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희 총재를 만난 후 남은 여운이 바로 ‘카리스마’였다.
강하고 날카로운 느낌의 남성적 카리스마가 아닌 여성만이 표출해 낼 수 있는 ‘따뜻한 카리스마’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따뜻한 카리스마는 바로 ‘공감’에서 비롯된다는 것. 사람과의 공감.
자연과의 공감이 바로 그녀만의 따뜻한 카리스마였다는 사실…. ***


[#사진1]"제가 환경원로라고요? 아직 계속 일하고 있으니 원로는 아닌데…. 환경전문가, 환경운동가라 불리는 게 아직은 듣기 좋아요. 현역에서 뛰고 있으니까."

그렇다. 시쳇말로 내일 모레면 일흔을 바라보는 가운데 현역에서 아직도(?) 뛰고 있는 박 총재가 젊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리고 바로 한 가지 결론이 나온다. 환경활동하면 최소한 30년은 ‘젊어진다’는 것. 그리고 그 증거는 바로 박정희 총재의 외모. 그리고 그보다 더 젊은 그의 마인드다.

‘Y’ 얘기 먼저 시작합니다

우선 그녀의 환경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조직, YWCA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자.
“91년 1월 서울YWCA 회장을 맡으면서 본격적으로 환경활동을 하게 됐어요. 물론 그 전부터 환경에는 관심이 많았고 자잘한 활동들을 해 왔지만 회장직을 맡으면서 보다 체계적으로 할 수 있었죠.”
박 총재는 당시 YWCA 회장으로서 단체 내 환경특별위원회를 신설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로써 YWCA에서도 대대적으로 환경활동을 시작하게 됐고 환경감시대까지 구성해 한강상류의 수질오염 감시를 하는 등 무엇보다 주민들의 분쟁에 귀를 기울였다고 한다.
YWCA 회장 당시 그가 우선적으로 추진한 일은 쓰레기 분리수거다.
“지금이야 일상화됐지만 당시 쓰레기 분리수거란 말은 많은 주민들로부터 ‘왜’라는 의문을 자아냈던 활동이죠. 우유팩이나 캔 등 기존에는 마구 섞어 버렸던 쓰레기를 화장지와 맞바꿔주면서 큰 호응을 얻었어요. 화장지 받는 기쁨에 차를 타고 오신 분들도 있었는데 오히려 교통비가 더 많이 들었지만 재활용, 그 기쁨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었죠.”
이렇게 쓰레기 분리수거를 정착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함과 동시에 93년부터 약 5년 간 대통력 직속 행정쇄신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잘못된 환경관련 법안 10여 가지를 개정하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박 총재는 이런 일들을 하면서 큰 보람을 느꼈다고 전한다. 그리고 그러는 과정에서 시나브로 환경전문가가 된 것 같다고 조심스레 말한다.

네거티브 환경운동을 하기보단…

[#사진6][#사진7]환경운동을 두 가지로 나눈다면 어떤 게 있을까. 어쨌건 결론은 ‘환경을 살리자’지만 그 방법에 있어 ‘하지 말자’와 ‘하자’는 환경운동이 있을 뿐이다. 물론 ‘가만 내버려 두자’는 방관형은 여기선 제외하기로 한다.
이 부분에 있어 박 총재의 견해는 확고하다. 환경단체 사이에 존재하는 협의체조차 이러한 이견으로 충돌이 빚어지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말이다.
“네거티브(negative) 방향으로는 웬만하면 안 하려고 합니다. 안 된다는 데모보다는 잘 되고, 또한 잘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더 부각을 하고 싶은 거죠. 어떻게 하면 환경보전을 할 수 있는지 그 방향으로 더 많은 생각을 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이순(耳順)을 넘어 고희(古稀)를 바라보는 그의 나이와도 무관치 않으리. 나쁜 것을 꼬집는데도 끝이 없고 좋은 것을 찾아내는 것도 끝이 없다면 후자를 위한 노력으로 환경을 살리고 싶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그런 차원에서 박 총재가 강조해 왔던 건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이었다.
“과거부터 작은 실천 하나하나를 추구해 왔지만 요즘은 방향을 좀 바꿨다고 할까요. 우리나라도 람사협약을 포함한 다양한 국제협약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협약의 중요성과 더불어 그에 맞는 역할을 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죠. 물론 기업에서는 수출장벽을 넘기 위해 전과정에서 환경을 고려하고 있지만 국민들 의식 역시 세계화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현재 박 총재는 환경원로들의 모임인 ‘일사회’ 부회장으로서 젊은 환경운동가들에 대한 한 마디로 잊지 않는다.
환경분야로 관심 갖는 젊은이들이 민주화 투쟁이나 민노총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똑똑한 후배들이 많아 기대감이 크지만 같은 이유로 우려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한다.

