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까지의 환경정책은 어떻게 보면 오염매체 중심, 즉 대기·수질·토양 등의 관리에 중점을 두고 정책을 추진해왔던 게 사실이다. 매체 관리가 궁극적으로 환경오염을 막고, 그게 바로 국민의 건강과 생태계를 보호하는 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간 매체 중심 환경정책의 추진으로 새집증후군 등의 실내공기나 미세먼지 등에 대한 관심 고조와 더불어 일부 성과를 얻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한계다. 모든 분야의 환경문제, 그리고 더 이상의 환경문제를 매체 중심으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설명이다.
즉 이제는 기존의 대기·수질 등 매체관리 중심의 환경정책만으로는 이러한 새로운 환경오염 추세와 국민들의 기대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만큼 수용체인 국민의 건강과 생태계 보호에 중점을 둔 사전예방적 환경보건정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환경부에서도 이러한 인식을 같이했는지 내년을 환경보건의 원년으로 선포하고 환경보건에 집중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계획이 한창이다. 물론 의욕만큼이나 현 시점의 여건이 따라주지 않는 게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당장 선진국의 환경보건정책만을 쫓아가려 하기보다 국내 현 실정에 맞게 가장 시급하고도 국민이 체감하는 환경문제에 접근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시작된 환경보건 10개년 종합계획의 제대로 된 운영을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인력이 보강돼야 하고 국민이 신뢰할 만한 결과물이 산출돼야 한다. 현재 국내 환경의학·질병역학 등에 대한 인적 기반이나 자료가 부족한 것을 감안하면 학계나 연구 전문가들을 십분 활용하는 게 불가피하다.
또한 새로운 제도를 시행함에 있어 새로운 감시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이미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에서의 각종 감시망도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그 이상의 협력체계를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 물론 환경부 독자적인 감시망도 필요하지만 당장에 모든 것을 갖추려 하기보다 우선순위를 두고 가장 급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바를 먼저 수렴해 나가는 게 보다 효과적인 방법일 것이다.
물론 그런 차원에서 시작된 ‘국민혈중 유해중금속 등 오염농도 조사’는 실질적으로 그 결과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대기가 좋아지고 수질이 좋아졌다고 아무리 수치상으로 강조해도 직접 몸으로 느끼지 못한다면 별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아이의 짓무르던 아토피 피부가 점차 나아지고 있고 천식이 사라지고 있다면 분명 환경이 달라졌음을 느끼고 이러한 정책에 대해서도 신뢰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시적인 효과를 빠른 시일에 내기란 너무나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정부가 그렇게도 매체 중심의 환경정책에 얽매여 왔는지도 모르겠다. 수치가 나아지고 오염물질이 떨어지는 것을 수치로 보여야만 인정받는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환경보건 정책의 본격 시행에 앞서 정부와 국민 모두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는 정말로 제대로 된 환경보건정책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대로 된 조사와 정확한 연구로 우리나라에서 정말 잘된 환경보건 정책의 ‘스타트’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이 바로 국민의 몫이다. 믿어주는 것, 그리고 기다려 주는 것. 그 다음이 잘못된 것에 대해 비난이 아닌 비평을 해주는 것이다. 그간 환경문제 해결을 위해 가시적인 성과만을 지향해 왔던 게 사실인 만큼 이젠 전 국민적 차원에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미 오랜 기간에 걸쳐 환경을 오염시켜 왔고 사람 역시 덩달아 오염됐다. 빠른 시간에 모든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오히려 그게 바로 진짜 거짓일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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