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의 시작
에코캠퍼스… 이제는 문화다

-상아탑, “환경담론 있지만 실천은 없다”
-녹색대학화 제2의 실천 ‘브나로드 운동’
-구체적·자발적·지속가능 실천으로


이벤트처럼 일회적인 사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던 에코캠퍼스 운동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일시적이고 담론에 그쳤던 운동을 보다 구체적이고 자발적이며 지속가능한 실천으로 만들어보자는 것.
최광수 경상대 교수는 “사실 90년대 초반만 해도 에코캠퍼스 운동은 많은 관심을 받아왔지만 최근에는 많이 정체돼 있다는 느낌”이라며 “대학을 녹색화하겠다는 구호는 외치고 있지만 실제 그 속에 사람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에코캠퍼스 사업의 일환으로 캠퍼스 내에 나무를 심고 차 없는 거리를 만드는 것 등은 다 좋지만 그 속에 살아가는 학생과 교직원이 동참하지 않다고 있다는 것이다.
정작 사람은 없고 시스템만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에코캠퍼스 사업을 일시적이고 타성적이며 단기적 실천으로 만드는 주요 원인이라고 최 교수는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17일 대학생정토회에서 개최한 대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환경 심포지엄-생활 속 환경운동을 이야기하다’의 주된 주제도 여기에 주안점을 뒀다.
대학생의 참여를 독려하고 자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다. 대학생·교직원들의 실천으로 퍼져나가는 제2의 ‘브나로드’ 운동으로 나아갈 에코캠퍼스 운동. 각 대학의 생활 속 환경운동 사례를 제시해 본다.

◆자발적 실천 '대안생리대'… 서강대 풍뎅이

서강대 환경동아리 풍뎅이는 2003년 환경공부모임을 하던 학부생 2명이 환경동아리의 필요성을 느끼고 회원을 모집하면서 탄생했다.
동아리 회원들은 서로를 ‘풍뎅이’라고 부르며, 선후배의 깍듯한 예의를 차리기보다는 서로간의 자발적인 참여를 중심으로 환경운동을 실천해 나가고 있다.
‘환경운동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즐겁고 유쾌하게 해야 한다’는 풍뎅이 목표에 따라 즐거운 운동을 펼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대안생리대 운동을 벌이고 있다.

◆쓰레기 제로 MT의 도전… 대학생정토회 에코캠퍼스팀

대학문화의 꽃인 ‘MT’를 친환경적으로 보내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도 제안됐다.
불교단체인 정토회 산하 대학생정토회는 음식물 쓰레기 만들지 않기, 비닐에 든 음식 사지 않기, 재래시장에서 장바구니와 반찬통을 이용해 먹을 만큼 장을 보기 등 에코MT의 실천방안을 내놓았다.
적당량의 음식을 만들고, 음식물 쓰레기를 전혀 남기지 않도록 먹는 것도 에코MT의 필수.
이수운 에코캠퍼스팀 학생은 “사실 고기와 술이 빠진 에코MT가 사람들에게 불편한 것이 아니라 재미있고 신나고 그 속에서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과제였다”며 “불편할지 모르는 그 속에서 지속적인 실천이 가능토록 대학문화를 만들어가면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대학생 참살이 ‘쓰레기 없는 축제’… 경상대 에코캠퍼스 동아리

경상대는 빈그릇 운동 실천으로 주목을 받았던 대학이다. 이곳에서는 쓰레기 없는 그린축제도 기획해 새로운 대학생 축제의 문화를 창출했다.
우선 축제기간 동안 발생하는 무분별한 일회용 쓰레기, 남겨지는 음식물 쓰레기 등을 줄이기 위한 여러 아이템을 도출했다.
그린축제를 위해 에코캠퍼스 동아리는 축제기간 내 이틀을 ‘그린데이’로 정하고 빈 그릇, 스스로 음식물을 버리고 가는 사람에게 1000원을 돌려줘 관심을 끌었다.
자신이 버린 음식물 쓰레기를 통해 버리는 쓰레기를 다시 볼 수 있도록 유도하고, ‘쓰레기도 돈이라면 버리겠습니까’라는 표지를 달아 다시 한 번 돌아볼 수 있게 하는 쓰레기통을 제작했다.
또 다회용 수저·컵 등을 구입하고 음식 조리부터 쓰레기를 적게 남기는 ‘생생요리법’을 토대로 학생회와 주점 메뉴를 선정했다.
설거지물을 아껴 쓰기 위해서도 차계로 씻을 수 있는 설거지통도 마련했다.