나태해질 시간조차 부족하다

그렇다면 여기서 잠깐. 바로 환경활동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질문이 있다. 바로 가정에서는 어떤 실천을 하고 있는지. 특히 험한(?) 환경바닥에 몇 없는 여성원로로서 그 대답이 기대되는 부분이다.
하지만 박 총재의 첫 마디는 “자랑할 건 없는데….” 오히려 몇 가지를 꼽는 게 어렵다는 의미였을까. 현재 환경부 물관리자문위원회 위원이 아니랄까봐 물은 오로지 수돗물만 마신다며 웃는다.
“오히려 페트병이 담긴 물이 더 안 좋을 수도 있어요. 수돗물은 정부가 책임지고 안전성을 인정한 만큼 최소한 ‘유해’하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사람들은 오히려 박 총재의 집을 방문할 때 페트병 생수를 사와서 따로 먹기까지 한다고 한다.
[#사진3]그리고 또 한 가지. 어디서든 전기 아끼는 일만큼은 철저히 한다고 강조한다.
“현재 딸아이가 미국에서 건축일을 하고 있는데 제가 환경활동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친환경건축사 자격을 먼저 받더군요. 건축과 관련해 국내에서는 이제 겨우 석면 얘기가 나오고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에서는 그런 제도가 활성화 돼 있잖아요.”
즉 멀리 볼 것 없이 가정에서도 2남 1녀의 자녀들에게 모범적인 ‘어머니’로서 역할에 최선을 다 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닐까.
박 총재에 따르면, 가족 모두가 (박 총재 일에) 협조적이기 때문에 일 하는 게 힘들지 않다고 강조한다.

환경인생, 앞으로도 쉼표는 없다

현재 맡고 있는 YWCA 이사, 그린훼밀리운동연합 총재 기타 등등… 박 총재는 현재 맡고 있는 직책들 모두 현 임기로서 마지막이라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마지막’이라는 단어가 ‘시작’이란 단어와 중첩되는 듯하다.
“현직에서 물러나도 더 바쁠 것 같은데요. 하던 일을 안 하면 안 될 것 같아요. 할 일이 없어서라도 일을 할 것 같네요. 제가 일을 할 수 있는 한 해야죠. 재밌게!”
그간 쉬지 않고 일을 해왔으니 최소한으로 잡아도 30년은 족히 일과 함께했다. 하지만 그에게 있어 ‘일’은 즐거움이자 삶 그 자체다. 행사 토론을 준비하면서 늦게까지 공부하는 것도 재밌다 한다. 그러다 보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부터 잘 한다고 인정받고 스스로도 잘 해서 그의 작은 경험담이라도 전해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 하고 싶은 일이 더 많죠. 개인적으로는 각 학교 교장들과 교사들이 환경에 대한 사명감을 갖고 그런 분위기가 확산됐으면 좋겠어요. 귀찮아서 안 하는 게 태반이잖아요. 그런 만큼 환경을 지도하는 교사들에겐 가산점을 주는 등 조금이라도 그들을 인정해 주는 방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
결국 개인적인 바람이 공적인 바람으로 끝을 맺었다.
아무쪼록 따뜻함이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임을 보여준 박정희 총재가 앞으로 더 많은 환경적 카리스마를 발휘하길 기대해 본다.

<강재옥 기자·사진=유상희 기자>


[#사진4]박정희 총재가 걸어온 길

1939년 1월 30일 생

학 력
1962년 이화여대 가정대학 졸업
1991년 미국 하버드대 행정대학원 연수
1997년 고려대 정책학과 대학원 수료
2004년 서울대 환경대학원 CEO 과정 수료

주요 경력
1991~1995년 서울 YWCA 회장(연임)·한국간행물 윤리위원회 자문위원·한강환경관리청 자문위원(환경부)
1993~1998년 행정쇄신위원회 위원(대통령 직속)
1994~2000년 서울 YWCA 건축기성회 회장
1995~1998년 한국도시철도공사 이사
1999~2002년 한국소비자보호원 이사
현재~ (사)그린훼밀리운동연합 총재·서울 YWCA 이사·환경부 물관리 자문위원회 위원·건설교통부 NGO자문위원·에너지시민연대 공동대표·WTO 국민연대 공동대표 등

주요 수상내역
1994년 국민훈장 모란장 수상(환경운동가)
1999년 서울시장상 포상(환경시민운동 부문상)
2001년 UNEP Global 500 환경인상 수상
2003년 대한 YWCA 공로상 수상

[#사진5]그린훼밀리는?
청소년 환경교육에 역점을 두고 있는 그린훼밀리는 97년 11월 전국에 213개 학교에 녹색소년단이 결성돼 교사 및 학생들에게 환경이론과 현장 체험적인 교육으로 환경의식을 높이기 위해 출범했다.
그간 유엔 환경모의 총회, 지도교사 워크숍, ‘화학조미료 안 먹는 날’설문조사 및 유해성조사 및 교육, 청소년 10대 환경뉴스 조사 발표, 캔 재활용 순회교육, 나무 이름 맞히기 교육, 환경교육 지도자 연수 등 환경교육을 중점으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3월호 월간환경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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