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종도 주민, 마을 유일 습지 사라질까 우려
개발로 물길 막혀… 떠도는 야생동물 ‘로드킬’


[#사진2]관광지구로 개발이 한창인 영종도에 테마파크 공사와 관련 멀쩡한 자연습지가 도로에 묻힐 위기에 처했다.

문제가 되고 있는 곳은 테마파크 공사 일환으로 인천 덕교동 용유역 인근 남·북측유수지 3구간에 해당하는 부지로 경제자유구역청에서 도로 확장공사를 수행하면서 주민들과의 갈등이 불거지고 있는 것. 현재 습지 소유주나 인근 논·밭 대부분의 보상이 끝난 상황이며 주민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바로 공사가 착수되는 만큼 다급한 상황이다.

이에 주민들은 테마공원이 만들어지면 어차피 연못과 같은 습지를 조성할 게 뻔한데, 굳이 자연습지를 없애가면서 도로를 낼 필요가 있느냐며 우회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간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에서도 여러 차례 이번 공사의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공사반대 아닌 습지 살리자는 것= 과거 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했을 당시에도 문제는 계속 지적돼 왔다. 인근 주민 임장호씨는 “주민들이 공사 자체를 문제 삼는 게 아니다”라며 습지를 메우지 말고 공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임씨는 “이곳 주민들은 아직도 습지에서 흐르는 물을 마실 정도로 깨끗한 데다 철새들이 항상 눈에 띌 만큼 잘 보존돼 있다”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3000여 평 규모로 습지의 이름조차 알져지지 않고 있지만 인근 오성산 물줄기와 이어지는 마을 유일 습지라는 데 그 의미가 크다.
[#사진3][#사진4]하지만 존재하는 인공수로에서도 소량의 물이 흐르고 수로 주변에 비포장된 땅에서 소리 날 정도로 물이 흐르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어 습지를 메우는 게 주민들 입장에서 마냥 아쉬운 것.
임씨는 “흙이 돋워진 비닐하우스 등을 철거하고 논을 정리해 습지를 원상복구시키고 훼손된 물수로를 습지 쪽으로 잘 터줘서 물길을 잘 잡아주면 최상의 습지 생태가 유지될 것”이라며 “친환경 자연 테마파크공원의 본 취지에도 잘 맞는 최고의 볼거리로 자리 잡힐 것으로 확신한다”고 견해를 덧붙였다.

◇물 마시러 내려왔다 ‘로드킬’ 빈번= 주민들에 따르면 습지의 일부를 논으로 쓰는 것조차 물이 계속적으로 흘러 논농사도 안 될 정도라고 한다. 이렇게 1년 내내 물이 마르지 않는 습지인데 인공적으로 메우더라도 앞으로 문제가 발생될 게 불 보듯 훤하다는 게 마을 어른들의 판단이다. 물론 공사 직전까지도 흐르던 몇 가지 물줄기들은 현재 거의 마른 상황이다.
더군다나 습지를 메워버리게 되면 지역 물수로가 막히는 등 재난 시 어떤 피해가 닥칠지 예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마을 관계자들은 습지의 물이 오성산에서 흐르는 지하수로 추정하고 있으며 이미 일부 습지는 비닐하우스 등 농사 과정에서 파괴됐다고 귀띔했다.
이에 따라 야생동물들도 물을 마시기 위해 도로로 내려왔다가 차에 치이는 등 사고도 최근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주민들의 우려감도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진1]◇오성산 초토화, 두 번 죽이나= 이미 초토화 된 오성산에 대해서는 여러 차례 지적된 바 있다. 공항 활주로 공사로 오성산 산림훼손이 심각했지만 현재 도로공사로 인한 훼손이 더 심각해진 상황이다. 이미 지난 2005년 인천국제공항의 제3활주로 조성으로 해발 170여m의 오성산이 송두리째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전문가들은 물론 주민들로부터 원성이 나온 바 있다.
현재 산봉우리를 완전 깎아낸 상황으로 20만 평 정도의 평지가 생긴 셈이다. 산허리가 잘려 오성산의 정상은 완전히 절토됐으며 수령 40~50년생의 각종 수목은 흔적조차 사라진 상황이다.
하지만 더 큰 문제는 비행기 이착륙 시 오성산이 문제될 수 있는 만큼 내년 개통 예정인 제3활주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개통예정인 내년까지도 계속 깎아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2004년 9월에 만들어진 환경영향평가서에 따르면 이미 오성산이 절토돼 있는 상황에서 당시에도 지하수 고갈이 심각하다고 문제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평가서에 이번 문제가 되고 있는 습지가 포함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 바 있다.
평가서에서 언급한 동물상 변화에 대해서는 ‘서식지 훼손 및 개체군 감소 등의 영향이 예상되지만 항공기 이·착륙시 안전고도 확보를 위해 오성산을 절취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므로 본 계획노선 공사로 인한 녹지축 단절, 동물이동로 단절 등의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적혀 있다.
당시 조사된 동물상은 포유류가 7과 9종, 고라니, 멧토끼, 너구리 등과 더불어 조류는 18종 붉은 머리 오목눈이, 노랑턱멧새, 까치 등. 양서 파충류는 6과 11종 청개구리 등으로 조사됐지만 주민들에 따르면 청둥오리, 매 등 다른 지역에서는 보기 드믄 동물들이 자주 눈에 띤다고 전했다.

현재 일부 환경단체에서 현장조사를 마쳤고 “(이미 오성산은 깎일 만큼 깎인 상황이라) 너무 시간이 늦은 것 같다”는 입장을 전하고 있다. 하지만 더 이상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도로를 기존 계획과 달리 우회해서 훼손을 최소화하자는 주민들의 의견에는 동의하고 협조할 의사를 밝히고 있다.
현재 영종도 테마파크 공사 시행사인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공사가 잘못됐을시 변경의 가능성에 대해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마을 주민들은 이번 공사를 예산낭비로 기획예산처에 신고하는 등 공사변경을 주장하고 있어 과연 시행사측에서 주민의견을 어떻게 수렴해 나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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