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동물, 일반적 관계의 문화사를 관통하다

[#사진1]‘가공된 신화, 인간’은 인간과 동물의 일방적인 관계의 역사를 문화사적인 면에서 능숙하게 서술한 책이다.

그리스도교적 세계관을 통해 늑대와 마녀의 메타포가 어떻게 가공됐는지를 설명하며 신화와 문학에서 보이는 종들 간의 경계넘기가 어떻게 묘사됐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인간에 의해 자행된 파괴와 왜곡의 역사를 비판한다.

저자는 이 모든 것들을 통해 서구 유럽을 지배하고 있는 보편적 정서의 실체를 규명하고자 하며 나아가 지구라는 생물권에서 공존하는 인간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를 모색한다.

이 책은 ‘피조물의 왕이 된 인간의 오만의 역사’이자 ‘희망과 환상의 집단적 현상에 대한 문화사’를 인간과 동물의 역사적 관계를 통해 상세히 그려내고 있다.

의사이자 작가이며 사회 비평가인 저자 틸 바스티안은 성서와 중세의 재판 판결문 그리고 수많은 문학작품들과 현대의 신문과 잡지 등 다양한 자료를 인용해 인간이 스스로를 어떻게 신화적 존재로 가공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그 가공의 과정에서 빚어진 인간과 동물의 일방적 관계를 날카롭게 비판한다.
인간은 끝이 없는 지배욕과 무모함으로 자신이 의존하고 있는 지구라는 생물권의 생명의 질서를 훼손하는 골칫덩어리이자 훼방꾼이다.

선사시대 이후 현대까지 인간 즉 호모사피엔스는 회복이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의 파괴를 일삼은 그리고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동종 살해를 저지른 범죄자인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그 의존성과 파괴를 부정하고 있으며 오히려 스스로를 피조물의 왕이라 칭한다.

따라서 저자에게 인간의 역사는 곧 자연과 동물에 대한 가공할 범죄의 역사, 끝이 없는 지배욕과 무모함으로 가득 찬 오만의 역사가 된다.

저자는 인간에게 ‘한편으로는 종과 종의 경계를 분명하게 강조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 경계를 뛰어 넘으려고 하는 성향’이 있음을 설명한다.
이와 같은 성향은 각종 신화와 문학작품에 등장하는 인간과 동물의 혼합 존재 혹은 양성적 존재의 이야기, 샤먼과 토테미즘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저자는 이와 같은 형태의 이면에는 인간이 자연의 세계를 조종 혹은 조작하고자 하는 무의식이 반영돼 있음을 지적한다.

<최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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