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1]웬델 베리의 이 책은 아주 긴 서평 형식을 띤 현대 과학문명 전반에 대한 비판적 성찰이다.

웬델 베리는 이 책에서 에드워드 윌슨(Edward Wilson)의 ‘Consilience’(한국어 번역 ‘통섭’사이언스북스, 2005년)를 세밀하게 분석 비판하고 있다.

이 책은 작게 보면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합이라는 윌슨의 야심찬 프로젝트에 대한 심도있는 비판서이지만 크게 보면 현대과학의 방법론적 전제로써 물질주의와 환원주의, 기계론적 사고 그리고 현대과학의 외적 맥락이자 동시에 현대과학이 내면화하고 있는 산업주의와 제국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한 급진적이고도 근원적인 성찰과 비판을 담고 있다.

과학비평을 매개로 현대문명 전반의 야만성과 착취적인 성격을 뿌리까지 파헤친다는 점에서 그리고 문화의 전달자로써 대학의 학술 시스템이 가지는 폐쇄적 전문가주의를 비판하고 구체적인 삶에서 체화되는 예술과 종교의 가능성을 찾는다는 점에서 이 책은 포괄적인 문명비판서의 성격을 지닌다.

이 책에서 웬델 베리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신비로서의 삶, 삶의 기적적인 성격을 회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점에서 윌슨의 ‘통합’은 삶의 기적적인 성격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웬델 베리는 이 책에서 윌리엄 블레이크의 시를 수차례 인용하고 있다.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고 한송이 들꽃에서 천국을 본다’

블레이크의 이 시구는 삶의 기적적인 성격을 일깨움으로써 우리의 인식을 고양시킨다. 그러나 윌슨이 말하는 과학은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보지 못한다. 윌슨은 모래알을 더 잘게 쪼개고 분류해 가능한 한 최소단위로 환원시킬 뿐이다.

삶을 기계적이고 예측 가능한 것으로 또 알 수 있는 것으로 다루는 것은 결국 삶을 축소시키고 환원시키는 일이다. 윌슨이 삶을 환원하고 축소한다면 블레이크는 삶을 고양시킨다.

블레이크는 모래 한 알에서 세계를 한송이 들꽃에서 세계와 그 너머를 보고 있다. 블레이크의 시 속에서는 모래알 하나가 도약해 세계와 동일시되고 들꽃 한송이가 도약해 천국과 동일시된다.

세계와 그 너머, 천국의 수준으로 모래알과 들꽃이 고양되고 그 수준에서 일치를 이룬다.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consilience, ‘함께 도약해 일치를 이룸’이다. 통합은 삶의 고양을 이루는 것이어야지 삶을 조잡하게 만드는 것이어서는 안 된다. 사람은 누구나 물화(物化)된 삶을 거부할 권리가 있다.

이 책 ‘삶은 기적이다’에서 웬델 베리는 “우리는 신비 안에서 기적에 의해 살아 있다”고 말한다. 또한 그는 “삶은 설명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라는 과학자 에르빈 샤르가프의 말을 인용한다.

웬델 베리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세계와 삶이 지니는 ‘알 수 없음’ ‘신비’의 측면을 지키는 데 대단히 강경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한탕주의 뜨내기들’로서 ‘약탈하고 떠나는 사람들’이 아니라 ‘붙박이들’로서 ‘정착해 자신이 일군 삶과 살고 있는 지역을 사랑하는 사람들’로 돌아와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 삶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최재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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