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정은 건전한 사회형성 위한 기본 틀
- 변함없는 바른 원칙 세우고 이끌어야

‘휴일도 주말도 없는 산더미 같은 업무에 빠져 혹사하는 생활이 이어진다. 열심히 뛰고 돈 벌어다 주는 것이 가장으로서, 남편으로서 해야 할 최선의 역할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경제여건에서 제 때 받지 못한 월급대신 사용한 카드대금은 엄청난 빚으로 다가와 숨통을 조여 댄다. 아이들과 대화하고 어려움을 들어주기 보다는 바쁘고 피곤하니 엄마하고 알아서 하라며 집안일을 떼 맡기고 바깥일에만 매달리기 일쑤였다. 스트레스를 풀길이 없어 날마다 술로, 친구들로, 등산으로 낚시로 잊어 보려고 안간힘을 써보지만 효과는 길지 않고, 불신의 골은 깊어만 간다. 그러다 어느 날 가정에서 내 위치를 돌아보니 설 곳이 없다. 아내는 외면하고 아이들은 냉랭하다. 내가 뭘 그렇게 잘 못 했길래. 죽을 고생 다해 가족 부양했더니 그게 아니었다며 이혼서류에 도장 찍으란다...‘
남 얘기가 아니다. 괜챦은 아버지라고 착각하면서 살아온 이 나라 아버지들 대부분이 한번쯤은 겪어 봤을 내용이다.

남자라면 술도 좀 하고, 집안일은 여자들한테 맡기고, 친구들일을 내 일처럼 돌봐야하는 등등 그저 내 아버지의 등을 보고 배운 대로 살았을 뿐인데. 오랜 세월 전통적으로 내려오던 이런 가부장적 생활방식은 급속한 핵가족화, 서구문명의 유입, 실시간대의 정보전달 등과 더불어 딴 세상 얘기가 된지 오래다. 가정에서 정말 우선해야 할 것이 무언지, 아버지로서 어떻게 그 위상을 세우고 무엇을 어떻게 가족과 함께 공유해야 할지 모르고 살아온 것이다.

가정은 이 땅에 세워진 최초의 공동체이다. 그 기본단위에서 모든 질서와 행복이 씨 뿌려지고 싹트고 성장하게 된다. 그런데 그 가정이 무너져 가고, 가정의 붕괴로 말미암아 사회가 흔들리고, 세상은 더 어두움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대부분의 사건 뒤에는 파괴된 가정이라는 배경이 있다.

이 시대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중 하나는 분명 가정의 회복이다. 가정의 중심에 있는 아버지가 그 이름을 되찾고, 아버지의 바른 형상을 회복해야 한다. 아버지는 가정의 지도자이며 제사장이다. 어떤 경우라도 흔들리지 않을 반석처럼, 인생이라는 긴 여정에서도 변함없는 원칙을 세우고 가르치며 이끌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할 지 몰라서 못한다면 ‘아버지학교’에 가서라도 잘 배워야 한다.

최근에 두란노 아버지학교 서울북부지부 수료생들과 가족 150여 명은 서울 노원구 중랑천 변에서 자전거 타기 퍼레이드, 환경보호 캠페인 및 쓰레기 줍기 활동 등을 전개했다. 이번 행사는 가족 간의 유대도 돈독히 하고 공중도덕에 대한 교육기회가 부족한 자녀들을 참여시킴으로써 환경을 바라보는 시각 변화 등 지역사회에 좋은 본보기가 됐다. 아버지들이 솔선수범해 가족들과 함께 환경정화활동을 했다는 것은 그 규모의 크고 작음을 떠나 상당한 의미가 있다.

환경보전은 어린 시절 교육을 통한 의식의 변화에서 시작된다. 바른 의식의 정립은 가정에서 시작되며, 그 가정의 지도자는 바로 아버지다. 아버지가 살아야, 아버지가 바로 서야 환경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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