◆무동력 환경실천 ‘차 없는 캠퍼스’… 영남대 에코스트리트

영남대 에코스트리트(Eco Street)는 사람과 생태를 위한 거리를 만들자는 의미에서 교내에서 인라인스케이트 타기 운동을 벌이기 시작했다.
에코스트리트는 언제부터인가 자동차에 밀려서 가장자리로만 걸어 다니는 사람들이 이젠 마음껏 활보할 수 있도록, 그리고 자동차와 더불어 급격히 늘어나는 도로에 반기를 품고 사람과 생태를 위한 캠퍼스를 만들기 위해 시작됐다.
1999년 처음으로 ‘자동차 없는 녹색캠퍼스’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시작된 페스티벌에서는 아마추어 인라이너가 참여한 가운데 500명이 참가한 가운데 행사를 치르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매주 수요일에는 동아리가 보유하고 있는 인라인스케이트를 무료로 대여해주고, 강습해 주는 활동을 통해 교내에서 인라인스케이트 활성화에 주력하고 있다.

◆내 주변 식물 알아가기… 서울대 녹색회

1981년 대학생 동아리로 시작된 녹색회는 각 대학의 학생들이 모여 나무를 심고 환경을 정화하는 활동을 꾸준히 이어왔다. 그러나 일시적인 환경운동에 한계를 느끼고 지난 2003년 서울경기지역대학생연합(서녹연)을 출범시켰다.
친환경 먹을거리 장터를 꾸준히 열어온 서녹연은 지난해부터 ‘주변 식물과 친해지기’ 프로젝트를 새롭게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는 ‘우리 주변의 환경이 파괴된다는 것이 단순히 공기가 나빠져서 건강이 나빠진다는 차원일까’라는 의문에서 시작됐다. 오히려 우리가 잃어버린 것은 깨끗한 공기일 수도 있지만 잃어버린 감수성이 아닐까 하는 질문을 던진다.
계수나무가 어떤 나무인지, 개나리가 한국 특산종이며 예전부터 약재로 쓰여 왔다는 것 등 우리 주변의 식물들에게 얼마나 무심했는지를….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우리 주변의 보이지 않던 것을 보이게 하고 학생들에게 잊어졌던 감수성을 일깨우는 것, 바로 그것이다.


<현장 인터뷰>

학생이 만드는 에코 대학문화
최광수 경상대 환경공학과 교수


최광수 교수는 학생들에게 ‘괴짜’라고 불리고 있다. ‘이유가 뭘까’하는 의문을 품기도 전에 그의 식습관을 보면 “과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점심 후식으로 나온 아이스크림조차 쓱쓱 싹싹 깨끗이 닦아 먹기 때문이다.
괴짜이지만 ‘이런 환경괴짜만큼은 되볼 만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최 교수. 경상대 에코캠퍼스 동아리 지도교수로서 대학 내 환경을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심포지엄에 참석한 그를 만나봤다.

“사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에코캠퍼스는 큰 관심을 모았지만 최근 에코캠퍼스 사업들을 살펴보면 많이 정체돼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물론 언론에서는 ‘에코캠퍼스’라는 용어가 많이 나오고, 학교 차원에서도 캠퍼스를 녹색화하겠다는 구호를 내걸지만 실제 그 속에 실천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습니다.”
최 교수가 최근의 에코캠퍼스 운동에 대해 평가한 말이다. 대학생들의 친환경캠퍼스 운동에 저조한 참여를 지적한 것이다.

“캠퍼스 내에 나무를 심고, 아름다운 조경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좋지만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 동참하느냐, 그리고 자기 실천의 문제로 받아들이느냐를 보면 매우 부족한 것 같습니다. 따라서 이번 에코캠퍼스 심포지엄도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새로운 모델을 찾아보자는 차원에서 학생들이 모여 논의하는 장을 마련한 것입니다.”
즉 새로운 방향으로써 에코캠퍼스 운동을 생활 속 환경실천으로 만들어간다는 것.

“기존의 개별 단위 학과나 동아리 차원에서 환경활동을 하지만 학생들의 참여도가 적어 힘든 점이 많아요. 소비문화에 익숙한 대학생에게 ‘환경’이라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가장 어렵죠.”
대학 당국도, 학생도 관심이 적은 곳이 바로 대학이라는 최 교수. 생활문화로 자리 잡기 이전에는 대학 내에서 에코캠퍼스 운동은 그저 메아리에 그칠 뿐이라고 단언한다.

그렇다면 생활 속 환경운동을 이루기 위한 대안은 무엇일까. 그는 이렇게 대답한다.
“지금 우리가 하고 있듯이 지속적인 논의의 장을 마련하는 것 자체도 대안입니다. 대학생 스스로가 활동하고 서로의 활동을 교류하면서 나아가는 것이죠. 서로 그린 네트워크를 만들어 나가는 것도 문제를 해결해 가는 방법이 될 것입니다.”
또 외부의 협조를 이끌어내고 정부의 지원 등도 뒤받침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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