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대학교 조경학과 나정화 교수
비오톱(Biotop)은 희랍어 Bios(생명·생활)와 Topos(공간·장소)의 합성어에서 유래한 말이다. 그 의미는 ‘동·식물이 서식할 수 있는 모든 경계된 공간’ ‘생물·생태적 동질성을 나타내는 경계를 지닌 단위 공간’ ‘공간적 경계를 지니는 동·식물 서식지’ 등으로 정의되고 있다.

그러나 오늘날 도시비오톱(Urban Biotop)의 의미는 매우 포괄적이고 다양하게 이해되고 있다. 도시비오톱은 1. 도시 내 동ㆍ식물 서식처 및 종다양성 보전의 중심지 공간 2. 기후보전공간(찬바람 발생지역 및 찬바람 통행구의 중심 공간) 3. 토양 및 수질보전 공간 4. 대기오염 및 소음경감 5. 도시민의 휴양 및 여가 공간 제공 6. 자연사적·문화사적 역사 인식의 장 7. 자연학습 및 자연체험 기회 부여 등과 같은 중요한 기능 및 임무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기능 및 임무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 이후 우리나라 도시들은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밀집화·거대화 돼 왔다. 이는 도시비오톱의 소멸 및 단절화를 가속화했으며, 오늘날 도시생태계의 불균형을 심화시킨 가장 근본적인 원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서울시 및 대구시의 경우에도 지난 수십 년간 시가화 지역에서뿐만 아니라 심한 개발 압력을 받고 있는 농경지를 중심으로 한 전이지역 및 외곽 산림지역에 이르기까지 부분별한 개발로 인한 도시비오톱의 파괴는 가속화돼 왔다.

독일·스위스·영국 등 여러 나라에서는 이러한 도시생태계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기초자료의 확보에 대한 노력을 이미 지난 반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 있다. 기초자료 확보의 핵심은 도시비오톱 지도의 작성이다. 일례로 독일의 경우 2003년 현재 200여 개 이상의 대·중·소 도시에서 도시비오톱 지도 작성을 완료했으며, 지금은 수정·보완단계에 있다. 스위스에서는 전 국토 차원에서 보전가치가 높은 비오톱을 보전 및 관리해 오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서울시에서는 지난 5년 동안 서울시 도시생태현황도(Urban Biotope Mapping) 작성을 완료했으며, 지금은 도시계획선상에서 적용해 가고 있는 단계다. 특히 보전가치가 매우 높은 1등급 비오톱의 경우 서울시 전체면적의 약 13.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중 밤섬은 국내에서는 최초로 도시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1999년 8월)되었다. 이외에도 둔촌동 습지(2000년 3월), 방이동 습지(2002년 4월), 암사동 습지(2002년 12월) 비오톱 등이 보전지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다. 또한 2003년에는 성남시에서도 생태지도를 작성해 도시생태계 복원을 위한 실질적인 기초자료로 활용하고 있다.
대구광역시의 경우 지난 10여 년간 중구 및 수성구를 대상으로 한 도시비오톱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매우 가치 있는 1등급 비오톱이 20여 개 이상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보전 가치가 매우 높은 1등급 안심습지 비오톱의 경우 큰고니(환경부지정 보호야생종), 황조롱이(환경부 지정 특정종), 노랑어리연꽃, 거미고사리 등 환경부 지정 특정 식물종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는 자연생태공원으로 지정 및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내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향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중요 과제로 아래와 같은 두 가지 측면을 지적하고자 한다. 첫째, 도시비오톱 지도 작성의 전국적 확산 문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도시비오톱 지도 작성을 위한 표준화된 지침(매뉴얼) 마련 및 보급이 필요하다. 더불어 일선 행정실무 담당자들에 대한 도시비오톱 교육 및 홍보다. 도시비오톱이 무엇인지, 도시비오톱 지도 작성이 왜 필요한지 등과 같은 문제를 적극적으로 홍보 및 교육함으로서 상호이해의 폭을 넓혀나갈 필요가 있다. 또한 도시비오톱 지도 작성에 소요되는 예산의 뒷받침 및 비오톱 전문가의 육성 등도 전국적 확산을 위한 중요한 변수로 사료된다.
둘째 도시비오톱 지도의 실질적 활용 문제다. 도시비오톱 지도가 도시의 자연보호와 경관관리, 휴양 및 자연체험, 생태적 도시계획 수립을 위한 핵심적 기초자료로서 그 중요성이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이들 내용을 현실 속으로 반영해 줄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 무엇보다 도시 경관생태계획, 공원녹지계획 및 환경보전계획 수립을 위한 핵심적 기초자료로서 이들 계획과의 강도 높은 접목이 필요하다.
또한 환경영향평가의 기초자료로서, 토지적성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서, 개발제한구역의 평가를 위한 기초자료로서·경관생태적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서 도시비오톱 지도의 활용 폭을 적극적으로 확대해 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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