정비만으로도 오존 원인물질인 VOC는 65%, 질소산화물은 약 3.3%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난 바 있다”고 전한다.
또한 경유자동차에 대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최대 적재량보다 30% 과적하는 경우에는 VOC는 약 7%, 질소산화물은 약 4% 증가하고 매연은 약 50% 증가해 전체 오염물질 배출량이 16.4%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 자동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작은 관심과 실천이 필요한 상황이다.

‘모아환경보건센터’를 제안한다

대기오염으로 인한 미세먼지가 아이들의 건강은 물론이고 태아의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에서 하 교수는 엄마와 아이를 함께 생각하는 ‘모아환경보건센터’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하 교수가 제안하는 모아환경보건센터는 단순히 아이들만을 위한 개념이 아닌 엄마와 아이를 함께 생각한다는 데 의미가 크며 대학·시민단체·정부의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네트워크가 이뤄진다.
“환경문제에 있어서 그 위험성을 서로 알리고 공유하는 게 중요한데 그 매개체는 바로 ‘시민’이어야 합니다. 정부·학계·시민단체가 함께 어린이 환경, 더 나아가 우리가 살고 있는 환경을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하 교수는 어린이와 임신부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깨끗한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한 시발점이 바로 모아환경보건센터 네트워크라고 강조한다. 관련 연구는 물론이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에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고 그 지식을 실천하는 전 국민적 노력이 바로 이러한 단체의 인프라 구축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는 이러한 집합체가 구성돼 있지 않지만 외국에서는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미래 환경을 유지시켜나가는 책임을 지는 단체들이 많습니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뇌 발달에 해를 끼칠지 모르는 환경오염물질 노출의 감소를 위한 단체가 따로 있을 정도니 얼마나 구체적으로 아이들의 건강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죠.”
현재 북아메리카는 정부·대학·사회단체의 270여개가 넘는 조직과 파트너십을 이뤄 오로지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협력해 나가고 있다.
그런 만큼 지금 살고 있는 환경이 후대에게 빌려 쓰는 환경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아이들에게 더 이상 오염된 환경을 물려주지 않도록 보다 신경 써야 할 것이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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