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 오염부지 고스란히 우리 몫
새 부지 보전방안 미리 준비해야


심각한 중금속 오염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59개 주한 미군기지에 대한 처리 부담이 고스란히 우리나라에 떠 넘겨지게 됐다. 정부는 최근 브리핑을 통해 반환예정 기지 중 환경오염조사가 마무리된 14곳에 대한 반환 절차를 종료했다고 밝혔는데, 미군 측의 거부와 우리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 등으로 그간 협상에 거의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 반환 합의 발표 이후 미 측은 SOFA(한미 주둔군지위협정) 규정에 따른 반환 절차의 진행 자체를 거부해왔다. 정부는 유류저장탱크 제거 등에 대한 오염치유 이행 여부를 조사해 추가 조치를 요구했지만, 미 측은 이를 거부했다. 이번 반환 선례는 2011년까지 LPP(한미 연합토지관리계획)에 따라 반환될 59개 기지 전체에 적용될 것으로 예상돼 향후 주한 미군기지 오염 협상은 더 이상 의미가 없게 된 셈이다. 반환 이후 발생하는 환경문제에 대해 피해보상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한 번 절차가 잘못되면 개선방법이 없다.

결국 지난 2002년 한·미 양국이 협의한 ‘환경정보 공유와 접근절차’는 완전히 무용지물이 돼 버렸고, 2004년 용산기지를 포함한 미군기지 이전이 본격화되던 때 우려했던 바가 모두 현실로 돼 버린 것이다. 당시 미군의 기지 관련 정보 공개, 오염토양 현황에 대한 철저한 조사 및 복원계획 수립이 강조됐지만 어느 한 가지 제대로 진행된 것이 없다. 미군 기지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토양 및 지하수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었을 때도 미군은 안보군사동맹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수년간 미군 담장 안에서 해오던 ‘오염권’ 특혜를 누렸던 것이다.

세계 최고라는 호칭에 맞지 않는 미 측의 이 무지막지한 처사를 뭐라고 이해해야 할까. 이러고도 우방이니, 협력이니라는 말을 사용할 수 있을까. 미국의 양심들은 이런 사실을 알고나 있을까.
설상가상 정부는 14개 미군기지에 대해 조속한 시일 내 해당 지자체에 넘겨 활용 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지자체들은 대학캠퍼스 조성 등 각종 개발계획을 발표해온 바 있고, 오염 치유를 지자체가 맡는 대신 매각대금을 낮춰 조기에 매각해 달라고 요구한 곳도 있다. 수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막대한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세금으로 떠안아야 할 상황에서 지자체들이 조기 개발에 나선다면 오염치유는 이미 물 건너갔고 개발에만 관심이 집중되는 것 아니겠는가. 지자체들이 대책 없이 무작정 개발만 앞세운다면 머지않아 오염 문제는 전면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다. 미군이 더럽혀 놓은 땅을 뒤치다꺼리도 제대로 하지 않고 개발하겠다고 덤비는 지자체도 답답하기 그지없다. 정부가 중심을 잡지 못하니 지자체들도 오염치유보다는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것 아닌가.

앞으로가 더 걱정이다. 한 번 맛들인 ‘오염권’을 재탕하지 말란 법이 없다. 아니 이제는 선례를 만들었으니 더 당당하게 오염시킬 가능성이 높다. 오염부지를 복구하는 일도 급하지만 오염을 재현하지 못하도록 철저한 대비와 협조가 필요하다.
오염유출 대비방안, 유출시 오염토양의 처리지침, 책임소재 등 환경보전방안을 사전에 마련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약속이행을 확인해야 한다. 우방국 미군은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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