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국민이 감시인으로 나서자
관련 기술개발 투자 서둘러야


재선충병에는 소나무만 노출되는 줄 알았던 그동안의 상식을 깨고 잣나무에도 재선충병이 확산되고 있어 크게 우려되고 있다. 최근 경기도 남양주시 진접읍 부평리 국유림에서 잣나무 재선충병이 세 번째 발견됨에 따라 산림당국이 긴급방제체제를 갖추고 벌채 면적을 확대해 재선충병 확산 방지에 나섰다.

이번에는 잣나무 재선충병 발병지인 부평리 주변 약 5㏊의 잣나무림을 모두 베어내고 파쇄하는 대책으로 사안의 긴급함을 대변하고 있다. 설상가상 이상기온으로 매개충의 본격 활동 시기가 예년보다 한 달가량 앞서 시작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지라 관계당국은 조기방제 비상이 걸려 있는 상태다.

잣나무 재선충병은 국내에서는 2006년 12월 경기도 광주에서 7그루가 감염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확인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재선충병은 남부지방 소나무 일부 종에서만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됐고, 잣나무의 경우 감염 또는 발병 사례가 단 한 번도 보고된 바 없기 때문에 이번 일은 더욱 당혹스럽다. 그렇지 않아도 난개발이 이어지고 울창한 삼림이 마구 훼손되는 일이 적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재해인 재선충병까지 확산되면서 이러다 전 국토가 초토화되지는 않을까 심히 염려된다.

관계당국과 전문가들은 ‘소나무재선충병특별법’ 대상에 잣나무도 포함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 추진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이를 조속히 실천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과정을 서둘러야 한다. 현장에서는 방제대책본부를 설치하고 반경 3km 지역 내 지상 정밀 예찰에 들어갔고, 소나무류 이동 단속을 위한 초소와 감시원을 배치해 24시간 감시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소나무류 취급업소에도 재선충병 발생지역 소나무류 반입을 금지해 예방에도 힘쓰고 있다.

경기도와 산림당국의 이런 조치들은 온난화 현상으로 잣나무 재선충병 매개충으로 추정되는 북방수염하늘소 유충이 성충으로 되는 시기가 한 달가량 빨라져 4~6월이 될 가능성이 제기된 점도 한몫을 했다. 주민들은 또한 자체 예찰단을 강화 또는 구성했는데, 이는 일반인도 감염 의심목을 발견하면 즉각 신고토록 해 예방의 효율을 높이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하겠다.

경기도는 한편 14억여원의 예산으로 다음달 초까지 도내 전 지역의 산림 약 53만2000㏊에 대해 재선충병 감염을 확인하기 위한 전수 조사를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도 관심이 모인다.
이번 잣나무 재선충병 확산 문제는 재선충을 너무 쉽고 안일하게 생각했던 데서 기인해 벌어진 것 아니겠는가라고 할 수 있다. 설마 이곳까지 올까라고 방심했던 책임은 너나 할 것 없이 관계자들 모두에게 있다고 하겠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 잘잘못을 따질 게재가 아니다. 가장 시급한 일은 서둘러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뾰족한 방법이 없다보니 그저 육안으로 확인하고 서둘러 주변 나무를 벌목해 확산을 막는 방법이 전부였다는 답답함이 있다. 재선충병 감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전수 조사도 물론 필요하지만 매개충인 북방수염하늘소에 대한 연구와 방제를 위한 관련 기술개발에 더욱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온 국민이 감시자가 돼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 우리 아름다운 금수강산이 흉측하게 죽어 자빠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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