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소장 지병목)는 경주 남산 열암곡에서 지난 5월 말 발굴조사 중 발견한 통일신라 대형 마애불상의 상호(相好: 부처님 얼굴)와 전체 모습을 마침내 확인했다.

열암곡 마애불상은 화강암(약 250×190×620㎝, 무게 약 70톤)의 한 면을 이용 고부조한 것이다. 발견 당시 불상이 조각된 암석은 원래 위치에서 경사면을 따라 앞쪽으로 넘어진 상태였기 때문에 불상의 자세한 모습은 알 수 없었다. 이에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는 추가 조사 작업을 통해 불상의 대좌와 양 다리, 가슴 및 어깨를 확인했다. 이번에 마침내 상호까지 밝혀냄으로써 불상의 전체 모습을 세상에 알리게 됐다.

이 불상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460cm, 발 아래 연화대좌가 100cm로, 전체 높이가 560cm에 이르는 대형 마애불이다. 육계(肉髻: 부처의 정수리에 불룩 솟아오른 부분)가 높고 민머리(素髮)이며, 타원형의 얼굴에는 오뚝하게 솟은 코와 아래로 내리뜬 길고 날카로운 눈매 그리고 도톰하고 부드럽게 처리된 입술 등이 잘 표현돼 있다.
특히, 귀는 발제선(髮際線: 머리털이 난 끝선)에서 어깨에 이를 정도로 매우 크며 평면적으로 처리되어 있는 등 유사 예를 찾기 어려운 특이한 모양을 하고 있어 주목된다. 목에는 삼도(三道)가 입체적으로 표현돼 있으며 어깨는 넓고 가슴은 펴고 있어 당당한 모습을 보여준다.

불상의 수인(手印)은 왼손 손등을 바깥으로 해 손가락을 가지런히 펴서 가슴 위에 얹었으며 오른손 역시 손등이 밖을 향한 채 엄지손가락을 안으로 감싼 채 네 손가락을 가지런히 하복부에 대고 있는 특이한 형식이다.
법의(法衣)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발목까지 길게 내려오는 우견편단(右肩偏袒) 형식으로 아래로 내려올수록 간격이 넓어지는 옷 주름이 9개 표현돼 있다. 두발은 발끝이 밖으로 향하게 벌리고 있으며 연화대좌는 5장의 꽃잎을 낮게 조각했다.

이 마애불은 약 4등신으로 몸에 비해 머리부분이 크게 표현돼 있어 예불하는 사람이 마애불을 우러러볼 때의 비례감을 고려 시각적인 효과를 잘 나타내려고 한 점이 돋보인다.

불교조각사에서 볼 때 이 마애불의 볼륨있는 상호와 날카로운 눈매에서 느껴지는 엄숙함은 통일신라 불상의 전형적인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 불상의 수인은 통상적인 형식과는 비교되는 특이한 것으로 지금까지 남산 왕정골(석조여래입상)을 비롯 몇 예만이 확인된 바 있다.

이상의 특징으로 열암곡 마애불은 8세기 후반경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며 삼화령 삼존불, 배리 삼체불, 석굴암 본존불로 이어지는 신라 불상의 큰 흐름을 이어가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된다.

땅속에 거의 묻혀있는 형태로 약 1300년의 세월을 지나면서도 손상되지 않고 거의 원형에 가까운 모습을 지닌 마애불이라는 점 또한 이 불상의 발견이 지니는 중요한 의의라고 할 수 있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에서는 지금까지의 조사 성과를 바탕으로 남산 열암곡 마애불과 주변지역에 대한 조사와 정비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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