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기준 세우고 자료구축 관리 시급
환경윤리와 생태계 책임의식 교육해야

과거 어느 공상영화에서 집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던 악어새끼가 변기에 빠져 하수구로 버려지는 장면으로 시작하는 영화가 있었다. 오염된 지하공간에서 방사능 누출로 수십미터가 넘게 이상적으로 성장한 이 악어는 도시 전체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는다. 과연 이런 일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요즘 초중고생 10대들에게 애완동물이 큰 인기인데 과거와 달리 그 종류가 매우 다양해졌다. 도마뱀, 거미, 뱀 등 희귀동물이 그 대상이다. 한 판매샵에서는 월 100여마리 이상이 판매되고 있는데 판매가도 마리당 3, 4만원에서 수십만원에 이른다. 구티오너멘탈거미, 알비노버미즈, 수리남레드테일보아, 크레스티드게코도마뱀 등 이름부터 특이한 이 애완동물들은 남다른 개성과 차별화를 추구하는 10대들에게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다. 이런 애완동물들을 구입한 아이들은 일정기간 키워서 되팔아 차액을 챙기는 등 물질만능주의 세태를 반영하는 새로운 풍속도까지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외래종의 국내수입 및 유통, 판매에 대해 정부가 종의 특성에 따른 별다른 조사나 규제 없이 허용하고 있고, 이로 인해 생태계교란의 가능성이 상존한다는 것이다.

과거에도 잘못된 지식과 판단으로 인해 호소와 하천에 자생하던 수생식물이 성장률 빠른 외래생물종으로 바뀌어 돌이킬 수 없는 파괴가 초래된 예가 있다. 토종 붕어는 어족을 풍부히 한다는 명목으로 수입된 블루길과 배스라 불리는 큰입우럭으로 바뀌어 씨가 말랐고, 종교적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버려진 붉은귀거북은 수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 블루길은 번식력이 뛰어나 천적이 없는 곳에서 다른 어종을 누르고 급속히 번식한다. 배스는 환경적응력이 우수하고 매우 공격적 성질로 다른 어종을 해치며, 붉은귀거북은 토종민물고기를 마구 잡아먹으며 천적이 없어 생태계의 무법자라 불린다. 이러한 외래종들은 종다양성을 감소시켜 생태계 균형을 파괴하고 있다. 식물도 예외는 아니다. 미국자리공, 돼지풀, 서양민들레 등 번식력이 우수한 외래식물종 200여종 이상이 식용 및 약용 등 여러 목적으로 이입됐지만, 자생종과 경쟁력에서 우위를 차지하면서 생태계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외국 유입 동식물 중 생태계 파괴, 고유종 피해 등 심각한 영향을 주는 종들은 식물 26종, 해충 및 곤충 30여종, 야생동물 34종, 어류 15종으로 학계에 보고되고 있지만 사실은 더 많은 외래종이 생태계 교란을 야기시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외래생물종의 유입과 관련해 관계법령을 재검토해야 한다. 먼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영향종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관리해야 한다. 또한, 도시지역, 자연생태계에 대한 정기적 모니터링을 통해 변화 내용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환경윤리와 생태계책임의식을 홍보, 교육하는 노력은 오랜 기간 인내를 갖고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지만, 또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도 하다. 강력한 규제로 묶어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는 시대의 흐름에 탄력적으로 대처하는 정책과 행정이 요구된다.

아이들의 호기심과 사행심을 자극해 무분별하게 판매되고 키워지고, 또 버려질 외래 애완동물들이 전혀 예기치 않은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염려가 기우에 그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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