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인 순간이라고 해야 할까. 국내에서는 최초로 대기오염을 문제 삼은 소송이 제기된 점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시기상조라는 분위기다.

자동차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낸 것과 관련해서도 반박의 여지는 남아 있다. 천식 등 호흡기질환 환자들이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으로 호흡기성 질환을 앓게 됐다고 호소하지만 이번 소송 원고인단인 23명 역시 피해자이자 가해자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차를 타기도 하지만 차를 몰고 다닌다면 충분히 그들 역시 가해자가 된다. 물론 원고인단은 차를 만들고 대기오염 저감을 위한 노력을 안 한다는 이유로 자동차 회사를 피고로 세운 것이지만 말이다.

국내 첫 소송이라 이런 저런 말들도 많고 앞으로 더 조사해야 할 부분도 많이 남아 있지만 정말 이번 소송이 원고인단의 승소로 판결난다면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요즘 가장 빈번한 환경성 질환으로 아토피를 꼽지만 그보다 더 많은 증상을 보이고 있는 게 바로 천식을 비롯한 호흡기질환이기 때문이다. 유전적인 요인이 아니고 흡연 역시 결정적인 원인이 아니라면 모두가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으니 말이다.

어쨌건 병적인 호흡기질환은 물론 출·퇴근 시 한두 번 외부 출입하는 사람들조차 그 순간의 답답함과 몸의 불편함을 느낄 것이다.

특히 오랜 지방생활 후 서울에 거주하는 사람들이라면 서울의 공기질에 정말 ‘질린다’는 말이 딱 맞아 떨어질 만큼 질색하게 된다.

하얀 와이셔츠가 새까맣게 때가 타는 것은 물론 혹자는 ‘서울 가니 코딱지도 새까맣더라’라는 말을 할 정도로 공기가 안 좋은 건 사실이다.

나이를 막론하고 주위에 호흡기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다. 바람을 가르며 마음껏 뛰지도 못하고 술을 마실 수 없어 술자리에 가는 것도 불편해 하는 모습을 종종 봐왔다.

이번 소송의 원고인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중 한 명은 이런 말을 했다. “천식을 앓으면서 왕따가 됐다”고 말이다.

원고인으로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그냥 천식이니까 천식이지’라는 생각으로 병을 받아들였지만 오히려 의료계 전문가들을 만나면서 이러한 병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걸린 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렇게 보면 천식은 시작일 뿐이다. 환경병이라고 알려지고 있는 질병만 해도 가늠할 수 없는 상황에서 앞으로 천식에 이어 아토피나 그 외 알레르기성 질환까지 모두 줄줄이 소송감으로 대기 중이지 않을까.

우린 모두 같은 땅에 살고 그 이유로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 일종의 환경질(environmental quality)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일단 제공되면 모든 사람들이 비용을 지불하려는 의도와 관계없이 향유되는 전형적인 공공재이다.

어렸을 때부터 공공재를 아끼자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공원의 기물만이 공공재가 아니다. 가장 큰 공공재인 환경이 훼손됐고 다른 공공재와 달리 복구가 어렵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 계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재판의 승소 여부를 떠나 이러한 환경의식이 한 발짝 선진화된 소송 등 관련 일들이 보다 많이 세상 밖으로 드러나게 된다면 그만큼 좋은 결실을 조금 더 빠른 시일 내에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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