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이 갈 데까지 가다 안 되겠다 싶으면 쓰는 표현 중에 ‘법대로 하자’는 말이 있다. 상식과 타협으로는 안 되니까, 서로의 이해가 다르기 때문에 시비를 가리는 최후 수단이 바로 법이다.

법이란 국가권력에 의해 강제되는 사회규범이다. 특별법은 특정 사람이나 사물, 행위 또는 지역에 국한해 적용되는 법이며, 일반법은 그런 제한 없이 일반적으로 적용되는 법으로 정의돼 있다. 원래 특별법은 정의 또는 형평의 관념에 입각해 일반법 중에서 특수 사항을 골라내 그를 특별 취급하려 하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따라서 특별법은 일반법에 우선하는 것이 원칙이며, 일반법은 특별법에 규정이 없는 경우에만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이 두 개념을 구별하는 실익은 법의 효력 및 적용의 순서를 명확히 하는 데 있다. 그런데 이 특별법이 널뛰기를 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비 그치고 보니 여기저기서 고개를 들이밀고 있다. 과거에도 특별법은 만들어졌었지만, 최근 논의되는 특별법들을 보면 이 법이 도대체 무엇을 위한 법인지 혼란스럽다.

국회 건설교통위원회 법안소위에서 심의한 남동해안 발전특별법 통합안 골격은 국립공원을 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모든 개발행위를 허용하자는 것인데 대규모 개발이 가능하게 돼 있어 사실상 난개발 승인의 근거가 될 수 있다. 현재 통합 법안이 심의를 통과할 경우 환경부의 반대가 있더라도 국립공원을 개발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구조로 돼 있어 대규모의 개발 사업이 국립공원 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지역 개발에 대한 주민 요구를 앞세워 추진 중인 이 법안에 대해 이미 오래전부터 환경단체와 시민단체는 문제점과 폐해를 들어 반대해 왔다. 환경부도 국립공원 구역에 서식하고 있는 멸종위기종 등 중요한 생물 및 문화자원을 훼손하는 일로 규정했고, 건설교통부 역시 특별법 남발 우려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식으로 진행되고 있는 ‘개발특별법’이 한두 건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럼 왜 의원들은 소리 높여 이런 법들을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어제 오늘 얘기가 아니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벌써부터 국회는 표 밭 추스르기에 바쁘다. 해당 지역구 개발을 전제로 표 확보에 모두 혈안이 돼 있다. 한 의원이 자기 지역구의 현안을 들어 부탁하면 의원 10여 명이 모여 공동 발의하고 서로 밀어주기 식으로 동업자 의식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정권 말기에 자칫 자기 것만 챙기는 식이다. 편익/비용에 대한 분석은 전혀 없이 법의 필요성이 아니라 표를 거두기 위해 너나없이 지역구 환경을 담보로 하는 무책임의 극치가 판을 치고 있는 것이다.

특별하지 않으면 일이 안되는 나라란 말인가. 일반 상식이 통하지 않으니 특별법으로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인지. 한마디로 대화와 타협을 함께할 수준이 안 된다는 것인가. 지역민들에게도 책임은 있다. 표를 쥐고 있는 지역민들의 요구에 따라 어떻게든 기존 법을 무시하고 되도록 해야 하니까 결국 특별법으로 귀착되는 것 아니겠는가. 지역마다 그 특성에 맞는 특별법을 제정하다가는 수백 개가 되도 모자랄 것이다. 결국 국민을 위한 법이 아니라 지역이기주의나 지역관심사를 이루기 위해 합리화 수단을 만드는 것이 아니겠는가.

법은 함축적이고 짧을수록, 적을수록 좋다. 그 법을 토대로 서로 양보하고 조율하는 태도가 선진국임을 대변한다. 갈 데까지 가서 끝장을 보겠다는 식의 법 제일주의는 지양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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