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협상의 주요 대상임을 인지해야

다양한 시나리오로 사전대책 마련시급


EU와의 FTA 체결이 조만간 가시화될 것이다. 미국과의 FTA가 농민들의 강렬한 반대에 부딪혔던 점을 상기시키면, 이 또한 그리 순조롭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EU와의 협상에서 우리가 중요시해야 할 것들은 다양하다. 가벼이 여길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은 당연하다고 본다. 다만 본지는 EU와의 협상에서는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에서 보여줬던 환경에 대한 입장보다는 좀 더 많은 애정과 관심을 쏟아줄 것을 당부하고 싶다.

왜나면 EU는 현재 조직적인 체계를 통해 갖가지 환경협약들을 내놓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이를 주도하는 입장에 있기 때문이다. 후발 개도국들 일부는 EU의 환경정책을 두고 무역장벽으로 치부할 정도다.

EU가 우리와 협상을 진행할 경우 여타 분야에 대한 조율도 중시하겠지만, 당연히 환경 분야를 중점적으로 대상화시킬 것이다.

아쉽지만 현재 우리가 보유하고 있는 환경기술이나 환경생태, 환경과학 등 환경 분야의 많은 것들은 EU의 집약적인 능력을 뛰어넘기에 역부족이다. 또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환경관리 수준은 양극화가 극심하다.

이미 글로벌 경영을 외치고 있는 대기업이야 사전에 많은 준비를 해왔을 것이고, 여기에 투자할 자금적인 여력과 인력 역시 충분하다. 하지만 중소기업들은 여전히 정보에 메말라 있고, 준비를 위한 투자 또한 생각지도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처럼 모든 것에서 환경 분야는 EU보다 열악한 조건이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부터 충분한 각본과 시나리오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 EU 협상단이 환경 분야의 열악함을 이용해 어떠한 조건들을 내놓을지에 대해 사전 정보를 수집해야 할 것이며, 최대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가 의지를 보여주길 바란다. 국가 간 협상의 테이블은 다양한 절충안과 양보와 타협이 오간다. 이미 우리는 미국과의 FTA 협상에서 상당부분 양보와 타협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일부 첨예한 대립에서 절충안을 찾기 위해 양보를 해야 하는 부분 역시 있었음을 안다.

여타 분야에 밀려 환경을 양보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길 정부에 당부한다.

얼마 전 한미 FTA 협상이 최종 타결된 이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그 결과에 대해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벌인 것으로 안다.

조사결과 전문가들은 절반 이상이 만족스럽단 답을 내놓았다. 또 분야별 협상타결 내용에 대해서는 상품무역·섬유·자동차 분야에 상당히 만족하고, 농업·금융·무역구제·원산지 분야에 있어서도 대체로 만족을, 의약품·투자서비스·지적재산권 분야에 대해서는 보통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과연 이들의 평가가 올바른 것인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할 것이나, EU와의 협상에 대한 평가에서는 반드시 분야별 구분에서 환경이 꼭 포함되길 기대해 본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평가 역시 만족스럽단 쪽으로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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